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을 거두는 시간
이선영 지음 / 비채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물을 거두는 시간 - 이선영 (지은이) 비채 2024-11-27>


대필작가이자 이혼한 나는 외가식구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엄마의 여동생으로 이모이자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오선임에게 자서전 작업을 의뢰받는다. 타인에게는 이모의 그림자이자, 이모에게는 평생의 반려자, 이모의 아들 형서에게는 학습지 교사였던 짱가이모로 인해 엄마의 자리를 놓고 살아야했던 이모. 자서전작업과 함께 교통사고로 오래전에 사망한 고등학교 친구 수진의 물품을 전달하라는 명을 받았다는 유품정리사 민혁이 찾아온다. 그 일을 통해 자신이 망각하고 살았던 과거의 그물이 서서히 올려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나의 과거가 생각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완전히 잊고 있던 것이었다. 내 초등학교 졸업 앨범에 내가 도려낸 누군가가 있다는 것. 꽤나 친했던 아이지만, 너무 싫었졌던 아마도 그 마음은 너를 영원히 내 인생에 지워버리고 싶어? 정도의 미움이 있었던 게 아닐까? 내가 그 아이를 사랑의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다. (이 책은 동성에게 사랑의 마음을 느꼈던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에) 그건 차치하고 과거의 기억들이 과연 정말로 맞을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 맞을까? 나는 미움과 혐오의 기억으로 남은 것들이 과연 맞을까? 라는 의구심을 들게 했다.

우리는 과거 속의 기억들이 마치 오답이라는 건 없다는 듯이 군림하여 그 인간의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 과거의 기억들이 과연 서로가 같은 기억으로 남고 있긴 한걸까?
나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내가 피해자를 자처하고 상대를 악인으로 남겨둘 자격이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 망각의 바다에 그물을 던져 잊힌 기억을 건져 올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감정의 맨 밑바닥에 찜찜함이 남아 있었지만 그게 무엇인지 정확하지 않았다. (223)

✴︎얼마나 수진이를 지워버리고 싶었으면 이토록 기억이 파편적일 수 있는 걸까.(2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