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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꿈을 그리다 - 반 고흐의 예술과 영성
라영환 지음 / 피톤치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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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는 네덜란드 출신의 작가로 주로 남 프랑스에서 활동했다. '별이 빛나는 밤'와 같은 예술적 감성이 넘치는 작품들로도 유명하지만 다혈질이라 자신의 화에 못이겨 스스로 귀까지 자른 괴짜 화가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에게 그런 괴짜 이야기가 더욱 자극적이고 보다 더 이목을 끌다 보니 반 고흐의 실제 이면과 숨겨진 스토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숨겨져 있다.

이 책은 반 고흐에 대한 선입견을 과감히 깨뜨리며 그의 따뜻한 인간성과 종교에 대한 깊은 소명을 중점에 두었다. 책 저자가 그의 발자취를 직접 따라가며 진지하고 통찰력 있는 해석을 했다는 점에서 여느 다른 책들과 차별성이 있다. 이 책은 1부: 반 고흐 해석의 난점들, 2부: 반 고흐가 되어 반 고흐를 보다, 3부: 반 고흐의 예술과 영성으로 총 3부로 나뉘어 독자들과 여행을 시작한다.


1 부에서는 반 고흐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 스스로 자신의 귀를 잘랐는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정신병원에 갔는지, 마지막 그림에서 자신의 그림을 암시했는지, 기독교를 떠났는지에 대한 4가지 주제에 대해 깊이 알아보며 반 고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 잡고자 심도 있는 해석이 담겨져 있다. 2부는 시간적 순서 대로 반 고흐 탄생부터 가족 이야기, 화상으로서의 삶과 교사를 걸쳐 목사를 꿈꿨지만 꿈이 좌절되고 그림으로써 영성을 실천하고자 한 이야기 등 한 번도 듣지 못한 그의 삶에 대해 제대로 알아볼 수 있으며 마지막 3부에서는 고흐의 걸작에 담긴 의미를 종교적 관점에서 해석해 반 고흐를 '슬픈 것 같지만 기뻐하는 삶을 추구했던 화가'로써 마무리한다.

이 책이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반 고흐에 대한 해석을 독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기술되었다는 점과 그의 예술 작품들을 삽화로 함께 소개해 주어 작품을 함께 해석하는 재미를 주었다는 점이다. 책 한권이 스스로 반 고흐 전시 큐레이터가 되어 찬찬히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는 점에서 반 고흐에 관심 있는 자라면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 느낌이다.

첫 번째 파트를 읽으며 꽤나 놀랬던 사실은 반 고흐가 사실 자신의 귀를 자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자신의 귀를 잘랐고 그의 자화상을 실제로 그렸다는 점에서 반 고흐는 괴짜 화가로 유명했다. 하지만, 앞뒤 정황을 봤을 때 반 고흐는 귀를 스스로 자를 이유가 없었으며, 스스로 귀를 잘랐다는 이야기도 사실 친구였던 고갱의 주장이였다고 한다. 잘못된 이미지를 부여하여 광기 어린 신화를 입혀 혹여나 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입견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저자의 용기 있는 해석이었고, 저자의 합리적인 추론을 따라가 보다 보니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반 고흐가 고집이 세고 타협할 줄 모르는 사람이기는 했지만 미치광이라는 것은 과대 해석이라는 학자들의 이야기들이 있다. 정신병이 있는 사람치고는 너무 평안하게 열정적으로 그림 작업을 했으며, 당시 반 고흐를 치료하던 의사도 '간질 발작' 정도로 진단을 내렸다고 한다. 스스로 귀를 잘랐다는 소문만으로 주변 사람들은 반 고흐를 멀리하고 싫어했으며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런 사람들의 적대감에 반 고흐는 고립감을 느끼고 힘들어 했다. 그런 사람들을 떠나 자신의 작업에 좀 더 집중하고 건강을 회복하고자 병원에 들어가 개인 화실에서 그림 작업에 집중했던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까마귀 나는 밀밭' 작품에서 반 고흐가 자살을 암시했고 불행한 삶을 담아냈다고 하지만 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림 속 까마귀는 새로움의 전조를 알리는 새였다. 나 또한, 처음에 그 그림을 봤을 때 반 고흐의 어둡고 광적인 모습이 까마귀 떼로 형상화되었나 했는데 앞 뒤 정황과 상황을 이해해 볼 때 그는 당시 절망에 빠져 있던 것이 아니였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반 고흐 삶의 발자취가 돋보인다. 반 고흐는 아버지가 목사였으며, 중산층 가정의 자녀로 상대적으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책 읽기를 좋아했고 조용하지만 친절하며 정이 많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작품들을 보면 타고난 천재성으로 그림을 잘 그렸다기보다는 엄청난 노력으로 자신만의 화풍을 설립한 노력형 화가라는 결론에 신빙성이 있다. 반 고흐는 아트 딜러로써 첫 사회 경험을 헤이그에서 시작한다. 이런 화상으로써의 경험이 그의 예술 세계의 기반을 잘 다져주었고 무슨 그림을 좋아하고 그리고 싶은 지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했다. 아트 딜러로써 꽤 많은 돈을 벌으며 승승장구했지만 돌연 그는 그림 파는 일에 흥미를 잃고 교사로써의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교회와 종교에 대한 사랑으로 목사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여러 이유로 네덜란드 및 벨기에 신학교에 입학하지 못한다.

