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수업 -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9가지 질문
김헌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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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스스로 질문하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끊임 없이 질문을 하고 해답을 얻을 때도 있는 반면, 질문을 재차 해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때도 많다. 스스로에게 질문이 너무 많은 것이 버거울 때도,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스스로 질문하는 삶이 꽤 건강한 삶임을 느꼈던 것 같다.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질문을 스스로 잘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틀과 체계성이 필요한데 김헌의 <천년의 수업>이 그 기능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 의심치 않아 이렇게 소개하게 되었다.

답은 틀려도 질문은 틀리지 않는다.

'질문하는 삶을 살고 계신가요?'라는 서문을 읽다 보니 친구랑 며칠 전 이야기했던 것이 떠올랐다. '어째 인생을 살면 살수록 어려울까?' '나에게 맞는 일은 무엇이며, 어떻게 나만의 가치를 잘 활용해 세상을 더 이롭게 할 수 있을까?''지금 열심히 살면 내 40대에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행복의 조건은 무엇이며, 탐욕을 자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등등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인생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내 스스로의 질문에도, 친구의 질문에도 난 뚜렷한 답변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답답했었는데 이 책을 보고 안도감이 들었던 것 같다.

'답은 틀려도 질문은 틀리지 않는다.'..맞는 말이다. 저자는 한 개인이 자신의 굵직한 질문을 안고 살아가듯, 인류의 묵직한 물음 또한 앞선 세대에게서 이어 받아 짊어지고 역사의 첨단을 걸어나아가며 더욱 풍요롭고 단단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역사는 누군가의 끊임없는 질문에 대한 고통의 산물이며 지금 시대에 맞는 질문을 통해 답을 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만이 우리의 후손도 이를 이어 받아 우리가 사는 세계를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 책은 존재와 죽음, 자존과 행복, 타인과의 관계 등 9가지 주제를 대상으로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을 담고 있다.


1.나는 누구인가.

2.인간답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3.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사는가.

4.어떻게 살아야 만족스럽고 행복할 수 있을까.

5.세상의 한조각으로서 나는 무엇일 수 있을까.

6.변화하는 세상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7.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역사가 될 수 있을까.

8.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가능한가.

9.잘 적응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철학자 라캉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SNS 및 TV 속 넘쳐나는 정보와 누군가의 화려한 삶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욕망으로 가득 차게 되는 건 현대인의 일인줄 만 알았다. 그런데 과거 시대의 철학자가 남긴 유명한 명언을 보니 시대에 상관 없이 인간의 본성은 같은가 보다. 진정한 나를 찾는 것이 중요하지, 다른 사람들이 칭찬하고 부러워하는 모습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데 나를 포함 많은 사람들은 또다른 제 2 또는 3의 얼굴을 지닌 채 지인에서 더 나아가 익명의 부러움을 사고 싶어한다. 다른 질문들을 하기 전에 내 스스로를 제대로 이해해 볼 기회가 필요한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한 근본적이고 진지한 통찰을 하고 나면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살건가'라는 질문으로 좀 더 확장해서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이 뻗어 나갈 수 있다.

사람은 무엇이 결핍되어 있기에 이성을 사랑하는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인간은 죽기 떄문이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나온 말이다. 영원한 삶을 살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는다는 말이다. 인간은 나의 존재를 남기기 위해서 아이를 낳으려 하고, '불멸의 명성'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각인시키고 싶어한다. 사람들에게 기억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본성과 연관된 중요한 문제인 듯하다. 호메로스의 작품, <오뒷세이아>에는 존재를 남기려는 인간의 본성을 시사하며 인생이 유한하기 때문에 지금 보내고 있는 순간들이 빛난다는 메세지를 준다. '죽음이 있는 삶'이 더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는 것. 지금 이 순간 인생을 충만하게, 최선을 다해서 산다면 그 것이 바로 죽음이 전달하는 숨겨진 긍정의 힘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자기 인생이라는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이다.

많이 들은 법한 말이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너무나 자주 내가 내 삶에서 없어지는 기분이 드니까 말이다. 내가 바로 인생의 주연인데, 부차적인 인물 또는 중요치 않은 무언가가 내 인생을 이끌고 간다는 생각이 들 때 허무해지기 십상이다. 나의 인생과 삶은 귀하다. 주변에서 나를 인정해주면 좋지만 누군가의 인정보다 자신의 만족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 참된 자존감을 통해 나를 넘어 다른 사람 또한 마음을 다해 존중해 줄 수 있는 마음가짐이 생긴다면 우리의 삶이, 사회가 더 풍요로워 질 것이다.

새로운 세대가 강요로 느끼는 기존의 틀은

기성세대가 어렸을 때 그 이전의 틀을 깨고 만들어낸 새로운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요즘 흔히 말하는 꼰대,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이 두 세대 사이에서는 끊임 없는 갈등이 존재한다. 새로운 세대였던 내가 기성 세대에 반항했던 것도 잠시, 나도 누군가의 꼰대가 되어감을 느낄 때 현 시대와 미래 시대의 바통터치 사이에서 이러한 갈등이 있어야만 우리의 삶이 더욱 건강해질 수 있음을 믿게 되었다. '왜 저런 말도 안되는 갈등이 생기지'보다는 '저런 갈등이 있어야 더욱 발전된 새로운 틀이 생기지'라며 세대 차이를 바라보는 마음가짐을 바꾸게 되었다. 이렇게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인식하게 되면 청년들은 기성세대의 틀을 깨려고 하면서도 존경심을 잃지 않으며, 어른 또한 여유와 아량으로 품격 있게 맞대응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작가의 말씀에 지금 겪고 있는 혼란스러움이 잘 정리가 된 것 같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고전에 바탕을 둔 인문학과 작가만의 견해가 잘 어우려져 질문을 제대로 하는 방법을 배운 듯하다. 인간과 인생에 대해 일찍이 꽤뚫은 신화 및 고전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을 반추해 보고 어떻게 삶을 살아나가야 가치있고 발전적일 수 있을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책 곳곳에 숨은 힌트를 찾아내면서 건강하게 질문하는 삶을 영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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