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은 없고요?
이주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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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없고요? - 이주란 (지은이) 한겨레출판 2023-04-30>

- 사람이 간결해서 좋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의 나는 상대방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먼저 나서서 무리를 하곤 했는데.

- 나는 내가 어느 날 태어난 이후로 줄곧 빗물을 맞으며 살아왔다는 것이 싫었고 앞으로도 계속 빗물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 싫었다.

- 우리는 가졌던 것을 잃었다기보다는 원래 없는 사람들이었고 삶 속에서 어떤 이야깃거리를 발견하는 것조차 버거웠던 듯하다.

- 나는 아줌마가 대단하긴, 슬프긴, 하면서 자주 쓰는 ‘긴’ 화법이 좋다. 그 뒤에 생략된 말들이 좋기 때문이다.

- 그렇게 차가운 걸 빈속에 먹으면 좋지 않다구요. 우리 건강하게 오래 살아요. 다정한 타박을 듣고 싶다, 생각하면서.

- 누구도 켜지 않았으므로 당연한 일이었고 그러자 누군가 켜주길 바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 조용히 살지 않아도 되는데 조용히 사는 거랑 조용히 살아야 해서 조용히 사는 것은 다르니까 체념하자.

- 사람이 다 다르다는 것이 가끔은 무섭게, 그래서 외롭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만큼만 타인을 이해할 수 있나요?

ꕤ 책을 다 덮고 나서야, <별일은 없고요?> 라는 제목이 이 책을 관통하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일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표시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안부를 묻겠는가, 나는 종종 생각한다. 안부를 묻는 행위는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냐고, 그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라고. (사랑이 남녀간의 사랑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 세상의 사람을 향한 모든 사랑의 개념으로 말이다.)

일상의 것들을 평범하게 누린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작가의 단편 소설들의 조각이었다. 그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추면서 서로가 다른 모양을 하고 있지만 얼추 맞추어지면서 마음에 이정도면 잘 맞췄어.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볼만해 라고 알려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잔잔하지만, 뭔가 모르게 울컥 다가오는 감정들이 있다. 임팩트 있는 사건이 있는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내가 갖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다시 한번 반짝거리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었다.

📌 나는 호박죽을 데워 먹었다. 그러다 갑자기 눈물을 조금 흘린 것은 호박죽이 너무 맛있어서도, 무언가가 슬퍼서도 아니었다. 아줌마가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의 모든 것을 내가 지금 나눠 받고 있다는 무자비한 따뜻함 때문이었다.

이 문장이 이 책에서 가장 오랫동안 눈에 머물러 있었다. 마음에 머물러 있었다. 이 책은 이러한 온기로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씩 데펴주는 느낌이었다.

오늘,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께서는 “별일은 없나요?”

다정한 안부를 건네어 보고 싶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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