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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이야기 ㅣ 이야기의 낮과 밤 1
알베르 카뮈 외 지음, 이재경 외 옮김 / 유선사 / 2026년 6월
평점 :
<정원 이야기 - 알베르 카뮈, 캐서린 맨스필드, 버지니아 울프, 라이너 마리아 릴케, 토머스 하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카렐 차페크, 사키, 마르셀 프루스트, 나쓰메 소세키, D. H. 로런스,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오 헨리, S. T. 콜리지, 헤르만 헤세, 에밀리 디킨슨 지음 / 유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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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라인업, 장난 아니다…!!!
정원에 관한 이야기들이 한가득 담겨 있는 책이다.
사실 ‘정원’이라고 하면 내게는 한국의 풍경보다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서양의 저택에 있는 정원이나 영화 기생충 속 대저택의 넓은 정원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정원은 왠지 특별한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정원은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 길가에 핀 들꽃을 바라보는 순간도, 마음속에 그려 두었던 풍경도 모두 나만의 정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이 워낙 많아서 인상 깊었던 것들만 짧게 이야기해 보자면.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
가든파티를 열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날씨, 수백 송이의 장미. 하지만 가까운 마을에서 짐마차 마부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류층 소녀 로라의 마음에 생기는 변화들, 캐서린 맨스필드 특유의 그 느낌이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장미 그릇」은 읽는 내내 감탄했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써낼 수 있을까.
✴︎ 자신을 머금는 것이란,
저 바깥의 세계, 바람, 비, 봄의 인내,
잘못, 불안, 가면을 쓴 운명,
저녁 대지의 어둠,
구름의 변화와 흐름, 다가옴까지,
저 멀리 있는 별들의 막연한 영향까지,
한 줌의 내면으로 변화하는 것이라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새잎이 돋는 정원」은 정말 짧지만 무척 사랑스러웠다. 벚나무와 대나무, 배롱나무 등 정원의 식물들이 저마다 말을 건네는 모습이 귀엽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나무들도 사실은 이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것만 같고 ㅎㅎㅎㅎ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카렐 차페크의 「정원사의 열두 달」이었다. 이 책에는 4월, 8월, 10월, 11월 이야기만 실려 있는데, 전편을 읽고 싶어졌다.
정원은 인간의 삶과 참 많이 닮아 있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시든 것이 거름이 되어 다시 새로운 생명을 키워내는 순환의 모습까지(뭔가 윤회의 느낌??? 같고)
✴︎ 4월이야말로 정원사들에게 제격인 달이자 축복받은 달이다. 사랑에 빠진 이들은 그토록 찬미하는 5월에 만족하고 우리는 그냥 내버려두면 좋겠다. (105)
✴︎ 1년 내내 봄이고 1년 내내 젊은이다. 언제나 뭔가가 피어난다. 사람들이 가을이라고 말할 뿐. 그러는 사이 우리는 또 다른 꽃들과 함께 피어나고, 땅속에서 성장하고, 새로운 새싹들을 준비한다. (118)
✴︎ 정원에는 절대 끝이란 게 없다. 이런 점에서 정원은 인간 세계, 그리고 인간의 모든 활동과 꼭 닮았다. (126)
정원을 돌본다는 것은 결국 시간을 돌보고 삶을 돌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D. H. 로런스의 「장미 정원의 그림자」도 무척 흥미로웠고, 헤르만 헤세의 「정원에서」는 이 책 전체를 가장 잘 상징하는 글처럼 느껴졌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한 권 안에서 이렇게 많은 시대와 나라의 작가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정원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독서였다. 책을 덮고 나니, 나만의 정원이 조금은 더 넓어진 기분이다. 이 여름에 한껏 녹음이 짙어지는 이 계절에 읽어보시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