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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ㅣ 소설, 잇다 1
백신애.최진영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2월
평점 :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 백신애와 최진영, 작가정신/ 2022-12-20, p,260>
#광인수기
- 사랑한다는 것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자꾸 변해진다고요? 참 잊어버렸군,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랑이란 영원한 것이 아니고 찰나가연장해가는 것이니까 이 순간 아무리 사랑하지마는 다음 순간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라지요.
#혼명에서
- 나의 괴로움은 이것이었어요. 나에게 이혼한 여자란 불명예를 회복시키라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첫째 방 안에서 나오지 말아야 하며, 세상의 기구한 억측에서 흘러나온 갖은 비평을 일일이 변명하고, 그리고 주위의 명예를 위하여 세상에 사죄하는 뜻으로 근신하여야 되며, 그리고 얌전스런 여인으로서의 본분을 지켜야 된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노을
- 우리는 다만 그러고 있기만 하면 그만입니다. 그 외에 다른 아무 욕망이 없었어요. 그는 어린아이처럼 되려고 애쓰고 나는 늙은 어른 같이 보이려 애쓰고,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잊고 함께 감격되는 이야기가 나올 때는 서로 뺨을 기대고 하였답니다.
#우리는천천히오래오래 #최진영
- 아주 흔해빠져서 다 아는 이야기 같은데도 막상 나한테 그런 일이 일어나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
- 순희씨가 웃어서 나도 따라 웃었다. 내가 간절하게 원하는 건 바로 이런 것.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보고 웃는 것. 비슷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 나에게 기쁜 마음을, 심심한 마음을, 힘든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 그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을, 외롭고 불안한 하루하루를, 망하고 계속 망할 뿐이라는 평범한 삶을 기꺼이 살아갈 수 있다.
#해설_ 흥미로운 점은 여자들의 광기가 발생하는 근원에 사랑이, 배신으로 인한 절망이든 매혹으로 인한 정열이든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세상이 정한 이름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감정의 에너지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출하지 못하게 하는 현실의 모순이 여자들을 미치게 한다.
🤍 아, 여자의 삶의 고달픔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광인수기, 혼명에서, 아름다운 노을은 백신애 작가의 글로 식민지 조선의 구속된 여성들의 삶을 여성의 언어로 그려냈다는평가를 받는 작가라 일컬어진다.
광인수기를 읽으면서 와.. 이 얼마나 미칠 수 밖에 없는 삶인가. 근데 어떻게 된 게 이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왜 이질감이 없고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걸 보니 아직 여성의 삶은 이와 다르지 않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혼명에서 역시 이혼한 여자이기에 주위의 시선에 충족해야 하고 복종해야 하는 삶의 애환이,
아름다운 노을은 젊은 미망인인 여인이 본인의 이야기를 하며시작한다. 16살 아들이 있는데 자신에게 구애하는 남자의 동생 정규에게 (아들보다 3살 많은) 사랑을 느끼는데…
그리고 최진영 작가의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는 아름다운 노을의 두 주인공이 뒤집어 진 듯한 20대 비정규직 알바생 정규와 40대 순희의 사랑이 그려진다.
최진영 작가의 에세이에서 #절반의가능성절반의희망 에서 아름다운 노을의 두 주인공을 여자와 남자의 사랑 이야기로 생각할 때 엄습한 단어가 가스라이팅, 스토킹 범죄, 그루밍 범좌, 데이트 폭력, 교제살인 ,디지털 성범죄, 불법촬영, 이십 대 여성 자살률…… 여자와 남자의 로맨스에는 위험한 요소가 너무 많다고 적었다.
나는 이 글을 보고 현 시대의 여성과 남성의 위치를 확 느꼈다왜 남녀가 이런 식으로 나눠지게 된 건지, 서로를 위할 순 없는건지 안타까움을 느꼈다. 책이 의도한 바를 내가 적확하게 잡아내진 못한 것 같았지만, 성별을 떠나 함께 할 수 있는 따뜻한 삶은 될 수 없는 것인가를 느꼈던 소설들이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랑이 가득한 소설이 다음 세대에 연결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