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로 인해 전세계가 혼란과 걱정으로 몸서리친 지 어느 덧 몇 개월이 지났다. 살아가면서 한 번 겪기도 힘들었을 것 같은 전세계적 바이러스 팬데믹은 전례없는 상황을 만들었고 어디를 가고 어떤 일을 하든 코로나바이러스는 주된 주제였다. 만약 코로나19를 예견한, 그 것도 40년 전에 예견했다던 스릴러 소설이 있다면 믿으시겠는가. 딘 쿤츠의 [어둠의 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코로나19의 파장이 커가면서 [어둠의 눈] 소설도 역주행을 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는데 영국, 독일, 네덜란드,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등에 이어 한국에서도 인기가 대단한 듯하다. 코로나 19라는 소재도 그렇지만 딘 쿤츠는 미국에서 초대형 서스펜스 소설계 대가로 스티븐 킹과 양대 산맥으로 칭송받으며 몰입감 있는 필체로 몰입감 있는 경험을 선사했다. 책을 집어만 들면 정신 없이 그 세계로 빠져들면서 정신을 못차렸는데...이런 경험이 정말 오랫만이라 [어둠의 눈]은 벌써 2020 내 마음 속 서재 TOP 3안에 벌써 자리를 차지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코로나19가 이 책의 주된 키워드는 아니다. 이 책의 묘미는 코로나19가 어떻게 발생해서 어떻게 극복되는 서사적인 느낌보다는 현실적인 공포를 초자연적인 현상와 엮어 모성애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미스테리하면서도 마음 따뜻해지는 복합적인 흡인력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소설 속 안으로 들어가 직접 그 분위기를 몸소 느끼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면서 작가가 나의 페이스를 전적으로 리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티나와 엘리엇, 대니를 포함 등장 인물에 대해 성격, 습관, 행동 등을 자세하게 풀어주며 초반에부터 중반부 도입까지 분위기를 아주 차근차근 워밍하다가 전개가 굉장히 빨라지며 주인공들의 행보를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등장인물에 대한 이해도를 한 껏 높인 후 빠른 전개 속으로 들어가니 주인공들이 내 친구들처럼 친밀하게 느껴지면서 내 스스로가 어느덧 이야기 속 단서를 함께 찾고 티나와 엘리엇이 대니를 무탈하게 잘 구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간절한 염원까지 생긴 듯 하다.

티나는 라스베이거스에서 활동하면서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가 인정 받은 미모의 공연 디렉터, 앨리엇은 스마트하면서도 재치있으면서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과거 정부 기관에서 일을 한 경력이 있는 변호사, 대니는 바이러스 실험의 희생양이자 티나의 아들로 초자연적인 힘을 지녀 엄마에게 '죽지 않았어'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는 소년이다. 바람끼가 다분한 남편과 이혼한 티나는 아들을 잃은 힘든 상황 속에서 앨리엇을 만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의 도움을 받아 여러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결국 대니를 구해낸다. 약간 진부한 설정인 듯 하지만, 서스펜스 고전이라면 이러한 진부한 설정 쯤은 싫어할 수 없는 포인트들 중 하나이지 않을까.

중국 우한 외곽 소재 RDNA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그것을 그들은 '우한-400'이라고 불렀다.

_본문 중에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코로나19'도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었는데 이 소설 속에서도 바이러스를 중국 우한 외곽에서 발생한 것으로 설정했다. 정말 터무니 없는 생각일 수도 있지만 중국이 40년이 넘게 전세계 사람들을 타격할 바이러스를 연구해서 성공, 2020년이 되어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린 것은 아닌 지 의심까지 들었다. 실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존재한다고 한다. 정치적 및 경제적 이유로 우리가 모르는 정부 기관이 인류를 다량 살상할 핵무기와 같은 바이러스를 만들고 있다면 정말 충격인데...이 세상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에 아예 무시할 내용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티나는 한 아이의 엄마로써 40년 전 여성상과 비교해 보자면 굉장히 주체적인 캐릭터이다. 워킹맘으로써 성공한 점도 그렇고 자신의 꿈과 가족을 모두 포기하지 않았던, 시대에 앞서간 여성으로써 오히려 2020년이 된 지금 더 많은 독자들의 공감대를 샀을 것 같다. 처음에는 무섭게만 느껴졌던 '죽지 않았어' 사인은 아들이 실제 죽지 않았다는 강한 믿음으로 발전, 목숨을 걸고 아들을 구하기 위해 찾아 떠난 여정 자체를 보며 한 없이 나약할 수 있는 인간도 모성애 앞에는 초자연적인 힘을 발휘하는구나. 느끼며 우리 엄마도 나를 위해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잔혹함으로 가득한 일반적인 서스펜스 소설과 달리 따뜻한 감성이 느껴진다. 티나와 대니얼이 주고 받는 농담에서도 그렇고 어쩔 수 없이 살아남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마음 속 한켠은 무거운 그들의 심리상태를 보며 초자연적인 설정이 있지만 한편으로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을 잘 그려낸 것 같아서 이 책을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소개하고 싶다.

아날로그적 향수가 깊게 베인 <어둠의 눈> 40년 간 지나오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클래식 고전을 제외하고 40년 전 서스펜스 소설이 내 손에 쥐어질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는데...과거를 거쳐 온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는 연속적으로 우리 삶의 근간을 계속 담아내어 이번처럼 시대를 초월한 역주행 컨텐츠를 조만간 또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집에서 달콤한 간식과 커피 한 잔하며 훌룽한 스토리와 굉장한 필력으로 무장한 딘 쿤츠의 <검은 눈> 독서해 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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