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건담 싸부 - Chinese Restaurant From 1984
김자령 지음 / 시월이일 / 2022년 8월
평점 :
<건담 싸부 - 김자령, 시월이일/ 2022-08-17, p,440>
- "들어야 할 소리가 천지야! 끓는 소리, 튀기는 소리, 볶는 소리, 재료에 따라, 조리법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 타는 소리, 물이 졸아드는 소리, 뼈를 내리치는 소리, 마늘 찧는 소리, 새우 짓이기는 소리... 다 다르다. 주방에서 음악 틀어놓고 일 하는 놈들은 정신 나간 놈들이지. 귀 막고 무슨 요리를 하겠단 말이야!"
- 홍차나 녹차를 주로 마시던 나희는 달고 고소한 차가 주는 맛의 묘미를 알게 되었다. 이른 아침 나룻배를 타고 찬찬히 물길을 가르며 가는 길에 녹차가 있다면, 땅콩차는 햇살이 가득한 어느 오후의 공원으로 나희를 데리고 갔다. 차는 그렇게 공간이동의 비술을 부렸다.
- 몸이 기억하는 감, 평생을 틀리지 않고 맞춰 온 감이란 게 있었다. 위광은 계량을 믿지 않았다. 신선도와 강도, 계절에따라 재료의 상태가 매번 다른데 정량이란 게 어딨냐고 했다. 자연히 양념의 양도 상태에 따라 다를 수밖에. 그 경우의 수를 머리가 알고 몸이 기억했다. 그게 비법이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감. 그것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었다.
- 짜장면은 향으로 먹고, 색으로 먹고, 맛으로 먹고, 후루룩 소리맛에 깜장을 묻히고 그 깜장 묻은 상대를 보는 재미로 먹는다. 양파향과 춘장향이 오르는 짜장면을 촥촥 비벼서 후루룩, 소리가 나게 한 입 먹었다. 면에 착 달라붙은 고기와 채소가 후루룩 목구멍을 타고 미끄러져 내렸다. 잘게 갈린 고기에서 빠져나온 풍부한 기름맛, 느끼한 게 아니라 따뜻하고 고소한 기름맛이 가슴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 평생 배곯지 말고 실컷 먹고살라는 '대식가처럼 많이 먹는다'라는 뜻이 담긴 '찌엔딴(健啖건담)'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어린시절 두위광, 그렇게 위광의 중국집 이름이 된 건담, 하루 일과를 수행하는 요리수도승처럼 묵묵히 게으름을 피우지도, 지친 기색을 보이지도 않는 그의 모습은 우직하다. 요리에 대한 사랑이 지나친 그는 음식을 받아 놓고 딴짓하는 손님은 중식을 먹을 자격이 없다고 하고 탕수육의부먹과 찍먹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조차 탕수육은 무침요리라고, 손님들이 소스를 따로 달라고 하는 모습에 화를 낸다. 그런 그의 일관된 그의 요리 철학은 주변 사람들은 펑즈(미친놈)이라부른다. 그런 그가 어느날 늦는다. 처음으로 늦은 그의 모습, 그리고 허둥대고 맛을 못보고, 그 와중에 일반 중식당 최초로 미슐랭의 별을 받고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하고, 자꾸 다가오는 변화와 점점 드러나는 직원들의 사연들, 요거 흥미롭다.
건담 입사 6개월차 신입직원이자 온갖 기술적 문제의 해결사이며 위광과 거리를 두지 않는 유일한 직원 본경, 항상 차를 마시고 냉정하다는 의미로 '차차'라 불리우는 강나희, 광악대 출신의 매니저 고창모, 내리 폐업을 겪고 두위광의 요리에 반해 건담에 들어온 주원신, 건담이 승승장구하던 명동 시절 사라졌던 직원 곡비소까지
두위광과 함께 주변의 인물들의 스토리들이 함께 버무려지면서 한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다. 아마 영화제작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변하는 게 정말 어려운 걸 아니까, 두위광이 짠하기도 하고,안쓰럽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천러얼츠!! 모두들 중식을 먹을 땐 천러얼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