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
앨런 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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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 앨런 레비 (지은이), 노지양 (옮긴이) 오팬하우스 2026-07-01>


골든에서 딱 1년을 산 테오. 봄부터 이듬해 봄까지, 86세의 노신사는 작은 도시 골든으로 와 카페 챌리스에 걸려 있는 92점의 초상화를 보고 주인들에게 하나씩 돌려주겠다는 계획을 실천해 나간다. 그리고 그 작은 마을은 테오의 등장으로 조금씩, 그리고 분명하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읽는 내내 꽤 오랫동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이렇게까지 선한 사람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문득 ‘내가 너무 세상에 찌들어 있었던 걸까’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요즘 시대에 더욱 필요한 가치들을 이야기한다. 무엇이든 빠르게 소비하고 결과를 요구하는 시대 속에서, 천천히 사람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기다려 주는 일, 이름 없는 누군가를 응원하는 일,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의를 실천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버비보어 서점 주인 토니가 베트남전 참전 용사였던 이야기를 테오에게 들려주는 장면에서는, 지금도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느껴져 마음이 무거웠다. 또 초상화를 돌려주기 위해 사람들에게 연락할 때 대부분이 먼저 의심하고 경계하는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그 의심을 넘어서는 진심이 있다는 것도 함께 보여준다.

테오가 골든에 머문 1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는 거창한 일을 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심으로 바라보고 귀하게 대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작은 친절과 관심이 사람들의 삶을 조금씩 바꾸고, 또 다른 선의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진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한 사람의 진심이 소설의 조연을 모두 주연으로 만들어준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했다.

✴︎ “저는 이름 없는 예술가라면, 그러니까 우리 같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옆에서 그렇게 격려해 줄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92)

✴︎ “캐서린. 저처럼 오래 살다 보면 좋은 의도가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나는 걸 많이 보게 됩니다. 조용히 실천했더라면 더 나았을 일들이 알려지면서 다른 양상이 펼쳐져요.” (307)

✴︎ “검사님, 어제 저를 바꿔놓은 게 뭔지 아세요? 그 작은 아저씨예요. 어제 전까지만 해도 제 머릿속에 그 사람은 어떤 개념만 있었어요. 제 귀한 딸을 그렇게 만든 ‘그따위 자식’이었어요. 그래서 ‘그따위 자식’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달라진 이유는 그 사람 얼굴을 봤기 때문입니다. 검사님도 보셨어요? 진짜로요? 슬쩍 말고, 잠깐 흘깃 본 것 말고, 제 말은 정말 보셨나요?”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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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이야기 이야기의 낮과 밤 1
알베르 카뮈 외 지음, 이재경 외 옮김 / 유선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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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이야기 - 알베르 카뮈, 캐서린 맨스필드, 버지니아 울프, 라이너 마리아 릴케, 토머스 하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카렐 차페크, 사키, 마르셀 프루스트, 나쓰메 소세키, D. H. 로런스,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오 헨리, S. T. 콜리지, 헤르만 헤세, 에밀리 디킨슨 지음 / 유선사>



작가 라인업, 장난 아니다…!!!

정원에 관한 이야기들이 한가득 담겨 있는 책이다.

사실 ‘정원’이라고 하면 내게는 한국의 풍경보다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서양의 저택에 있는 정원이나 영화 기생충 속 대저택의 넓은 정원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정원은 왠지 특별한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정원은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 길가에 핀 들꽃을 바라보는 순간도, 마음속에 그려 두었던 풍경도 모두 나만의 정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이 워낙 많아서 인상 깊었던 것들만 짧게 이야기해 보자면.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
가든파티를 열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날씨, 수백 송이의 장미. 하지만 가까운 마을에서 짐마차 마부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류층 소녀 로라의 마음에 생기는 변화들, 캐서린 맨스필드 특유의 그 느낌이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장미 그릇」은 읽는 내내 감탄했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써낼 수 있을까.

