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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은빛 눈
이요하라 신 지음, 김다미 옮김 / 비채 / 2024년 6월
평점 :
<8월의 은빛 눈 - 이요하라 신 (지은이), 김다미 (옮긴이) 비채 2024-06-19>
ෆ⃛
작가의 이력이 과학자이자 소설가이다. 사실 과학자의 글이라고 하면 일단 앗…하고 멈칫하게 된다. 아무래도 과학적 소양이 부족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근데 이 작가의 글 너무 좋았다.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을 쓰다니, 뭉클하고 좋았다. 개인적으로 완전 호였다.
주인공 모두 너무도 평범하고, 혹은 꿈을 꾸었으나 좌절했고, 좌절하고 있고, 거창하게 뭔가 이룬 것은 없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내고 있지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한 사람을 만나 다음 단계로 스텝을 밟을 수 있는 가는 그 과정이 참 좋았다.
#8월의은빛눈 _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 못하는 취준생인 호리카와. 번번히 떨어지는 그가 외국인 노동자 응우옌을 만나고 다단계가 분명한 일을 하는 기요타의 고객 모집하는데 알바로 도와주는 일을 하면서 깨닫고 자신의 꿈에 나아가는 모습을 마치 20대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던 내 모습같아서 집중하고 읽었다. 보여지는 것이 중요했던 날들, 내 속을 치장하고 감추었던 날들이 떠올랐다.
#바다로돌아가는날 _자신을 주인공으로 두고 살지 않은 엄마 가호, 싱글맘으로 살고 있는 가호가 한발 나아가게 만드는 에피소드에 마음이 울컥했다. 어쩌면 나도 가호처럼 삶의 주인공이 나라고 생각하고 살지 않았던 때들이 생각나서였는지도.
#아르노와레몬 _ 전서 비둘기를 소재로 삼은 이야기로, 이제는 꿈을 잃고 그 꿈으로 인해 가족과도 멀어지게 되었지만 다시 전서비둘기처럼 원래의 목적지로 돌아갈 수 있을까, 뭉클했단 말이다… 뻔한 전개 같지만 전혀 뻔하지 않았던….
#빛을집다 _내용과 상관없는 듯 상관있는 듯, 정성이 담뿍 담긴 오하기… 나도 먹어보고 싶었다.
#10만 년 뒤의 서풍 _후쿠시마로 향하는 길에서 잠시 길을 멈추고 연을 날리는 이를 본다. 그와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는데, 그 이야기가 좋다. 정말.
과학적 지식들이 많이 들어가서 쫄았던 것과 다르게 정말 산뜻하게 감동적으로 읽었다. 이 작가 이름 기억하고 있어야지. 이게 서포터즈의 묘미다. 너무 늦지 않게 #달까지3킬로미터 도 읽어야겠다.
🔖 인간의 내부도 층 구조와 비슷하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딱딱한 층이 있는가 싶으면 그 안에 여린 층. 차가운 층을 파고 들어가면 펄펄 끓는 층. 그런 식으로 층층이 몇 겹으로 이루어져 있겠지. 한가운데의 심이 어떤 것인지는 의외로 본인조차 모를지 모른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표면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 그 사람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안쪽 깊숙이 어떤 것을 감추고 있는지.
🔖 “어쩌다라는 거 진짜 대단한 거구나. 어쩌다 아는 사람한테 소개받아 여기서 50여 년, 학자도 화가도 아닌데 고래 그림을 여든 세 장이나 그리게 됐으니까.”
🔖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머리 모양에 비슷한 화장을 해도, 그런 여자들 안에 들어 있는 건 제각각이라는 거요. 여자들이 다 ‘보통’이라는 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환상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