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 발레리 페랭 (지은이), 장소미 (옮긴이) 엘리 2026-05-27>


엘리 북클럽의 두 번째 책으로 읽은 #발레리페랭 의 #일요일에잊힌사람들

첫 페이지는 필리프 젤뤼크의 글을 인용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 늙었다는 것은 다른 이들보다 더 오랫동안 젊었었다는 것이다.

오르탕시아 요양원에서 3년째 요양보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스물한 살의 여자, 쥐스틴 네주. 쌍둥이 형제였던 아버지와 삼촌은 각자의 아내와 함께 탄 차 사고로 모두 세상을 떠났고, 쥐스틴은 사촌 동생 쥘과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아간다. 쥐스틴은 요양원에 있는 엘렌 할머니의 이야기를 하나씩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엘렌의 과거와 쥐스틴 자신의 현재가 두 개의 이야기로 교차하며 펼쳐진다. 엘렌의 삶부터 내 부모님의 삶,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 그리고 오래전 교통사고에 얽힌 비밀까지. 하나씩 밝혀지는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흡사 아침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두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되는 동안 솔직히 두 서사 사이의 연결고리가 조금 미약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엘렌의 이야기는 흥미로운데, 이것이 과연 쥐스틴의 이야기와 어떻게 이어질까 하고 생각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두 이야기를 연결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쥐스틴의 변화가 아니었을까.

쥐스틴은 그동안 낯선 이와의 하룻밤처럼 상대의 이름조차 궁금해하지 않는 피상적인 관계 속에서 살아왔다. 타인의 삶에도, 자신의 삶에도 더 깊이 들어가지 않은 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 쥐스틴이 엘렌의 삶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기록하기 시작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끝까지 들여다본다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상처와 사랑, 후회와 선택까지 함께 바라보는 일이 아닐까. 사실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타인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던 쥐스틴은 어느 순간 자신의 삶도 들여다보게 된 게 아닐까? 그동안 외면하고 모른 척했던 부모님의 사고와 그 사고를 둘러싼 진실. 엘렌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이 단순히 한 노인의 지나온 삶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었고,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과 마주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제목처럼, 일요일에 잊히는 사람들은 어쩌면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잊힌 사람, 혹은 스스로 자신의 삶에서 지워버린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기억해내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