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안보윤 외 지음, 이혜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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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하는 소설 - 안보윤, 서유미, 서고운, 최은영, 김숨, 김지연, 조남주, 김미월 (지은이), 이혜연, 김선산, 김형태 (엮은이) 창비교육 2023-09-01>

- 너는 그게 선의라고 생각하지? 돌아보고 미적거리고 자꾸 여지를 남기는 거. 이 세상은 공평해. 네가 선을 가지면 저쪽이 악을 가져. 네가 만만하고 짓밟기 좋은 선인이 되면 저쪽은 자가 멋대로 굴어도 되는 줄 안다고.

- 우리의 근간은 서비스직이야. 거기까지만 생각해. 

- 아무 의심 없이 대할 수 있는 존재가 내 앞에 있다는 거. 그래서 내가, 아직 상냥한 채로 남아 있어도 된다는 거. 그게 나한테는 정말 중요해.

- 시간이 지날수록 집은 낡고 지저분해지는데 보증금이나 월세가 계속 오른다는 게 이상했다. 

- 서른한 살이나 되는데 월세 10만 원, 보증금 1000만 원 인상에 삶이 휘청거리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 셋이란 이런 거구나. 미주는 종종 자신이 주나와 진희의 특별한 관계에 딸린 부록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둘의 관계에는 미주가 개입할 수 없는 단단한 지점이 있었다. 그 마음을 이야기했을 때 진희는 자기야말로 그런 생각을 했다고 대답했다. 

- 무엇을 이루고, 어떤 일들을 경험하고, 보다 나은 인간이 되는 일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게 된 것은. 자신에게는 앞으로 다가 올 시간을 누릴 자격이 없다는 믿음이 마음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은. 그저 시간이 흐르기만을 열여덟 미주는 바라고 바랐다. 

- 우리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각자의 우산을 쓰고 작 별 인사를 나누고 뒤돌아 걸어간다. 그렇게 걸어간다. 

- 나는 기영이 판정관이나 심문관처럼 굴지 말고 그냥 내 이야기를 들어 줬으면 했다.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줬으면 했다. 팔짱을 끼고 어디 책잡을 데가 없나 따져 보기 전에 일단 경청부터 해 줬으면 했다. 실수 하나에 나를 의심하지 말고 우선은 믿어 줬으면 했다. 

- 카메라가 있고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제 처지가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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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의 작가가 이야기하는 공존이 필요한 이들에게 결국은 함께여야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개인적으로 서유미의 ‘에트르’, 최은영의 ‘고백’, 김 숨의 ’고용한 밤, 거룩한 밤‘, 조남주의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가 재미있었다. 

어쩌다 보니 계속해서 아르바이트 인생을 하게 되었고, 계약직 직원이지만 이달의 우수사원이 되어 해외여행과 경품을 받고 싶었지만 해고되었고, 절친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고서 무너진 관계, 터져버린 보일러 냉골에서 개 따위는 절대 안고 자지 않을거라는 할아버지, 자신이 힘들게 이뤄놓은 학원 옆에 치매 요양건물이 생길거라는 거에 반대하는 그녀에게 닥친 엄마의 병까지..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버무러져 있다. 

머리말에 “우리는 누구나 약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나이, 학력, 직업, 거주지, 건강 상태는 변하는 것이고, 이런 조건에 따라 약자로서의 정체성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현저히 부족합니다. “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인생은 자랑할 것도 없고, 자랑해서도 안 되고, 내가 지금 처지가 좀 좋다고 자만해서도 안되고, 현상황이 힘들다고 너무 쳐져 있지 않아도 된다고. 뭔가 필요없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결국은 누군가에 대한 비교우위를 따지면서는 공존이 되지 않는다는 걸, 타인을 존중하고, 스스로를 존중하며 살아야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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