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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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은이), 이덕형 (옮긴이) 문예출판사 2025-02-20>


펜시고등학교 3학년인 홀든은 그만둔다. 사실은 쫓겨나는 것이다. 이것으로 이미 네 번째 퇴학인 그는 크리스마스가 시작되기 사흘 전인 토요일, 부모님이 알게 될 수요일, 부모님집으로 가기 전에 학교를 나와 뉴욕을 돌아다닌다.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느끼는 홀든의 생각들, 오래전 백혈병으로 죽은 동생 앨리에 대한 치유되지 못한 감정, 어른들의 위선, 허위 등을 보며 경멸에 가득차기도 한다.

호밀밭의 파수꾼, 정말 많이 들어봤지만 단 한번도 읽어볼 생각을 왜 하지 않았던걸까? 최근 #마이샐린저이어 라는 책을 읽다가(그 책이 호밀밭의 파수꾼이야기가 계속 나오기에) 아무래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든이 퇴학당하고, 여러 사람들과 마주친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드러나는 홀든은 너무나도 순수한 사람이라는 걸 여실히 드러낸다. 너무나 순수한 영혼이었기에 세상의 거짓과 위선들이 느껴지는 것이다.

기숙사의 룸메이트인 스트라드레이터가 자신의 오래전 친구인 제인 갤러허와 만났다는 이야기에 자꾸 제인을 생각하는 건 순수했던 만남을 가졌던 제인이 스트라드레이터에게 순수함이 없어졌을 까봐 무서운게 아니었을까?

뭐가 되고 싶은지 물어보는 동생 피비의 말에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홀든. 몇 천 명의 아이들이 있고, 어른이라곤 자신밖에 없는 곳, 낭떠러지 옆에서 아이들이 떨어질 것 같으면 붙잡아주겠다는 홀든. 바보 같은 짓인지 알면서도… 이것이야말로 순수 그 자체 아닐까?

그러나 순수함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생살을 드러내고 살아갈 수 없다는 말이다. 피부라는 것이 생살을 보호해주기에 살아가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가는 건 여리디 여린 생살로 살아갈 순 없으니까 점점 두꺼워지는 피부를 갖게 되는 삶인 것이다. 그 피부를 통해 나를 지키고 타인도 지켜내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한 비판도 꽤 많던데… 나는 비판보다는 이해할 수 없었던 나의 청소년시절,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내 마음이 왜 그랬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나 역시 생살을 드러내고 수많은 딱지가 생기고 아물면서 지금의 내가 되었겠지. 그 흉터들을 인정한다. 이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누구나 홀든의 시절이 있었고, 다양한 인간군상이 되어감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제는 순수함이 거짓이 위선이 마냥 좋다 나쁘다를 칭할 수 없다는 걸 안다. 이 명제를 마음에 새기고 이 책을 읽다보면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누구나 홀든이었던 시절도 그리고 그걸 지나온 어른이 되었음을 알 것이다. 어떤 사람으로 살지는 각자의 몫이다. 물론 좋은 어른이 옆에 있어야 한다는 것, 그걸 찾고, 알아보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는 걸.

✴︎ 그는 지독한 사기꾼이었다. 그는 지독한 속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가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놈은 자신의 연주가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닌지조차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의 죄만은 아니다. 정신을 잃은 듯 박수를 치는 저 바보들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들은 기회만 있으면 누군든지 망쳐버리는 존재들이다. (132)

✴︎ “지금 네가 뛰어들고 있는 타락은 일종의 특수한 타락인데, 그건 무서운 거다. 타락해가는 인간에게는 감촉할 수 있다든가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런 바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장본인은 자꾸 타락해가기만 할 뿐이야. 이 세상에는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자신의 환경이 도저히 제공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네가 바로 그런 사람이야. 그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환경이 자기가 바라는 걸 도저히 제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단념해 버리는 거야. 실제로는 찾으려는 시도도 해보지 않고 단념해버리는 거야. 내말 알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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