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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나의 얼굴을 - 제2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
임수지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1월
평점 :
<잠든 나의 얼굴을 - 임수지 (지은이) 은행나무 202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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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으로,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는 소설이었다.
✴︎ 눈을 감으면 나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어째서 안 되는가, 왜 불가능한가, 내가 이렇게 여기 있는데, (…) 눈감은 나의 얼굴을 상상해보고 그 얼굴은 왠지 실제와는 다를 것 같다는 생각. (…) 실제의 나는 어떤지 모른다. 잠든 나의 얼굴을 사진으로 남긴 적 없다. (9)
나진은 고모의 연락을 받아 할머니 집으로 간다. 짧으면 3일이지만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고모, 스노보드를 타러 간다고. 가정폭력으로 인해 엄마와 함께 살 수 없는 나진은 할머니네 집에서 산지 10년, 그리고 떠나온 지 10년. 오랜만에 간 할머니네 집에서 떠올리는 시간들,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들.
할머니의 막내 딸인 고모인 희라, 고모에 대한 기억. 엄마와의 기억, 학창시절.
소설 속에서 오래전 나를 발견한다. 덤덤하게 서술된 글들은 나를 자극시키는 게 없는데도 과거 한 켠에 덮어두고 묻어둔 감정들을 불러 일으킨다.
엄마. 아빠의 부재 속에 할머니네 집에 살면서 길러진 나진이 처음 친구를 데려간 날 낙지까지 넣으며 떡볶이를 해준 할머니. 할머니의 서툰 사랑이 코끝을 잠시 시리게 하고, 친구 경은이 머리를 커트해주는 모습에서 나의 안부를 물어주는 이의 고마움, 알을 주고받던 친구들이 부러웠던 타 통신사를 쓰던 내가 떠올랐다. 그리고 왜 너 얘기를 안하냐고 물었던 누군가의 얼굴도 떠오르고,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것들이 예전엔 미처 몰랐던 감정들을 다시 한번 생각이 난다. 이런 걸 꺼내주어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시절의 나를 달래주려고 소설을 읽는 거다. 소설은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자신만의 치유와 성장이 그려지니까 사랑하는 게 아닐까라고 느낀 소설이었다.
✴︎ 그냥 가끔 그런 생각 할 때가 있어. 내가 조금 다른 나였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122)
✴︎ 문득 고모는 내게 말했다. 어디든 많이 가봐. 멀리도 가보고. 오래도 가보고. 너는 그럴 수 있으니까. (258)
✴︎ 삶은 상도 벌도 아니야. 삶은 그저 삶. (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