반 고흐는 새로운 삶의 목표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것이 바로 그림이었다. 복음을 널리 전파하고 싶어했었지만 대신 세상에 가난한 사람들을 그림으로 드러내어 연약하고 상처 받은 사람들에 대한 세상의 의무를 일깨우고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반 고흐의 <복권 판매소>, <이탄을 지고 가는 연인들>, <목수의 작업장과 세탁장> 등 지금 반 고흐의 화풍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작품들에서 그가 외치는 세상의 의무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무미건조하게 객관적으로 똑같이 그려내는 그림보다는 메세지와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대상의 표현보다는 본질에 집중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이 그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창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미에 대한 그의 올곧은 신념과 지속적인 배움을 통해 본질을 간파하는 시대의 걸작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반 고흐와 고갱과의 관계가 정말 궁금했다. 서로 다른 배경과 견해를 가진 두 화가가 예술 공동체에서 함께 활동을 하고 결국 오해가 점철되어 둘 사이가 멀어지고 마는데, 반 고흐는 고갱을 꽤 좋아했던 것으로 느껴진다. 반 고흐는 <반 고흐의 의자>와 <고갱의 의자>를 그렸는데 그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고갱의 의자는 좀 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풍기는 반면 반 고흐의 의자는 소박하며 노동자의 냄새가 난다. 반 고흐은 두 사람을 의인화해 그림에 담았고 고갱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해 그림을 그린 것이라 보고 있다.


혹자는 반 고흐가 기독교를 떠나 모더니즘을 추구했다고 한다고 말하지만 그의 대표작들에는 기독교적 의미가 많이 숨겨져 있다. 반 고흐하면 유명한 작품이 <해바라기>인데 그는 해바라기에 유독 자부심이 컸고 그가 마주친 현실과 생각에 따라 해바라기를 그리는 형식이나 색상에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파리에서 그렸던 해바라기는 슬픔을 담아 바닥에 놓인 채 꽃잎이 시들고 줄기가 잘려진 채로 그림을 그렸고, 아를에서는 강렬한 노란색을 사용해 보다 생동감 있는 해바라기를 그렸는데 이 때 그렸던 해바라기는 희망이자 기쁨이였을 것이다. 성경에서는 그리스도를 해바라기로 나타내었는데 고흐는 이런 기독교적 영성을 삶을 살아가는 내내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별이 빛나는 밤>에서도 종교적인 소재가 돋보인다. 마을 중앙의 교회, 사이프러스 나무, 올리브 동산, 그리고 밤 하늘의 별 모두 종교적 상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지상에서 하늘까지 맞닿아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와 교회의 종탑은 영원에 대한 고흐의 갈망이며, 하늘에 빛나는 열 두 개의 별은 예수의 열 두 제자를 의미한다고 한다.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밤 하늘과 마을을 담은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곳곳에 숨겨진 종교적 메세지가 있다니 신기했다.

