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젓한 사람들 - 김지수 (지은이) 양양하다 2025-06-15>♡ 전에 #필사는도끼다 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감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좋은 문장이란 그것만으로도 벅차게 다가올 수 있다는 걸, 고요한 손놀림 속에서 깨달았었다. 그래서 저자의 이 책을 보자마자 서평단을 신청했다. 필사는 도끼다가 엄선된 문장을 필사할 수 있는 물리적인 즐거움이 있었다면, 이 책은 그 문장들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깊이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가 김지수가 만나고 기록한 14명의 인터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그 안에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오래도록 자기만의 세계를 지켜온 사람들의 ‘의젓한’ 태도가 짙게 깔려 있다. 한 가지 분야를 (적어도 여기서는 “업”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꿰뚫은 인생으로 인터뷰어의 정제되고 깊이 있는 질문과 인터뷰이의 응답이 만들어내는 통찰력과 지혜. 그래서 이 책은 귀하고 귀하다. 아마도 내가 평생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를 사람들의 단단한 사유를 이렇게 곁에 둘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이 내놓은 생각의 조각을 오래 들여다보고, 나만의 호흡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다. 그것만으로도 책은 한 사람의 생을 데려다 준다.이 책에도 필사집이 함께 있다. 좋은 문장은 그냥 지나칠 수 없기에, 다시 한번 손끝으로 꾹꾹 눌러 적어본다. 그렇게, 그들의 생각을 내 언어로 옮기는 사이, 나의 세계도 조금은 더 단단해지는 기분이다.✴︎ “자기 언어, 자기 세계를 갖는다는 건 힘겨운 투쟁이에요.” - 작곡가 진은숙 (p.91)✴︎ “나의 정체성과 자아감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비용과 혜택’ 이상의 것입니다. 선택이 고민될 때는 그냥 ‘나다움‘의 규칙을 따르세요.” - 경제학자 러셀 로버츠 (p.216)✴︎ “기억은 전부이면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아이러니를 받아들여야 해요.” - 신경과학자 리사 제노바 (p.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