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지음, 이상원.조금선 옮김 / 황소자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저자 :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읽은 기간 : 2010년 8월


나의 경우, 책을 그 자리에서 끝까지 읽는 편이 책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 책을 제대로 이해하게 만든다. 이 책은 듬성듬성 손이 갈 때 마다 읽다 말다 해서 그런지, 책을 보기 전 너무 기대를 했던 까닭인지 책을 읽을 때는 감흥이 없었는데, 생각을 하면 할 수록 깊은 울림이 전해진다.

이 책은 자서전이 아니다. 위인전도 아니다. 타인이 한 사람의 흔적을 토대로 쓴 일종의 전기 형식을 띄고 있다. 저자는 류비셰프가 살아 생전 실제로 대면해본 경험이 있다. 옛 위인을 상상하며 써내려간 것이 아니라 그런지 무조건적인 찬양이 아닌,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곁들여 한 권의 책으로 그의 삶을 녹여냈다.

알렉산드로 알렉산드로비치 류비셰프. 이름도 참 긴 이 러시아 학자는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알려져 있는 인물들보다 스스로 만족할만한 숭고한 삶을 살았다. 류비셰프의 삶은 '자기실현'이란 한 단어로 압축된다. 류비셰프는 어떤 삶을 살았는가. 책의 첫장에 소개된 류비셰프의 삶은 이렇다. 

전공인 곤충분류학과 해부학은 물론 유기체의 형태 및 체계진화론, 수리 생물학, 유전학, 진화론 심지어 분산분석 등에 걸쳐 방대한 저서를 남기며 20세기 러시아 과학사를 견인했다. 그는 생전에 70권의 학술 서적을 발표했고 총 1만 2,500여 장에 달하는 논문과 연구 자료를 남겼다.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의 삶을 결과적인 것만 나열한 것이 이렇다. 실제로 그가 하루도 빠짐없이 써온 일기와 방대한 서신 등 모든 기록까지 고려해보면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았는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 유명한 피터드러커도 30~40권 정도의 저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5배 이상의 삶을 살기 위해 그는 '시간통계'를 사용해 삶을 철저히 계획하고 실천했다. 사람들과의 만남, 편지쓰는 시간, 산책시간 등 그의 모든 삶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했고 시간이 모이면 결산하여 그동안의 행적을 분석했다. 또한 그것들을 완벽하게 분류해서 보관했다. 시간통계 방법을 통해 그는 자신을 연구한 셈이다.

류비셰프는 자신이 얼마나 읽고 쓸 수 있는지, 연구할 수 있는지 자신을 시험하며 살았다. 나중에는 평생에 걸친 시간통계가 몸에 배어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시간을 스스로 주관할 수 있었다. 나를 포함하여 시간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진짜 해야할 일은 덮어둔 체, 단순한 즐거움만을 쫒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자투리 시간까지 철저히 사용하며 모든 시간에 집중했던 류비셰프의 삶은 그런 우리에게 큰 자극이 될 듯하다. 인간이 얼마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개발할 수 있을지를 입증한 실제 사례가 아닐까. 한 사람의 삶으로는 너무 완벽해서 이론만 나열된 자기계발서보다 뜬구름 같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의 내면적 갈등과 시련, 그리고 단점들도 알 수 있어 류비셰프가 마냥 기계처럼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사실에 공감이 갈 것이다. 

그는 단지 철저한 원칙주의자였다. 청렴했던 도덕성과 시간통계법 등 평생을 자신의 원칙 아래 살았다. 시계 통계 방법만 보더라도 20대 때 세운 자신의 계획에 따라 평생을 시간을 통계 내며 살았다. 우리는 새해 첫날 열심히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만의 합리화를 통해 계획 속의 자신과 멀어지지 않았던가. 그 어떤 위인들보다 류비셰프의 삶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자신의 원칙에 대한 평생에 걸친 실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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