반 고흐는 '슬픈 것 같지만 기뻐하는 삶을 추구했던 화가'로써 자신의 종교적 영성과 소명을 이루기 위해 그림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세속적 금욕주의와 직업적 소명설을 주요 특징으로 꼽던 칼뱅주의적 사고관 아래 주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치유와 노동하는 삶을 그려왔던 노력형 천재 화가로써 그를 더 가까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서민들의 삶을 공감할 줄 아는 그의 따듯한 마음을 느끼고, 반 고흐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을 모두 없앨 수 있었던 소통의 기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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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수업 -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9가지 질문
김헌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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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스스로 질문하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끊임 없이 질문을 하고 해답을 얻을 때도 있는 반면, 질문을 재차 해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때도 많다. 스스로에게 질문이 너무 많은 것이 버거울 때도,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스스로 질문하는 삶이 꽤 건강한 삶임을 느꼈던 것 같다.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질문을 스스로 잘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틀과 체계성이 필요한데 김헌의 <천년의 수업>이 그 기능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 의심치 않아 이렇게 소개하게 되었다.

답은 틀려도 질문은 틀리지 않는다.

'질문하는 삶을 살고 계신가요?'라는 서문을 읽다 보니 친구랑 며칠 전 이야기했던 것이 떠올랐다. '어째 인생을 살면 살수록 어려울까?' '나에게 맞는 일은 무엇이며, 어떻게 나만의 가치를 잘 활용해 세상을 더 이롭게 할 수 있을까?''지금 열심히 살면 내 40대에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행복의 조건은 무엇이며, 탐욕을 자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등등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인생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내 스스로의 질문에도, 친구의 질문에도 난 뚜렷한 답변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답답했었는데 이 책을 보고 안도감이 들었던 것 같다.

'답은 틀려도 질문은 틀리지 않는다.'..맞는 말이다. 저자는 한 개인이 자신의 굵직한 질문을 안고 살아가듯, 인류의 묵직한 물음 또한 앞선 세대에게서 이어 받아 짊어지고 역사의 첨단을 걸어나아가며 더욱 풍요롭고 단단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역사는 누군가의 끊임없는 질문에 대한 고통의 산물이며 지금 시대에 맞는 질문을 통해 답을 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만이 우리의 후손도 이를 이어 받아 우리가 사는 세계를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 책은 존재와 죽음, 자존과 행복, 타인과의 관계 등 9가지 주제를 대상으로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을 담고 있다.


1.나는 누구인가.

2.인간답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3.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사는가.

4.어떻게 살아야 만족스럽고 행복할 수 있을까.

5.세상의 한조각으로서 나는 무엇일 수 있을까.

6.변화하는 세상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7.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역사가 될 수 있을까.

8.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가능한가.

9.잘 적응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철학자 라캉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SNS 및 TV 속 넘쳐나는 정보와 누군가의 화려한 삶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욕망으로 가득 차게 되는 건 현대인의 일인줄 만 알았다. 그런데 과거 시대의 철학자가 남긴 유명한 명언을 보니 시대에 상관 없이 인간의 본성은 같은가 보다. 진정한 나를 찾는 것이 중요하지, 다른 사람들이 칭찬하고 부러워하는 모습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데 나를 포함 많은 사람들은 또다른 제 2 또는 3의 얼굴을 지닌 채 지인에서 더 나아가 익명의 부러움을 사고 싶어한다. 다른 질문들을 하기 전에 내 스스로를 제대로 이해해 볼 기회가 필요한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한 근본적이고 진지한 통찰을 하고 나면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살건가'라는 질문으로 좀 더 확장해서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이 뻗어 나갈 수 있다.

사람은 무엇이 결핍되어 있기에 이성을 사랑하는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인간은 죽기 떄문이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나온 말이다. 영원한 삶을 살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는다는 말이다. 인간은 나의 존재를 남기기 위해서 아이를 낳으려 하고, '불멸의 명성'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각인시키고 싶어한다. 사람들에게 기억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본성과 연관된 중요한 문제인 듯하다. 호메로스의 작품, <오뒷세이아>에는 존재를 남기려는 인간의 본성을 시사하며 인생이 유한하기 때문에 지금 보내고 있는 순간들이 빛난다는 메세지를 준다. '죽음이 있는 삶'이 더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는 것. 지금 이 순간 인생을 충만하게, 최선을 다해서 산다면 그 것이 바로 죽음이 전달하는 숨겨진 긍정의 힘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자기 인생이라는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이다.

