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 언어치료사가 쓴 말하기와 마음 쌓기의 기록
김지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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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 김지호, 한겨례출판/ 2023-02-20, p,296>

- 뭐든 처음이 힘들잖아. 그럴 땐 우리가 그 ‘처음’뒤에 줄줄이 세워둔 것들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볼 일이야. 어서 계산을 마치고 카운터를 통과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처럼 등 뒤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그것들 말이야. 혹시 그런 성급함과 중압감이 첫걸음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 “대화가 전혀 되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하죠?”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씀드린다. “먼저 아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면, 가장 가까운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하거나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게 한 경험이다. 1차적 인간관계인 가족을 장애물로 인식한 아이는 회피 혹은 공격적인 행동을 키운다. 당연히 사회성이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

- “홍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스케줄에서 빼시고, 혼자 있는 시간을 보장해주시고, 혼자 하겠다고 하면 안 될 게 뻔하더라도 지켜보세요. 홍이에게 실패할 기회를 주셔야 합니다. 실패에 익숙해져야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홍이는 홍이, 엄마는 엄마, 아빠는 아빠가 되어야할 때라고 생각해요.”

✿ 언어치료사로 의사소통 장애를 겪는 아동, 청소년, 성인과 만나는 일을 하고 있는 저자의 2007년 가을부터 2022년 겨울까지 만났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는 태어나고 일정 시간을 지나오면서 언어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원하는 바를 표현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되기 어려운 이들이 있다는 걸 또 이렇게 새삼 알게 된다.나의 관계가 협소하기도 하고, 비율적으로 따져봤을 때 장애인보다는 비장애인이 많기도 할 터이다. 그래서 접해 본 이 이야기들에는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러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초등학생 때 뇌종양이 발견된 은이, 초기에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다면 다른 모습일 터인데 종교인인 은이 아버지의 비의료적인 방식으로 그 시기를 놓쳐 신체적, 언어적 능력이 소실된 이야기는 왜 이렇게 속이 상했을까.. 게다가.. 그 아이와 수업을 한지 만 3년 가까이 진행되었을 때 갑자기 하늘나라로 가버린 아이.. 언어치료사 생활을 하면서 마주친 세 번의 죽음 중 가장 처음인 이 죽음에 비로소야 이별하자는 저자의 아이에게 보내는 담담한 편지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자폐성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과제를 수행하게 하다가 거부행동이 본격화되고, 아이가 적대적 행위를 결국 ‘사람’에게 향하게 되고 폭력이 이어지고, 이 행동이 또 다른 폭력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이 마지막에는 무기력의 단계로 가는 화니의 이야기는 문득 정인이 사건이 떠올랐다. 어린이집에서 공개한 cctv속의 무기력한 아이 모습이 떠올라 언어의 부재로 인한 침통함이 느껴졌다.

저자가 라포형성을 위해 아이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아이의 곁에서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과정이 결국은 그 아이들도 모두 똑같은 아이일 뿐, 똑같은 신뢰와 공감을 쌓고 포용력 있는 마음으로 받아주어야 한다는 걸,

상담자의 부모가 “나중에 우리 죽고 나면 어떻게 될지가 제일 큰 걱정이에요. 누가 쟤를 보살피겠어요. 형이 있다고 해도 자기 가족들도 있고, 평생 동생 때문에 마음고생한 앤데 걔한테 떠안게 하는 거 자체가 가혹한 일이죠. 사실은 지금이 가장 좋을 때예요. 학교도 다니고 나라에서 지원도 해주고 할 때가요. 앞으로가 큰 일이죠...”
라는 이야기에는 발달장애인들은 학교를 떠나면 모든 지원이 끊긴다. 보육원의 아이들이 성년이 되면 모든 지원이 끊겨서 사회에 내던져지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장기적으로 지원이 될 수 있는 계책의 필요성을 느꼈따.

특히나 장애 아이의 보육 책임자가 90%이상이 아이의 어머니라는 거에는 씁쓸했다. 어머니와 아이만이 덩그러니 놓여진 있는 고립된 섬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저자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 속에 사회제도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점이 꽤나 많다는 것과 씁쓸하면서도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걸 느꼈다.

*하니포터6기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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