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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 차예랑 산문집
차예랑 지음 / 램프앤라이트 / 2022년 3월
평점 :
<상미- 차예랑, 램프앤라이트/ 2022.03.31, p,312>
- 나의 삶은 분명, 상미의 최선이었다.
- 상미의 삶은 온통 나로만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 그러나 사실은 상미도 슬프고, 우울했다. 그저 엄마이기에 평생을 그 감정을 덮어 온 것뿐이었다. 그렇기에 '나도 슬퍼. 나도 우울해.' 그 말은 수많은 슬픔과 상실과 우울과 공허, 미안함의 산을 한참을 넘어서 어른이 된 나에게 어느날 불현듯 튀어나온 것이었다.
- "네가 내 나이가 되어 봐야 알지." 원망의 말은 아니었다. 그 말과 함께 상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상미의 나이가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감정들, 슬픔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 엄마의 이름, '상미', 나는 그 이름을 되찾아 주고 싶었다. 엄마의 깊은 마음속 상미는 여전히 꿈을 꾸고, 여전히 크게 울고 싶어 하고 크게 웃고 싶어 했다. 상미는 여전히 먼 세상을 그리워하고 즐겁고 엉뚱한 상상을 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낯선 세상을 뛰고 싶어 했다. 나의 꿈은 '상미' 그 이름을 되찾아 주는 것이다.
- 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온 집에서 닭똥 냄새, 소똥 냄새가 났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 냄새에 아무리 손을 내둘러도 상미는 그 냄새가 너무좋았다. 그것은 엄마와 아버지의 내음이었고, 목장의 내음이었다. 성실의 내음, 생명의 내음이었다.
- 아기가 태어난 날, '엄마'가 태어났다.
- 서러움과 외로움 모두 던져둔 어느 기억의 강기슭에, 이제는 언제 늙었는지 모를 다 큰 어른과 노인이 서로를 의지한 채 기대어 서 있을 뿐이다.
- 네 마음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바라는 건 그것밖에 없어.
🤱🏻 띠지의 글에 한동안 눈을 떼 놓지 않고 곱씹었었다. "내염려가 미치지 못할 곳에 슬픔을 미리 가져다 놓지 않기로 했다. 아침은 온다." 여지껏 봤던 띠지의 글 중 가장 오랫동안 마음으로 읽었던 것 같다.
상미는 작가의 엄마이다. 상미의 엄마는 영주이다. 그래서 세 사람의 얼굴이 그려졌나 싶었다. 엄마와 딸, 다시 엄마와딸 반복되는 엄마와 딸의 모습이 그려졌다.
작가 차예랑은 엄마 '상미'의 이름을 되찾아 주고 싶어했다.이 책을 읽는 내내 느낀 생각은 딱 하나였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라고 생각했다. 작가 본인도 느끼지 않았을까, 굉장히 많은 사랑 속에서 자랐음을..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나도 참 많은 사람을 받고 살았구나를 느꼈다. 그리고 언젠간 내 딸아이도 이렇게 생각하고 살게 되기를 바랐다.
영주와 상미와 예랑의 서로의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워낸다. 그 고리를 연결하는 건 각자의 사랑이다. 그 사랑은 각각의 것으로 보이지만 결코 각각의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랑이다.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꽤 있었는데, <겨울의 달>에서 굴다리 밑을 지날 때 대답도 않는 작은 아이일지라도 칭얼대는 그 소리가 어찌나 위로가 되는지라는 글에서 나 역시 나의 작은 아이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내 엄마를생각하기에 앞서 엄마인 자리에서 이 글이 자꾸 와 닿았다. <90년대 토요일>에서는 생일상을 차려주었던 내 엄마의 마음이 자꾸 생각났다. 그게 엄마의 사랑이었네 왜 미처 몰랐을까,, 라는 생각에 잠시 마음이 먹먹했다. 그 모든 수고를 나를 위해 오로지 한 걸 새삼 감사했다.
글쓰기에 관한 그녀의 치열한 고민과 흔적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은 묵직하게 내가 다가왔다. 이 책은 내가 한 살 한살 먹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게 다가 올 것 같다.
#협찬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