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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미술관 -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기울어진 미술관 - 이유리, 한겨레출판 / 2022-08-29, p,280>
- 예술이 돈과 권력을 떠나 독립하기는 너무나 힘들다. 예로부터 화가가 자신을 후원해주는 권력자와 그림을 구입해주는 재력가들의 도움을 외면한다는 것은, 직업 화가가 되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 '비정상적'인 존재들을 관람하며 자신이 '표준'이며 '정상'이라는 것을 확인받았다.
- 새삼 놀라운 것은 '부족한 인간'이라며 어린이들을 얕보았던 어른들이, 정작 어린이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할 때는 어른이나 다름없게 대했다는 점이다.
- 성인成人이란 낱말부터가 '사람이 된다'는 의미이니 역으로 생각하면 성인이 되기 전 어린이는 온전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니 오죽했을까.
🎨 에두아르 마네의 그림 <올랭피아>에서 느껴지는 흑인은 그 시대의 계급을 나타내는 동시에, '올랭피아'라는 이름이 당시 성매매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예명이었고, 상류 사회의 남성이 사교계 모임에 동반할 정도로 공인된 정부로, 상류층 후원을 받을만큼 아름다웠으며, 비교될 만한 '못생긴'여자가 필요했고 흑인 하녀를 그렸다. 이건 마네 이전에도 백인 남성 화가들이 흑인 여성을 소비한 방식이기도 했다.
🧏♀️한때 미국에는 어글리 법이 있었다. 눈에 띄는 장애를 지닌 사람의 공공장소 이용을 금지한 법이다.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1974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폐지되었다. 그러나 '특이한 장애인, 외모가 아름답거나 장애를 '극복'해 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혹은 기괴한 외양으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주는 장애인은 사회에 나올 수 있었다 . 헬렌켈러 역시 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튀어나온 눈을 없앤 뒤 유리로 만든 파란색 의안을 끼우고 수수한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서야 했다.
🩰에드가르 드가의 발레하는 그림들은 꽤나 많이 보았고, 꽤나 좋아하는 편이었다. 단순히 힘들어서 쉬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 그림 뒤에 숨어 있는 그 이야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성매매 '가격 흥정'을 위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딸의 몸값을 더 부르는 후원자를 찾아야했기 때문이라는 암담함. 당시 발레리나는 주로 노동 계층에서 선발되었으며, 여성의 복사뼈만 보여도 단정치 못한다고 여겼던 시절에, 선정적인 차림에 다리를 내놓고 춤추는 발레리나는 가난한 집 딸인 것은 필연이며, 상류층 남성에 비친 발레리나는 예술가가 아니라 만만한 성적 사냥감이었다는.......이 충격..
📝인종우월주의, 장애인과 비장애인, 성수소주였다는 진실이밝혀지기 까지 향후 250여년이 걸린 미켈란젤로, 흑인이기에 매독의 실험자가 되어야만 했던, 부잣집 아이의 유모로 젖을 물리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희생시킨 가난한 여성, 여자들의 자궁의 해악(?)에 관련된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현실이었던 날들, 남성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 단발 신여성에 대한 사회적 평판, 해나 컬윅이라는 하녀와 중산층 변화사였던 아서 먼비의 만남과 결혼을 미루었던 이유,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가사, 돌봄 노동, 그림으로 바라본 노인에 대한 이야기, 동물에 대한 그림에서 젖을 빼앗기고 상품으로 키워진 소의 최후에 대한 이야기 또한 인간종 중심주의의 무서운 사상이 만들어 낸 현실, 풍경그림으로 알게 된 기후 위기, 환경에 대한 경고 등,
작가가 이야기해주는 그림과 이야기들로 인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생각했지만 정말 몰랐던, 혹은 알아야했지만 애써 외면해왔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 예술 또한 역사의 범주에서 인간들의 명암을 이야기하고 사회를 보여주었다.
권력, 권력이라는 게 진짜 무서운 게 한번 맛을 들이면(?) 벗어나기가 정말 힘들다고 한다. 예술과 권력이 뗄레야 뗄 수없던 관계가 되었던 만큼 권력의 뒷이야기를 너무나도 흥미롭게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나는 육아가 지금 내 시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그런지, "어린이가 잘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어른의 '책임'이라면, 이제 어른들이 먼저 '응답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관용과 기다림을 자양분 삼아 괜찮은 어른으로 차츰차츰 자라날, 그런 '작은 인간'들의 목소리에." 의 글이 가장 와 닿았다. 내가 부모라는 권력에 기대어 내 작은 인간들에게 모질게, 권력을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다. 정말 좋았다. 이 책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