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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말들 - 인생에 질문이 찾아온 순간, 그림이 들려준 이야기
태지원 지음 / 클랩북스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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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말들 - 태지원, 클랩북스 / 2022-09-21>
- 이런 시선으로 본다면 장미는 단순한 꽃, 일시적 즐거움이나 육체적 쾌락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현재 누릴 수 있는다채로운 삶의 경험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인생의 저 너머 어딘가에 있는 멋진 삶을 꿈꾸다 우리가 놓치는 ‘오늘’을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행운과 불운, 좋은 일과 나쁜 일, 이런 식으로 단 두 가지 카테고리 안에 섣불리 욱여넣고 판단하지 않는다면, 인생의 다양한 사건이 다채로운 빛깔을 품게 되지 않을까.
- 무기력한 생각과 마음 때문에 아무것도 하고 싶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이루고 싶은 일의 단위를 잘게 쪼개거나 작은 성취감을 주는 소박한 행위에 집중해보는 것이 어떨까.
- 예컨대 ‘좋아요’나 구독자수, 댓글은 내 마음대로 할 수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새 글을 발행하면 생기는 ‘1’이라는 숫자는 내가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가 주도권을 쥔 숫자.
- 자아에 대한 비합리적인 기대치 대신 현실로 가는 버튼이필요하다는 걸 깨닫고는 왜곡된 렌즈로 나를 비춰보는 걸 멈췄다.
💚개인적으로 자기계발서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와 닿지 않는다. 그래서 안 읽는다. 그뿐이다. 읽으려고 시도해봤는데 오히려 더 깊은 동굴로 빠져들어가며 자기혐오를 느꼈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다.
근데 이 책 꽤 좋았다. 정확히 말해서는 자기계발서가 아니고 에세이인데도 자기계발서처럼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림으로 풀어내는 저자의 이야기가 자기계발서보다도 분명 내 마음에 와 닿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호아킨 소로야, <해변가의 아이들>을 보는데 웃음이 절로 났다. 올 여름에 다녀온 갯벌에서의 내 아이들을 본 것 같아서 너무 사랑스러웠다.
🖍️소로야의 작품이 감탄을 자아내는 까닭은 무엇일까. 단순히 그림 속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햇빛을 받아 대상이 반짝이는 순간, 그 짧은 순간을 포착해 화폭에 옮겨 담는 화가의 능력은 탁월하다. ~ 반짝이는 장면을 잡아내고 이어 붙여 삶을 편집하니 같은 상황이 다르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삶을 편집해내는 권한은 나에게 있음을 깨달았다.
나 또한 이런 연유로 나의 삶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sns에 보석처럼 만들어 놓는다. 내 삶을 내 스스로가 좋았던 순간을 편집해 놓는다. 힘든 순간, 위로가 필요한 순간, 내 스스로에게 꽤나 위로가 된다. 그걸 보다보면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
미술은 역사를 빼 놓을 수가 없는데, 중간중간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흥미롭고 재밌었다. 그림과 시대상이 반영되면서 흥미진진한 이 이야기, 이래서 그림을 읽고, 즐기나보다도 싶었다.
🖍️ 모네의 작품에는 검은색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네는 사물이나 풍경에 명확한 윤곽선을 사용하지 않고 빛과 그림자에 따라 달라지는 즉흥적인 인상을 담아내려 하였다. ~“사람들은 내 그림에 대해 의논하고 이해하는 척한다. 마치 이해해야만 하는 것처럼. 단순히 사랑하면 될 것을.”
클로드 모네의 그림을 보면 참 좋다. 그냥 좋다. 모네가 자신의 그림을 두고 사람들이 하는 평가에 위와 같은 일침을날렸다고 한다. 이 얼마나 멋진가, 우리는 모든 걸 이해하고해석하려고 한다. 그냥 좋아하는 것도 괜찮은 거라고. 그냥 구구절절 이야기를 쓰지 않아도. 좋아. 사랑해. 이 한마디가가장 중요한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나는 그림을 잘 모른다. 정말 모른다. 몰라서 무식하니까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름에서 가을을 넘어갈 때 나는 많이 울적해진다. 감정에 많이 휘둘려진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토해내는 건 나한테 맞지 않아서 그런지 자꾸 안으로 들어가다보면 결국 나를 갉아먹는다. 타인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냥 말없이 안아줄텐데 유난히 나한테는 가혹하다. 그리고 모진 말로, 남들에게는 입에도 꺼내지도 않을 날선 말들로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힌다. 이 책은 나에게 스스로에게 상처내지 말라고 보듬어주었다. 저자가 고3 때 문학시간에 들었던 이야기 중에 “너희가 살면서 마주치는 고민과 문제, 커다란 파도처럼 느껴지는 문제가 알고 보면 그런 거야. 일종의 잔물결 같은 거.“ 라고 내게 위로가 되었다.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가 이렇게 오랫동안 남아있기는 또 오랜만이라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