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무늬동물들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21
하가람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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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무늬동물들 - 하가람 (지은이) 은행나무 2026-06-22>


소도시 무로. 12년 전 연락도 없던 동생이 나타나 2살 배기인 연오를 영선 이모에게 맡기고 사라진다. 그런 연오를 잘 보살펴 줬던 이모의 딸 세오 언니와 멸종위기동물원 ‘키키주‘에 있는 호랑이를 보러 가고 싶어 한다.
열여섯살 여름, 연오는 쓰러져 있는 ’웅’을 발견하고 하숙집을 하는 영선이모에게 데리고 온다. ‘웅‘의 존재에 연오는 점점 웅에게 마음을 열고, 웅의 몸에 잿빛 햇빛무늬가 번지기 시작한다.

유람선 사고로 목숨을 잃은 세오의 이모이자 동생의 아이를 키운 하숙집을 운영하는 영선이모, 부모에게 버려진 연오, 하숙생 중 한명인 네팔에서 온 이방인인 사가르, 사람이 된 호랑이 웅. 문자로만 적으니 그들의 서사를 명확히 규정하기가 어려운데, 개개인의 상실을 끌어안고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랄까.

각자의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누군가를 잃은 슬픔도, 버려졌다는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누군가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함께 하는 것.
너와 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어우러지는 소설이었다.

어쩌면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나는 언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는 예상대로 흘러가는 일이 별로 없으니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를 볼 때 마음이 놓인다는 영선이모, 세오 언니의 죽음 이후 말을 하지 않는 연오, 외국인인 사가르, 인간의 언어를 몰랐던 웅. 서로가 생각하는 각자만의 언어가 받아들여지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들.

언어는 때로 장벽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순간 그것은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되고, 결국 치유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 빛이 무늬를 남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림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 눈부심 뒤편에 드리워진 웅의 긴 그늘을, 나는 외면하고 있었다. (134)

빛은 그늘까지 껴안아야 하는 것. 그래야 하는 것. 이 소설이 말하려는 바는 이게 아니었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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