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일기
서윤후 지음 / 샘터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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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일기 - 서윤후 (지은이) 샘터사 2024-03-22>

시는 내가 좀 어려운 장르지만, 시인의 글은 너무도 매력적이라는 걸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시인의 산문을 읽다가 읽다 보면 언젠간 시가 내게 와닿는 날이 있지 않을까 싶다. 

평소에는 고전과 소설을 즐겨 읽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나온 단어들이 포근했다. 소설에서 읽는 단어들은 놀이공원에 가서 몽실몽실하게 부풀어 오른 솜사탕을 먹는 느낌이라면, 시인의 글(시, 산문 전부 포함)은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 압축시켜 놓은 솜사탕을 먹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시는, 어쩌면 인공지능의 범주에서 가능한 영역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믿고 싶지 않은 쪽에 더 가깝다. 눈빛, 온기, 손그늘, 어깨동무, 뺨, 비스듬히, 부드러움, 솜털, 보조개. 그런 것들은 인간이기에 켤 수 있는 감각이기 때문이다. (55p)

시인의 일상을 엿보고,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엿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시와 시인은 내게 너무나도 먼 감각이라서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함이 좀 앞선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은 사실은 사람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신의 말이 어디론가 가 닿아서 상처가 될까봐 고르고 고심하는 사람들이라고. 내게 이 책은 그렇게 느껴졌다. 

🔖 작품을 빗물 고인 웅덩이 삼아 자신의 얼굴을 드리우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좋다. 책이든, 사람이든 그 진심 앞에 서서 나 또한 내려다보는 나의 일그러진 얼굴을 비추고 싶으니까, 그렇게 하면 정말 진짜가 무엇인지 알수도 있었으니까. 희망은 견줄 수도 없을 만큼 얇은 실처럼 늘어져서는 끊어지지도 않고 이어진다. 끊어지지 않는 것은 내가 이어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종잇장처럼 얇게 흔들리고 뒤집히는 순간들을 퍼덕이며 균형을 잡는 순간에도 나는 수백 번도 만나보았던 처음과 홀로가 된다. 낯설게. 낯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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