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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은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평점 :
<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 최은미, 강화길, 김인숙, 김혜진, 배수아, 최진영, 황정은 (지은이) 문학동네 20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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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었던 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이상문학상은 그래도 좀 읽었던 것 같은데, 그 외의 상들은 읽어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읽어보게 된 김승옥문학상!! 년도가 붙는 문학상의 수상작들은 아무래도 당시의 사회가 반영될 수 밖에 없기에 읽다보면 생각이 깊어지고, 대립, 불안, 무력함이 느껴진다. 물론 그 끝에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도 있지만, 여전히 진행중인 답답함이 존재하기도 한다.
대상 수상작인 #최은미 의 #김춘영 은 탄광촌의 여성을 주체로 한 프로젝트를 완성할 주인공인 김춘영, 마지막 구술작업에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며 생기는 에피소드
가정 스릴러 안에 희생되고 고통받는 여성 서사의 서늘함과 억울함, 돌봄과 이득의 형태에서 바라본 #강화길 의 #거푸집의형태 (너무 현실스러워서… 좀… 섬뜩했달까)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더더욱 조심스러워지는 모녀의 관계 내가 기억하는 것과 상대가 기억하는 것의 간극 속의 기괴한 일그러짐이 느껴진 #김인숙 의 #스페이스섹스올로지
눈먼 탐정이라 불러달라고 한 이와 나의 동행길의 이야기가 그려진 #배수아 의 #눈먼탐정 개인적으로 작가노트와 리뷰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좀 어렵다고 느끼는 작품일수록 리뷰가 재밌는 듯.
✴︎ 갑작스러운 혹은 갑작스러워 보이는 불행은, 다르 ㄴ종류의 불행도 예외는 아니겠지만, 사실상 매일매일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흰 두부처럼 잘린 그것을 임의로 한 조각씩 나누어 가질 뿐이다. 그것을 삶이라고 부른다. (198)
모르는 이의 장례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을 다녀온 그녀에게 일어난 일, 그리고 12월 3일의 일을 그린 #최진영 의 #돌아오는밤 최진영 작가님의 글은 말해 뭐해 그냥 좋습니다.
내겐 너무 중요하지만, 타인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일이 자신을 죽이고 있다는 동생, 그리고 그의 언니 영인의 이야기를 그린 #황정은 의 #문제없는하루
✴︎ 낙지가 조각나는 동안 손놓고 보기만 한 우리한테 무슨 악의나 적의가 있었겠어? 우린 그냥 다 같이 멍청했고, 그뿐이었어. 언니, 세상이 언제고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진다면 사람의 악의나 적의 때문은 아닐 거야. 그보다는 멍청함 때문일 거야. 보고도 아무렇지 않음, 그런 거 때문에. (311)
저마다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이라는 게 있고, 그 상황 속에서 마음에 와 닿는 글들이 있을텐데 나는 7편의 글 중 김혜진의 빈티지 엽서가 정말 좋았다.
삼십여 년의 결혼생활, 남편과 자전거 가게를 하는 여자는 그녀는 삶에서 사소한 정을 주고받는 일이 점점 드물어진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친절과 선의가 완성되는 건 어려운 거라고. 그런 그녀가 다니는 헬스장에서 한 남자가 자세를 알려준다. 그 남자와 정말 친절과 선의로 그 남자의 취미인 빈티지 엽서를 해석하는 걸 도와준다.
나는 이 소설에서 너무도 많은 포인트를 잡았는데,
1. 상실했다고 여겼던 나를 찾는 기분은 생각보다 짜릿하다. 나이든다는 건 상실과 정면으로 마주치는 것이라 그런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게 되는 느낌이니까,
2. 친절과 선의가 완성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그 값이 1+1=2가 될 수 없다는 것. 완벽하게 다른 타인끼리 그 값을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면 내가 1을 준다고 해도 상대는 나를 1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고, 1보다 위 혹은 아래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
3. 내가 속해 있는 상황이 제3자의 눈으로는 완벽하게 다를 수 있다는 것.
사실 뭔가 거창하게 적은 것 같지만, 좀 더 일상적인 걸로 풀어내자면 아이들이 원과 학교를 다니면서 생기는 인간관계 속에서 나의 선의나 친절이 너무도 쉽게 무시당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내 친절 이상의 친절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다. 내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의 주양육자가 나와 같은 성이 아니라서 아이가 친구의 손을 잡으면 나는 자연스럽게 손을 놓는다. 오해를 살까봐.
뭔가… 주저리주저리 길어졌는데, 소설을 읽는다는 게 이런 거 아닐까? 일상의 한 부분들을 소설 속에서 찾아내 맞아 그렇지. 라고 이해해보는 것. 나를 이해하고 타자를 이해하고, 나 중심의 세계에서 타인의 세계에서 나를 이해해보는 것. 이해가 안 되면 흘러가게 둘 수 있게 조금은 도와주는 역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