많이 들은 법한 말이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너무나 자주 내가 내 삶에서 없어지는 기분이 드니까 말이다. 내가 바로 인생의 주연인데, 부차적인 인물 또는 중요치 않은 무언가가 내 인생을 이끌고 간다는 생각이 들 때 허무해지기 십상이다. 나의 인생과 삶은 귀하다. 주변에서 나를 인정해주면 좋지만 누군가의 인정보다 자신의 만족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 참된 자존감을 통해 나를 넘어 다른 사람 또한 마음을 다해 존중해 줄 수 있는 마음가짐이 생긴다면 우리의 삶이, 사회가 더 풍요로워 질 것이다.

새로운 세대가 강요로 느끼는 기존의 틀은

기성세대가 어렸을 때 그 이전의 틀을 깨고 만들어낸 새로운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요즘 흔히 말하는 꼰대,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이 두 세대 사이에서는 끊임 없는 갈등이 존재한다. 새로운 세대였던 내가 기성 세대에 반항했던 것도 잠시, 나도 누군가의 꼰대가 되어감을 느낄 때 현 시대와 미래 시대의 바통터치 사이에서 이러한 갈등이 있어야만 우리의 삶이 더욱 건강해질 수 있음을 믿게 되었다. '왜 저런 말도 안되는 갈등이 생기지'보다는 '저런 갈등이 있어야 더욱 발전된 새로운 틀이 생기지'라며 세대 차이를 바라보는 마음가짐을 바꾸게 되었다. 이렇게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인식하게 되면 청년들은 기성세대의 틀을 깨려고 하면서도 존경심을 잃지 않으며, 어른 또한 여유와 아량으로 품격 있게 맞대응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작가의 말씀에 지금 겪고 있는 혼란스러움이 잘 정리가 된 것 같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고전에 바탕을 둔 인문학과 작가만의 견해가 잘 어우려져 질문을 제대로 하는 방법을 배운 듯하다. 인간과 인생에 대해 일찍이 꽤뚫은 신화 및 고전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을 반추해 보고 어떻게 삶을 살아나가야 가치있고 발전적일 수 있을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책 곳곳에 숨은 힌트를 찾아내면서 건강하게 질문하는 삶을 영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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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로 인해 전세계가 혼란과 걱정으로 몸서리친 지 어느 덧 몇 개월이 지났다. 살아가면서 한 번 겪기도 힘들었을 것 같은 전세계적 바이러스 팬데믹은 전례없는 상황을 만들었고 어디를 가고 어떤 일을 하든 코로나바이러스는 주된 주제였다. 만약 코로나19를 예견한, 그 것도 40년 전에 예견했다던 스릴러 소설이 있다면 믿으시겠는가. 딘 쿤츠의 [어둠의 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코로나19의 파장이 커가면서 [어둠의 눈] 소설도 역주행을 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는데 영국, 독일, 네덜란드,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등에 이어 한국에서도 인기가 대단한 듯하다. 코로나 19라는 소재도 그렇지만 딘 쿤츠는 미국에서 초대형 서스펜스 소설계 대가로 스티븐 킹과 양대 산맥으로 칭송받으며 몰입감 있는 필체로 몰입감 있는 경험을 선사했다. 책을 집어만 들면 정신 없이 그 세계로 빠져들면서 정신을 못차렸는데...이런 경험이 정말 오랫만이라 [어둠의 눈]은 벌써 2020 내 마음 속 서재 TOP 3안에 벌써 자리를 차지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코로나19가 이 책의 주된 키워드는 아니다. 이 책의 묘미는 코로나19가 어떻게 발생해서 어떻게 극복되는 서사적인 느낌보다는 현실적인 공포를 초자연적인 현상와 엮어 모성애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미스테리하면서도 마음 따뜻해지는 복합적인 흡인력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소설 속 안으로 들어가 직접 그 분위기를 몸소 느끼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면서 작가가 나의 페이스를 전적으로 리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티나와 엘리엇, 대니를 포함 등장 인물에 대해 성격, 습관, 행동 등을 자세하게 풀어주며 초반에부터 중반부 도입까지 분위기를 아주 차근차근 워밍하다가 전개가 굉장히 빨라지며 주인공들의 행보를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등장인물에 대한 이해도를 한 껏 높인 후 빠른 전개 속으로 들어가니 주인공들이 내 친구들처럼 친밀하게 느껴지면서 내 스스로가 어느덧 이야기 속 단서를 함께 찾고 티나와 엘리엇이 대니를 무탈하게 잘 구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간절한 염원까지 생긴 듯 하다.

