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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그녀를 지키다 -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열린책들 2025.03.20>
♡
이 책을 과연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프로병렬러인 내게 500페이지가 넘어가면 대문자P인간인 나는 마음이 급해진다. 그 마음이 무색할만큼 페이지를 덮고 너무도 뿌듯했다.
1986년, 미켈란젤로 비탈리아니는 수도원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다. 그는 1904년 왜소증을 가지고 태어났다. 아버지를 잃고, 12살의 나이에 석공 알베르토와 함께 살게 된 미켈란젤로(미모)는 어느 날 명문 귀족 오르시니 가의 저택에 일을 나갔다가, 하늘을 나는 것이 꿈인 소녀 비올라를 만나게 된다. 이후, 위대한 조각가가 되겠다고 다짐한 미모와 비올라의 삶은 점점 얽히고 깊어지며, 시대의 흐름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가 깊어지고 확장된다.
줄거리만 보자면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이 소설은 훨씬 더 풍부하고 치열한 세계를 담고 있다.
파시즘의 물결 속, 귀족 가문이 가진 권력을 지키기 위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 비올라의 두 오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계급, 외모), 그러나 예술을 통해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 사랑하는 이를 지켜내고자 하는 미모.
그리고 그가 진정한 예술가로 거듭나는 여정.
미모와 비올라 사이, 우정이라 부르지만 사실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던 감정.
그가 비올라에게 선물한 곰 조각상을 시작으로 그의 예술이 인정받음으로써, 오르시니 가문의 권위와 상징이 되어 이용당하면서도 스스로가 힘을 갖추며 지키고 싶은 것들을 본인의 방식으로 지켜내는 미모.
미모에게 진정한 ‘스승’이었던 메티,
그리고 귀족 가문과의 혼인으로 권력을 공고히 하려 했던 리날도 캄파나.
그들이 함께 짊어지고 있는 시대의 희생과 비밀,
숨겨진 피에타 상에 얽힌 진실까지, 이야기는 단순한 성장소설이나 사랑 이야기로 규정지을 수 없다.
한 단어, 문장을 씹고 뜯고 맛보는 즐거움이 엄청났다. 이 책 진짜 강추다...💗
✴︎ 트라몬타나, 시로코, 리베치오, 포넨테, 미스트랄. 나는 이 모든 바람의 이름으로 너를 부른다.” (p.618)
잡을 수 없는 바람처럼, 닿을 수 없었던 사랑.
하지만 그 바람은 어디에나 존재했다.
그리고 미모의 삶은, 비올라의 사랑으로 충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