✴︎ 자신을 머금는 것이란,
저 바깥의 세계, 바람, 비, 봄의 인내,
잘못, 불안, 가면을 쓴 운명,
저녁 대지의 어둠,
구름의 변화와 흐름, 다가옴까지,
저 멀리 있는 별들의 막연한 영향까지,
한 줌의 내면으로 변화하는 것이라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새잎이 돋는 정원」은 정말 짧지만 무척 사랑스러웠다. 벚나무와 대나무, 배롱나무 등 정원의 식물들이 저마다 말을 건네는 모습이 귀엽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나무들도 사실은 이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것만 같고 ㅎㅎㅎㅎ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카렐 차페크의 「정원사의 열두 달」이었다. 이 책에는 4월, 8월, 10월, 11월 이야기만 실려 있는데, 전편을 읽고 싶어졌다.

정원은 인간의 삶과 참 많이 닮아 있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시든 것이 거름이 되어 다시 새로운 생명을 키워내는 순환의 모습까지(뭔가 윤회의 느낌??? 같고)

✴︎ 4월이야말로 정원사들에게 제격인 달이자 축복받은 달이다. 사랑에 빠진 이들은 그토록 찬미하는 5월에 만족하고 우리는 그냥 내버려두면 좋겠다. (105)

✴︎ 1년 내내 봄이고 1년 내내 젊은이다. 언제나 뭔가가 피어난다. 사람들이 가을이라고 말할 뿐. 그러는 사이 우리는 또 다른 꽃들과 함께 피어나고, 땅속에서 성장하고, 새로운 새싹들을 준비한다. (118)

✴︎ 정원에는 절대 끝이란 게 없다. 이런 점에서 정원은 인간 세계, 그리고 인간의 모든 활동과 꼭 닮았다. (126)

정원을 돌본다는 것은 결국 시간을 돌보고 삶을 돌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D. H. 로런스의 「장미 정원의 그림자」도 무척 흥미로웠고, 헤르만 헤세의 「정원에서」는 이 책 전체를 가장 잘 상징하는 글처럼 느껴졌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한 권 안에서 이렇게 많은 시대와 나라의 작가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정원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독서였다. 책을 덮고 나니, 나만의 정원이 조금은 더 넓어진 기분이다. 이 여름에 한껏 녹음이 짙어지는 이 계절에 읽어보시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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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여름은 문장이 된다 - 일본 광고 카피로 만나는 사랑, 청춘, 인생의 장면들
이시은 지음 / 빅피시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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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여름은 문장이 된다 - 이시은 (지은이) 빅피시 2026-07-01>


나는 여름을 싫어했다. 이제는 아주 많이까지는 아니지만 좋아한다.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사건들은 다 여름에 일어났거든요. (5)

나 역시 생각해보면 그랬던 것 같다. 여름의 생동감, 활력, 살아있음이 있었다. 이 책은 초록색의 표지와도 어울리게 생기를 갖고 있다.

일본의 여름 광고라니, 멀지만 가까운 나라, 가깝지만 먼 나라, 한국과 굉장히 비슷한 것 같지만 사실은 굉장히 다른 나라. 그런 그 나라와 비슷하게 공감하는 보편성과 일본 특유의 (나만의 생각으로) 아날로그적인 청춘스러움을 굉장히 좋아한다.

포카리 스웨트, 맥주, 바다, 불꽃놀이, 고등학교, 청춘, 수험생을 응원하는 카피, 세일 카피, 철도 ,출판사 등 다양하게 여름과 푸르름과 청춘이 있다. 카피의 배경과 철학, 그리고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까지,

우리의 여름을 선명하게 만들어줄 선물같은 책,

컬러로 삽입된 장면들과 포스터 등, 일본어와 한글까지!

이 여름 내내 아껴주고 사랑해줘야지. 이 계절이 지나가고 나면 또 그리워하면서 아껴줘야지. 여름을 사랑한다면 이 책을, 여름을 싫어한다면 이 책을 추추추추천!!!

