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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ㅣ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평점 :
<파친코 1- 이민진, 인플루엔셜 / 2022.07.27, p,388>
- 훈이도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며, 참고 견뎠다.
- 하얀 무명 치마를 흘긋 내려다보았다. 낡은 대로 낡은 치맛단은 아무리 깨끗이 빨아도 여전히 잿빛이었다.
- 낡은 한복은 다름을 보여주는 피할 수 없는 증표였다.
- 아내가 대부업자들 밑에서 일하는 것과 요셉이 그들에게 빚을 지는 것 중에서 무엇이 더 나쁠까? 조선 남자에게 선택이란 항상 엿 같은 일이었다.
- 선자의 작은 눈에 불안의 빛이 서려 있다면 이삭의 커다란 눈에는 포용의 빛이 가득했다.
- "너를 한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야."
- 한수는 일본인들이 작정하면 병적일 정도로 다루기 힘든 사람들이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조선인과 아주 흡사하지만 일본인의 고집은 더 조용했고 알아채기가 더 어려웠다.
- "내가 여기를 좋아하는 거 같지? 아니야, 난 여기가 싫어.하지만 난 여기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 너 가난해지기 싫잖아. ~ 넌 내 밑에서 일하면서 잘 먹고 잘 벌엇어. 그래서 이런저런 이념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지. 당연한 일이야. 애국심은 그저 이념이야.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념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잊게 돼.
★ 이 책은 재독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도 재밌게 읽었다. 내가 한국인이라서 와 닿은 건 아닐게다. 분명 좋은 작품임에 틀림없으리라.
처음 읽었을 때는 내용을 이해하고 각자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려고 애썼다면 두 번째 읽는 작품을 결말을 알고 보는 재미와 좀 더 큰 그림을 보며 디테일에 빠져들었다. 선자의 관점에서 읽는 게 좀 더 컸다면, 이번에 나는 양진이 되었고, 경희가 되었고, 요셉이 되었고, 노아가 되었고, 한수가 되었고, 모든 이가 되었다. 내 안에서 그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부산 영도에서 훈은 다리를 저는 언청이로 태어나 가난한 집 딸 선자를 아내로 맞이한다. 그들은 딸 선자를 낳고, 선자가 13살 되던 해에 아버지 훈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다.양진은 37살의 과부로 하숙집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1932년 6월, 선자가 일본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걸 고한수가 도와주고 사랑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한수의 아이를 가졌지만, 오사카에 아내와 딸들이 있다는 걸 알고 조선에서 그의 첩이 되기를 포기한다. 그해 11월, 평양에서 백이삭이란 이가 오사카에 사는 형 요셉에게 가기 위해 들른다. 결핵으로 아픈 그를 보살펴 준 양진에게 감사하며 선자의 아이에게 아버지가 되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오사카로 떠난다.
1권은 훈과 양진의 결혼을 시작으로 1953.1월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안에는 한반도의 그 당시 상황과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들의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이삭의 형 요셉이 작업반장으로 일하는 일본인 공장주인의 멸시와 감시, 같은 일이지만 조선인이기에 일본인의 절반의 삯만 받고 부당하지만 묵묵히 일을 한다. 경희가 일본인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뉴스를 듣고 일본어를 공부한다. 선자의 아들 노아는 마음 속으로 말할 수 없는 희망을 품는다. 전시상황이 되고,고구마농장주인 다마구치의 모습은 가난하다고 멸시받던 그들이 돈방석에 앉게된 그 모습이 비단 그들의 모습뿐이겠는가, 타인의 불행에 숟가락을 얹어 멸시받던 본인의 욕심이 드러난 것 뿐이리라. 내가 만약 그 당시 오사카 외곽의 고구마농장주라고 하면 나는 그 선택을 하지 않았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난 이번 독서에서 선자의 곧고 강인하고 올바른 모습에 계속 매료되었다. 그 저력은 아버지 훈과 어머니 양진에게서 배운 것이리라. 노아 또한 같은 반 일본인 아이들 곁을 지나면서도 놓을 법했을 선자의 손을 꼭 잡고 지나갔다. 그들의 사소해보이지만 아니, 큰 당당한 모습에 마음이 찡했다.
일부러 년도를 정확하게 적은 까닭은, 고작 100년 정도의 우리의 모습이었다.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아간다. 살아간다는 것 그게 중요한 것이다. 하권에서의 그들은 삶은 어떻게 이어질까, 이미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정독하며 읽고 싶다.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