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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숨
김혜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깊은 숨 - 김혜나, 한겨레출판/ 2022-09-20, p,312>
- 자신이 아는 것을 상대방도 알고 있으리라는 확신이 인간관계에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 여경은 민수가 베푸는 친절이 격식인지 배려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고마움인지 소외감인지 또한 헤아릴 수 없었다.
- 오지 않은 미래가 두려운 까닭은 결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비극으로 끝난다 해도 결과를 알 수만 있다면 의연하게 그 한가운데로 걸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요가는 타인을 따라가는 길이 아니야. 지금 너보다 나은 사람처럼 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바로 너 자신이 되려고 하는 거야. 그게 바로 네가 말하는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 물은 그저 흐르는 액체인 줄만 알았는데, 이토록이나 아름다운 음악 소리를 내는 게 놀랍기 그지없었다.
- ”우리를 대놓고 혐오하고, 차별하고, 비난하는 그런 개자식들 말고, 우리를 혐오하지 않는 척하고, 차별하지 않는 척하고, 비난하지 않는 척하면서 조심스럽게 거리를 두는 지식인들이 나는 더 두려워. 그들은 티 내지 않으니까, 앞에서는 별말 하지 않고 뒤에서 역겨워하면서 남몰래 우리를 외면하고 차별하니까, 나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과 태도가 더 두려운 거야.
- 쉽게 깨진 것은 쉽게 치워버릴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삶은 그렇게 쉽게 깨지지 않아 어렵고 불편하게 다가왔다.
-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은 그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포기하고 견디는 과정에 지나지 않음을 나는 점차 깨달아갔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쩔 것이고 포기하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 술만 마시기만 하며 나를 때리는 그가 싫은 게 아니라, 그가 좋아하는 레드벨벳 케이크에 익숙해지는 나 자신이 싫었다. 내가 즐겨 먹는 음식이 레드벨벳 케이크가 되어버린 이 현실에 화가 났다.
- 나는 싸우는 대신 숨는 쪽을 택했을 뿐이야. 그것이 설사 비겁한 행동이라 할지라도, 타인에게 피해와 불편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나에게 가장 적합하고 편리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었어.
💚 개인적으로 #차문디언덕에서우리는 을 굉장히 좋게 읽어서 잔뜩 기대하고 읽었다. 단편소설인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좀 더 긴 이야기를 읽고 싶지만, 단편의 매력을 또 흠뻑 느낄 수 있었다.
7편의 이야기 중 <오지 않은 미래>, <레드벨벳>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사실 <오지 않은 미래>는 단편인지 몰랐다가 뚝 끝나서 헉 뭐지? 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이야기의 끝이 더 궁금해졌었다.
동화작가인 여경은 취미로 전통주 교육기관의 술 빚디 취미반에 등록한다. 거기서 알게 된 또래의 민서와 알게 되고,여경이 터키에 글을 쓰러 간다고 하자 민서는 자신의 남자친구 진수가 터키에 있다고 연락해보라고 한다. 그리고 잠시 만나게 되고, 한국에서 조우하게 된 묘한 관계- 남녀간의 뭔가 일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그 선에서 서로가 오해할 수도 있는 그 미묘한 선에서의 심리서술이 알 듯 말 듯하다. 간질간질하다.
<레드벨벳>은 30대 미혼인 여자인 수강생 나와 기혼인 40대 남자 영어 강사의 위와 비슷한 내용이 흐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그 선을 중심으로 아슬아슬한 이야기가 돋보인다. 아슬아슬하다는 (뭔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일어날 듯 말듯한 이야기라는) 느낌이다
굳이 나눠서 보통? 정상?이라는 범주 안의 이야기가 있다면 그 밖의 이야기가 세밀하게 묘사되고 이야기되어 진다.
<가만히 바라보면>의 트렌스젠더 잠, <아버지가 없는 나라>의 아진과 알랭, 그리고 아버지가 없는 나, 그리고 동성애자 엄마의 연인이었던 모니카, <코너스툴>의 코너스툴 서점의 주인이자 소설가를 꿈꿨던 김산호씨와 소설가 이오진 주류를 벗어난 비주류의 보통의 나날들, 상처를 견디고 일어나는 그들,
🖍️ “나 또한 그녀와 같이 이곳에 존재하며, 나의 존재를 이 세계에 내보낸 어떤 사람들도 나와 함께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
이 문장을 가장 핵심으로 잡고 싶었다.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의 이야기들, 깊은 숨을 한번 내쉬고 요가처럼 나 자신이 되어가는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