덧붙여, 발췌를 하고 싶었는데… 좋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끝내 하나를 고르지 못했다. 그만큼 책 한 권이 온통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로 가득했다. 이 책을 보는 동안 습하고 무더운 여름을 사랑하게 되고 말 거다. 암만

#우리의여름은문장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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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빛의 순간들 - 100개의 대표작으로 만나는 클로드 모네의 모든 것
박송이 지음 / 빅피시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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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빛의 순간들 - 박송이 (지은이) 빅피시 2026-05-27>


좋아하는 화가를 꼽으라면 내게는 단연 모네다. 뭐랄까. 그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여담으로 나는 일본어 단어 ’木漏れ日(코모레비)’를 무척 좋아한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뜻하는 말이다. 모네의 그림을 볼 때마다 늘 그 단어가 떠오른다. 빛이 비추는 순간을 캔버스 위에 붙잡아 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나는 모네의 그림을 좋아한다.

모네의 삶에 대해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다. 이 책은 그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그가 남긴 그림들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그리고 시대의 풍경을 함께 보여준다. 노화와 상실을 겪어가는 한 인간의 시간을 그림과 함께 읽어가는 경험은 생각보다 깊고 값졌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네가 추구했던 그림의 방식이었다. 기억 속에 남은 관념적인 색채가 아니라, 야외의 자연광 아래에서 지금 눈앞에 보이는 색을 담아내기 위해 빛을 따라간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진정 그리고 싶은 그림을 계속 그리기 위해 때로는 팔릴 만한 그림도 그려야 했던 현실을 살아내는 모습,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책임을 다하려 애썼던 모습까지. 화가 모네뿐 아니라 인간 모네를 조금 더 가까이 만나게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백내장으로 인해 색을 구분하기 어려워진 이후에도 붓을 놓지 않았던 그의 그림들을 마주할 때는 마음 한구석이 저릿했다. 이 책에는 모네의 대표작 100점이 함께 실려 있는데,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작품들도 많았다. 내가 알고 있던 모네는 아주 작은 조각에 불과했구나 싶었다.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 또한 컸다.

개인적으로는 위대한 화가로서의 모네보다 인간 모네의 모습이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두고두고 곁에 두고 자주 펼쳐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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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찻집 김지안 멧밭쥐 그림책
김지안 지음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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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찻집 - 김지안 (지은이) 창비 2026-05-27>


나는 수국을 굉장히 좋아한다. 좋아하는 꽃을 손에 꼽으라면 꼭 들어가는 꽃이 바로 수국이다.🩵 알아야 보인다고 했던가. 예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수국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길에서 마주칠 때마다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게 되었다.

이 책은 다섯 마리 멧밭쥐가 여름이면 풍성한 수국을 감상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수국 찻집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찻집에는 수국꽃이 보이지 않는다. 오랫동안 찻집을 꾸려오던 두꺼비 할아버지와 할머니 중 할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난 뒤, 찻집의 문도 닫혀 있었기 때문이다. 멧밭쥐들은 할머니를 도와 다시 수국을 가꾸고, 찻집을 열기 위해 정성을 쏟는다.

멧밭쥐들의 다정한 마음이 참 사랑스럽다. 꽃이 진 뒤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 수국의 특성을 이해하고, 수국이 다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힘을 보탠다. 또한 흙의 성질에 따라 꽃의 색이 달라지는 수국의 모습은, 각기 다른 환경과 기질 속에서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가는 우리 인간과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뒤에도 그리움을 품고 살아가는 할머니의 마음, 그리고 그 공간이 다시 사람들에게 즐거운 만남의 장소가 되어가는 과정은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안 감수성은 더욱 풍성해지고, 자연과 한층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사람도 꽃도 저절로 피어나는 것은 없다. 누군가의 관심과 정성, 사랑이 있어야 비로소 아름답게 꽃을 피운다. 책장을 덮으며 수국꽃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이 여름과 참 잘 어울리는, 다정하고 따뜻한 그림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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