티나는 라스베이거스에서 활동하면서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가 인정 받은 미모의 공연 디렉터, 앨리엇은 스마트하면서도 재치있으면서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과거 정부 기관에서 일을 한 경력이 있는 변호사, 대니는 바이러스 실험의 희생양이자 티나의 아들로 초자연적인 힘을 지녀 엄마에게 '죽지 않았어'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는 소년이다. 바람끼가 다분한 남편과 이혼한 티나는 아들을 잃은 힘든 상황 속에서 앨리엇을 만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의 도움을 받아 여러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결국 대니를 구해낸다. 약간 진부한 설정인 듯 하지만, 서스펜스 고전이라면 이러한 진부한 설정 쯤은 싫어할 수 없는 포인트들 중 하나이지 않을까.

중국 우한 외곽 소재 RDNA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그것을 그들은 '우한-400'이라고 불렀다.

_본문 중에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코로나19'도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었는데 이 소설 속에서도 바이러스를 중국 우한 외곽에서 발생한 것으로 설정했다. 정말 터무니 없는 생각일 수도 있지만 중국이 40년이 넘게 전세계 사람들을 타격할 바이러스를 연구해서 성공, 2020년이 되어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린 것은 아닌 지 의심까지 들었다. 실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존재한다고 한다. 정치적 및 경제적 이유로 우리가 모르는 정부 기관이 인류를 다량 살상할 핵무기와 같은 바이러스를 만들고 있다면 정말 충격인데...이 세상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에 아예 무시할 내용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티나는 한 아이의 엄마로써 40년 전 여성상과 비교해 보자면 굉장히 주체적인 캐릭터이다. 워킹맘으로써 성공한 점도 그렇고 자신의 꿈과 가족을 모두 포기하지 않았던, 시대에 앞서간 여성으로써 오히려 2020년이 된 지금 더 많은 독자들의 공감대를 샀을 것 같다. 처음에는 무섭게만 느껴졌던 '죽지 않았어' 사인은 아들이 실제 죽지 않았다는 강한 믿음으로 발전, 목숨을 걸고 아들을 구하기 위해 찾아 떠난 여정 자체를 보며 한 없이 나약할 수 있는 인간도 모성애 앞에는 초자연적인 힘을 발휘하는구나. 느끼며 우리 엄마도 나를 위해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잔혹함으로 가득한 일반적인 서스펜스 소설과 달리 따뜻한 감성이 느껴진다. 티나와 대니얼이 주고 받는 농담에서도 그렇고 어쩔 수 없이 살아남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마음 속 한켠은 무거운 그들의 심리상태를 보며 초자연적인 설정이 있지만 한편으로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을 잘 그려낸 것 같아서 이 책을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소개하고 싶다.

아날로그적 향수가 깊게 베인 <어둠의 눈> 40년 간 지나오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클래식 고전을 제외하고 40년 전 서스펜스 소설이 내 손에 쥐어질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는데...과거를 거쳐 온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는 연속적으로 우리 삶의 근간을 계속 담아내어 이번처럼 시대를 초월한 역주행 컨텐츠를 조만간 또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집에서 달콤한 간식과 커피 한 잔하며 훌룽한 스토리와 굉장한 필력으로 무장한 딘 쿤츠의 <검은 눈> 독서해 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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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의 기술 - 유혹의 시대를 이기는 5가지 삶의 원칙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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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이라면 고민해보지 않았을까. 끊임없는 자극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만족되지 않는 행복감. 하지만 절제의 기술을 이해하고 나면 깊어가는 욕망과 금욕 사이에 균형추를 달아놓은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5가지 법칙에 집중하면 더 진정한 행복에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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