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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근심
마리아나 레키 지음, 장혜경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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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근심 - 마리아나 레키 (지은이), 장혜경 (옮긴이) 현대문학 20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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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초단편집이 잘 읽힌다.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그 안에 등장하는 관계와 상황들 사이에 나의 상상을 살짝 끼워 넣어본다. 그 과정이 은근 흥미롭다.
현대 독일 문학의 독보적인 이야기꾼이라 불리는 작가의 39편의 짧은 이야기는 일상의 슬픔과 불안들을 보여주는데, 결코 우울하거나 가라앉는 이야기가 아니다.
헤아릴 수 없는 불면의 밤에 나 말고도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 싶어진다. 내면의 불안에 흔들리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 또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하루를 살아가기도 하고. 응급실에 가지 않은 삶을 감사하게 여기게 될 날도 있을 것이고, 사소한 것 하나로도 마음이 조금 괜찮아지는 순간이 있다는 것도. 중요한 건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삼촌의 카우치. 그 위에 오래 남아 있었을 누군가의 시간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어떤 물건에는 어떤 사람들과의 기억이 얽혀 있었을까. 요즘 집 정리에 여념이 없는데, 물건을 버리기 전에 내가 그것을 얼마나 아꼈는지에 따라 남겨지는 것과 버려지는 것이 달라진다. 그걸 보면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시간은 쏜살같다. 며칠 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갓난아이였던 아이가 학교에 가다니. 정말 쏜살같다. 흐르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어 조금 아쉽다. 아마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누군가에게 불만을 말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 층간소음의 공포 같은 것들, 우정이 오래 지속되는 이유, 떠나갈 것이 무서워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는 여자(그것 역시 근심일 것이다. 상실이 무서워서), 누군가에게는 사소했던 친절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래 남는 친절이 되기도 하고, 전화 대기음으로 반복되는 ‘엘리제를 위하여’를 들으며 기다려 본 적 있는 그 순간들까지.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아주 다양한 장면들을 보여준다. 말 그대로 근심들, 불안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들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괜찮다고,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 “그래도 자신을 무조건 사랑하면 아마 안팎으로 트집을 덜 잡긴 할 거예요.” (84)
✴︎ 겸사겸사 베푼 잠깐의 친절이 아주 오래 갈 수 있듯, 안타깝게도 잠깐의 불평 역시 오래갈 수 있다. (101)
✴︎ “결정의 옳고 그름은 결과로 정해지지 않아요.” (244)
#온갖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