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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하는 정신 ㅣ 소설, 향
한은형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평점 :
<서핑하는 정신 - 한은형, 작가정신/ 2022-11-07,p,312>
-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난처하게, 하지만 비웃는 표정으로 보이지는 않게. 나는 엄마로부터 남들에게 미움받지 않는 표정과 태도를 교육받았다. 너의 마음을 사람들이 꼭 알 필요는 없어. 너만 알면 돼. 아빠랑 나 정도면 충분.
- 연말이라고, 크리스마스라고, 생일이라고, 첫눈이 온다고사람들이 문자를 보내오던 때가 있었다. 특별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게 예절이라거나 최소한의 인사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아무것도 수신되어 있지 않은 핸드폰을 보면서 그때를 잠시 그리워했다.
- 사람들의 발자국 위에 내 발자국을 더하며 걸었다. 걸어보니 알 수 있었다. 내가 발자국을 낸다고 사람들의 발자국이 지워지는 게 아니라 발자국이 더해질 뿐이었다.
- 저라고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어요? 그게 저니까 그런 건데 어쩌겠습니까? 저는 저일 수 밖에 없거든요. 나는 나일 수 밖에 없어요.
- 선생님, 파도는 어떻게 잡나요? ~ 우선은 잡힐 만한 파도를 잡으세요. 이따 배우겠지만. 큰 파도는 잡지 말고요? 지금은 작은 파도도 커요.
- 파도를 타기 전, 타는 중, 그리고 타고 나서의 변화된 삶 모두를 서핑이라고 말합니다.
- 가짜가 훨씬 정밀해. 그리고 열심히 해.
- 어디가서 만 원 한 장으로 행복을 살 수 있겠어? 스타벅스 굿즈 사는 사람들도 그래. 바보라서 사는 게 아니냐. 간편하게 행복을 사는 거지.
- 서핑하는 정신 뭘까? ~ 스스로를 위로하는 정신.
- 나는 보통의 사람이므로. 보통의 사람을 살기 위해 보통 이상으로 애쓰고 보통 이상으로 힘들어하고 보통 이상으로출근하기 싫어하는 보통의 사람. 보통으로 단순하고 보통으로 고뇌하고 보통으로 기뻐하고 보통 이하로 슬퍼하고 보통 이상으로 사랑을 느끼는.
- 파도는 한 번 더 밀려올 것이고, 이제 내가 타야 할 타이밍이었다. 파도가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었다. 희미하지만 저 물결은 파도였다.
🌊🏄🏻♀️ 물을 워낙에 무서워하는 나이기에 서핑은 해 볼 생각도 없었기에 서핑과 함께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기대하며 읽었다.
하와이에서 태어나 서핑에 완벽하게 둘러 쌓여 있었음에도 한번도 서핑하지 않았던 나, 그런 내가 유산으로 양양의 아파트를 받게 되고 서핑을 하려고 한다. 와이키키 하우스에서 서핑에 대한 이론수업부터 시작된다. 수중 생물 중 맘에 드는 걸로이름을 짓는다. 나는 미역, 다른 사람들은 해파리, 돌고래, 우뭇가사리, 상어 이름을 갖는다. 함께 선라이즈요가를 하며, 이론 수업을 듣고, 서로의 이야기를 한다. 단톡방이 생겨난다.
서핑을 하는 광경이 눈 앞에서 그려진다. 파도와 보드와 사람이 기본 요소인 서핑, 더 중요한 건 파도를 타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이게 사는 건가? 이게 사는 건가? 별 불만 없어 보이는 주인공의 말이 유난히 맴돈다. 우리에게 이게 사는 건가? 마치 나에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내내 현실의 우리와 너무 절묘하게 겹치게 느껴져서 위로받았다. 그리고 그녀가 속으로 생각하는 말들 왜 이렇게 공감되던지- 너의 마음을 사람들이 꼭 알 필요는 없다고. 너의 마음을 너만 알면 된다고, 요즘의 우리는 내 마음도 잘 모르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서핑의 정신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 같다.
파도를 타고 나아가는 모습, 일어서서 파도를 자유자재로 타는 그들의 모습이 눈 앞에 선연히 그려진다. 읽으면서 꽤 다정한 위로가 되었다. 정확하게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나의 감정을 책이 적어놓은 내 마음을 문장으로 깔끔히 정리할 수 있다면 좋겠다.
🔖 혹시라도 부딪힐까 봐 자전거든 킥보드든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피해 다녔었다. 나는 이제 그들의 발 포지션이 궁금하다.
#서핑하는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