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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2년 2월
평점 :
<백광 - 렌조 미키히코, 모모 / 2022.02.14, p,320>
- 아니, 이번 사건 때문에 내가 그해 정월에 본 '가족 풍경'에 억지로 빗금을 그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찾아온 손님에게 은근히 식구들의 험담을 하는 건 어떤 집에서나 흔한 일이고, 거꾸로 그 가족이 평범한 행복으로 서로 이어져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지요.
- 그 어둠을 뚫고 가봤자 훨씬 더 깊은 어둠뿐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 그때까지 함께 노는 동안에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조금 거리를 두고 돌아본 내 시선은 그 방에 넘치는 행복이 그저 겉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했습니다. 그 행복이 오로지 나의 인내로만 버텨가고 있다는 것을, 나의 인내가 절벽을 떠도는 것처럼 위태로운 상태라는 것을.
- "여름 한 철에 두 번씩이나 꽃을 누리다니, 너무 욕심이 많잖아. 저 혼자만 유난히 화려하게 피어 있는 것도 염치 없어 보이고..."
- 내 인생을 살아가면 된다고 하시면..., 그럼 죽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죽음도 내 인생의 하나로 생각해서 나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도 괜찮은 건가요?
- 오히려 이 노인네만 정상이고, 미친 건 우리 쪽이다. 나를 포함해 죽음을 잔혹하고 슬픈 것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오히려 미친 것이다...
- 살의가 있었다. 배신당한 자의 증오감인지 질투인지 분노인지는 모르겠으나 명백한 살의가 있었다. 오히려 그 순간, 나 자신을 집어삼킬 만큼 강력한 살의였기 때문에 마치 넋이 나간 듯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대단했다. 띠지에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작가가 얼마나 독자의 추리적인 두뇌를 두루두루 쉴 새 없이 조종하고 자극하는 주재자였는지 비로소 실감하게 될 것이다!" 는 정말 딱 맞는 문장이었다. 나는 몇 수 앞을 봐서 과연 진짜 범인이 누군지 알아내고야 말거야, 라고 했는데 겨우 한 수 앞만 내다 봤다. 전체를 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한 명 한 명의 고백으로 서로에 대한 감정과 함께 지내온 세월들과 이야기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우리는 그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그 정보로 추리하고 나가는데, 계속해서 소위 뒤통수를 맞는다. 안 맞으려고 집중해서 읽는데 자꾸 뒤통수를 맞는다. 오랜만에 제대로 얼얼했다.
모두가 살의를 갖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저마다의 잘못된 감정이 불러온 파국이었다. 저마다의 이기심이 불러온 참극이었다. 읽으면서 자꾸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왜 이렇게 밖에 될 수 없었던 것인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이의 죽음에 등장인물들의 시종일관 차가웠던 느낌을 지울 수 없던 까닭은 이 작품 아래 깔려 있는 주제(?)가 가장 가까운 사람의 배신이기 때문이지 않은가, 싶다. 이들은 전부 병들어 있다. 모두가 병들어 있다. 병든 자의 마음이 한 소녀의 죽음을 만들었다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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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