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이 이어준 다섯 가지 기적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5월
평점 :
<책이 이어준 다섯 가지 기적 - 모리사와 아키오 (지은이), 이수미 (옮긴이) / 문예춘추사, 2025-05-15>
♡
여러 번 다녀왔던 일본 여행에서, 내겐 잊을 수 없는 풍경처럼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 지하철 안, 조용히 문고판 책을 읽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 물론,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곳의 공기는, 우리나라의 지하철과는 조금 달랐다.
나는 지하철을 타면 무심히 둘러본다.
책을 읽는 이가 눈에 띄면, 이유도 없이 가슴이 뭉근해진다. 그 순간, 이 세상에 아직 따뜻한 것들이 남아 있다는 걸 느끼는 것만 같아서. 괜히 반갑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나라. 그런 일본이기에, 책 자체에 관한 이야기들도 많다. 책을 매개로 이어지는 인연을 다룬 영화들도 자주 접할 수 있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도 본능적으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든 아버지를 위해, 단 한 사람만을 위해 쓴 이야기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소설가 스즈모토. 하지만 이후 그는 더 잘 팔리는 장르, 미스터리로 방향을 틀었고, 삶은 점점 가난해졌다. 아내와는 이혼했고, 사랑하는 딸 마이에게 양육비조차 제대로 건넬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그런 그에게, 과거의 따뜻했던 한 권을 떠올리며, 다시 비슷한 책을 써보자고 편집자 나오가 손을 내민다. 절망의 끝자락, 자신을 구원했던 바로 그 책처럼. 그리고, 그 책의 표지를 맡게 된 북디자이너 데쓰야. 그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이 책을 읽고 은퇴했지만 마지막으로 디자인을 하기로 한다. 또 한 사람, 아직 취업이 확정되지 않은 서점 점원 코코미. 그리고 그 서점에 찾아온 손님 겐타로.
그렇게 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작은 기적들을 만들어낸다.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책이 만들어내는 세계가 어쩌면 이렇게까지 따뜻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세상은 여전히 살 만한 곳이라는 믿음을, 다정하게 건네받았다.
특히 데쓰야와 그의 아내 시짱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독자였던 아버지 가즈나리와 아들의 이야기에선 웃고, 울고, 다시 웃으며, 그렇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가 좋다.
평범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내는 사람들.
그리고 그 일상을, 한 권의 책이 다정하게 껴안아 주는 순간들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개인적으로는 해피엔딩을 참 좋아한다. 이 책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