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은 방 둘이서 2
서윤후.최다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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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방 - 서윤후, 최다정 (지은이) 열린책들 2025-05-20>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두 사람이 함께 쓰는 에세이 시리즈이다. “방”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쓰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니, 나의 방을 내내 생각하게 했다. 결국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남의 글과 언어를 통해 나의 글과 언어를 확장시켜 내 세계를 보고 타인의 세계를 보는 일이기도 하니까.

한문학자인 최다정 작가의 글에서 문인 이덕무에 대해 나오자마자 하트를 살포시 그렸다. 간서치라며 책만 보는 바보라 불리웠던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이 책 좋을 거라고 확신했다.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한 부분에서 의자에 대한 같은 마음, 다른 표현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내 방에 없어도 되지만 있는 것들에서는 귀여운 잡동사니의 것들이 마치 내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마냥 친밀함이 느껴졌다. 어쩌면 나는 추억을 수집하고 있다고, 내 잡동사니에 여러가지 추억을 가득 담아 앞으로 살아갈 미래에 따뜻한 힘을 주고 있다고, 창문과 식물 이야기까지, 재밌다 재밌어.

최다정 작가가 말하는 조명, 내 방에 타인을 초대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 자취, 장(蔵), 가족, 그리고 서윤후 작가가 말하는 옥탑, 쓰기, 엄마, 기억력, 바람이 문을 세게 닫은, 들어갈 수 없는, 각인으로 새긴 방들, 아.. 참 좋았다.

가보지 못한 그들의 방을 엿봄으로써 과거 속에 납작해져 있던 내 방들이 하나하나 부풀려졌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방의 의미가 살아났다.

주말을 보내고 나면 월요일은 숨을 돌리는 시간이다. 내게 숨쉴 구멍을 만들어주는 내 도피처, 내 골방. 그 곳에서 나는 지나왔던 나의 방들과 여행지에서 만났던 수많은 방들을 기억한다. 공간은 추억을 함께 먹고 사니까.

책에서 나는 글을 읽었지만 “나”라는 사람의 방을 유영하고 온 기분이었다.

✴︎ 혼자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며 쌓은 감정, 읽고 쓴 책, 지어 먹은 밥 들이 모여 지금과 같은 모양의 나에게로 도착했다. (9)

✴︎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는 건, 소중한 것을 잃어 본 적이 있던 착오의 날들이 선사한 귀한 근력이다. 쓰는 일로 붙잡더라도 붙잡히는 것이 아니겠지만, 언어가 기억하는 존재의 윤곽은 해상도가 높은 편이다.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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