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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김달님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김달님 (지은이) 미디어창비 2023-09-12>
-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 그건 서른에도, 마흔에도, 여든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다짐 같았다.
- “저게 느티나무거든요. 신기한 게 자세히 쳐다보면 나뭇잎들이 한번에 안 핍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꼭 한번에 다 피는 것 같잖아요. 그런데 제가 보니까요. 나뭇가지 하나에서 잎이 먼저 피고, 그다음에 다른 가지에서 핍니다. 어떤 나무는 열흘도 차이 나고 그래요.“
- 내가 아는 서울의 근사함은 그동안 ‘정’이 보여준 것들이구나. 이렇게나 많은 장소를 다녔다니, 많은 기억이 쌓였다니. 새삼 그런 생각에 마음이 미어졌다. 그리고 그러한 근사한 장소를 배경으로 걷고 먹고 웃는 ‘정’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더한 날들이 우리에게 펼쳐질지 알 수 없었던 보통의 날들. 그런 보통의 날들로,
- 어떤 여행은 기분으로 남는다. 다시 한번, 가져보고 싶은 기분으로. 방콕을 떠올릴 때면 사람은 자신이 느껴본 기분을 그리워하기도 한다는 걸 깨닫는다. 앞으로 더 먼 곳을 가더라도, 그곳에서 더 멋진 공연을 보더라도 같은 기분을 가질 순 없을 것이다. 우리는 몇 년 전의 나, 몇 달 전의 나, 며칠 전의 나와도 조금은 달라진 나로 살아가니까. 그래도 그때 그 순간이 영영 남는다는 건 얼마나 다행인 일인지.
- 이제는 네가 기억하는 것들이 너를 지켜준다는 것을.
- 결국 내가 쓰는 이야기는 모두 내게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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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좋은 에세이를 만났다.
소설을 아주 많이 편독하는 내게 서포터즈의 자격으로 에세이를 읽을 때가 있다.
사실, 이제와서 말이지만
읽으면서도 생각보다 별로라서 꾸역꾸역 끝까지 읽은 책도 있지만,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와 에세이, 괜찮네. 다음에도 도 읽어볼까?’를 다짐하게 있던 책들이 있다.
이 책은 명확하게 후자였다. 뿐만 아니라, 이전에 창비서포터즈로 받았던 이향규의 #사물에대해쓰려했지만 도 굉장히 좋았다.
이번에 읽은 에세이는 저자가 인터뷰를 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글을 쓰며 든 생각들,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면 담담하게 털어놓는 이야기들, 친구들과의 일들,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의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마음을 따뜻하고 뭉클하게 하는 이야기가 가득차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에는 또 그렇게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내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10,20대 때 몰랐었던 그 감정들이 (혹은 경험하였어도 세상을 참 순진하게 바라봤던 마음들로) 이제는 가슴저미게 아픈 이야기들이었다. 그 가슴저미게 아픈 이야기들 속에서도 사랑이 가득했다.
에세이도 읽다보니 내가 어떤 결의 에세이를 좋아하는지 알게 되는 것 같다. 때묻지 않은, 가식이 없는 글. 멋드러지게 쓰려고 하지 않는 글. 담담하게 활자화된 글에서 나는 또 그렇게 감동을 받았다.
필사도 하려고 플래그를 붙여놨다가 필사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중간에 멈추고 서둘러 서평을 올려본다.
에세이 싫어하는 사람으로 이 책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