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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평점 :
<외사랑 - 히가시노 게이고, 소미미디어/2022-09-27,p,704>
- 그들은 무언가를 되찾고 싶어 과거 이야기를 되풀이할 뿐이다.
- "인간이란 말이야, 절박하면 어떤 연기든 해."
- 우정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우선순위가 바뀌었을 뿐이다.
- "하지만 쿼터백 색은 좋아. 남의 눈치 안 보고 상대의 심장부를 향해 몸을 날리지. 수비라는 이름의 공격 아닌가. 그것만은 한번 해보고 싶었어."
- "미식축구의 장점은 공정함을 철저하게 지키려는 자세야."
-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집착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누군나 그런 것을 지니고 있다. 미쓰키의 마음이 남자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쉽게 얘기하지. 당신들만 봐도 인기도 없는 당구를 취재하러 올 마음이 생긴 것은 여자가 이길지도 몰라서잖아. 그게 더 재밌겠다 싶어서."
-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여는 거야. 형태는 상관없어."
- "평범한 여성이란 어떤 여성인가요?"
- "남자와 여자는 뫼비우스 띠의 앞뒤와 같아요."~. "남녀는 이어져있으나 어디선가 반드시 뒤틀려 있어요."
- "똑같이 생각하면 애당초 차별이라는 단어 자체가 머리에떠오르지 않지."
- "우리가 하는 일이 단순히 사물을 거울에 비춰 거꾸로 보이게 할 뿐이라고. 내용은 조금도 좋아지지 않았다고. "
*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히가시노게이고였다.
700페이지에 달하는 꽤 방대한 분량과 미식축구에 대한 전무한 지식도, 꽤나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거리들이 있음에도 하나하나 집중해서 읽으니 왜 이렇게 재밌는 것인가! 역시 히가시노게이고의 저력이 장난아니다.
오랜만에 꽤나 맘에 드는 히가시노게이고의 작품을 만났다. 근데 이 작품은 심지어 2001년 작품이다. 2000년대 초에 이렇게 시대를 앞선 생각을 할 수 있었다니, 역시 작가의혜안은 남다른가보다. 각설하고
데이토대학 미식축구부, 대학 졸업 후 도쿄도 안에 사는 사람들끼리 만나는 11월 세번째 금요일, 13번째 모임, 과거의 이야기에 빠진다. 모임이 파하고, 데쓰로와 스가이가 집으로 가는 길, 우연히 매니저였던 히우라 미쓰키를 만난다. 여자였던 그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가출 후, 지금 은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남자이며, 바텐더로 살아가고 있고, 그의 마음은 내내 남자였다고 고백을 한다. 또한 사에키 가오리라는 호스티스를 스토킹하는 남자를 죽이고 도망쳤다고 고백을 한다. 데쓰로의 아내인 리사코는 미식축구부의 또다른 여자매니저로 미쓰키를 지키겠다고 한다. 스가이가 하야타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 연락을 했다가 하야타는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데쓰로를 어떤 장소로 불러낸다. 그리고 시작되는 긴 이야기들.
이 이야기는 마치 털실 하나로 카디건이라는 물성을 만드는 과정을 보는 느낌이었다. 사건의 내막을 모르는 우리에게 처음엔 단순한 네모모양의 편물로만 보인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카디건을 완성시킨 후 감동, 재미, 교훈, 스릴이라는 마지막 단추까지 멋지게 달아 완성시킨다. 대학동아리의 미식축구에서 각자의 포지션으로 몸판은 쿼터백인 데쓰로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며, 팔은 타이트엔드였던 하야타가 정정당당하게 각자의 시작에서 엮어간다. 그러나 결론은 카디건을 완성하는 것이다. 따로 따로 떨어져있던 편물이 엮이며 하나의 카디건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나는 내내 숨죽이고 손에 땀을 쥐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읽어나갔다.
과연, 평범한 여성이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평범한 남성은 무엇일까? 성염색체 XX와 XY만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로만 나눌 수 있을까? 그럼 여성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남성과 남성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여성, 혹은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 혹은 반음양인 그들은 우리가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 흑과 백의 위치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들을 회색분자라 여기며 손가락질하고 비아냥거릴 수 있을까? 그들의 삶은 흑과 백에 위치하지 않기에 음지에서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책에서 남녀는 뫼비우스의 띠라고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뫼비우스의 띠 위에 있다고, 완전한 남자도, 완전한 여자도 없다고,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다고.
매력있는 인물들의 캐릭터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히가시노게이고의 저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