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
샬럿 버터필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라곰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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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 - 샬럿 버터필드 (지은이), 공민희 (옮긴이) 라곰 2025-05-08>


톰은 침대를 사러 왔다. 침대를 파는 여자는 넬이다. 그렇게 우연히 마주한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넬이 침대를 파는 이유는 곧 죽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월요일, 2024년 12월 16일에 죽는다는 예언을 들었다고 했다. 남은 6일 동안 그녀는 엄마, 아빠, 언니, 예언을 들을 때 함께 있었던 남자친구 그렉, 그리고 침대를 사간 톰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예언된 날, 5성급 호텔에서 가장 멋진 드레스를 입고 죽음을 기다린다. 눈을 뜬다. 12월 17일, 그녀는 여전히 살아 있다. 모든 걸 정리한 그녀는 가진 돈도, 돌아갈 집도 없다. 호텔비조차 내지 못한 채 도망친다. 그러다 호텔에서 우연히 전 남자친구 그렉을 마주친다.

넬은 19년 뒤에 죽는다는 말을 들은 순간, 자신이 살아갈 방향을 스스로 정해버렸다. 2089년에 죽는다는 그렉과는 이내 이별했고, 사랑이 깊어질 틈조차 주지 않은 채, 세상을 떠돌며 도망치듯 살아왔다.

그런 그녀가 그렉을 다시 마주하고, 끝내 외면해온 자신의 인생을 비로소 정면에서 바라보기 시작한다. 가족을 다시 만나고, 피했던 사랑과 우정 앞에 작지만 단단한 용기를 낸다.

그렉처럼 오래 살 수 있다고 믿었다면, 나도 그처럼 안정적으로 살았을까. 반대로, 38살에 죽는다고 했다면… 나 역시 넬처럼 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등장인물들이 현실을 직면하는 모습을 본다고 해서, 독자인 내가 ‘그래, 나도 직면해야지’ 하고 금세 바뀔 수 있다면, 아마 책을 읽는 사람은 반으로 줄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다는 건, 그저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그 인물의 마음에 조용히 발을 담그는 일이다. 그리고 나를,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를 그 자리에 조심스레 겹쳐보는 일. 어쩌면 나는 그런 방식으로 아주 조금씩, 0.001%씩 삶을 직면할 용기를 얻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계속 책을 읽는 건, 허구의 세계가 내 진짜 삶에 조그마한 빛이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아주 작고 간절한 희망 때문일지도.

이 책은 문득 문득, 보잘것없게 느껴지는 나에게 작은 힘을 건넨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그리고 이미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추천한다면,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가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여정 같은 소설이었다.’ 이 책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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