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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토성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21년 12월
평점 :
<안나의 토성 - 마스다미리, 이봄출판사/ 2021.12.23, p,196>
-엄마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자기가 열네 살이었던 때를.
- "안. 우주가 생기고 137억 년이 지났는데, 단 한번도 똑같은 밤하늘은 없었어. 지금 올려다보는 하늘과 내일 하늘은 다르고, 내일 하늘과 모레 하늘도 달라. 매일매일 새로운하늘이 보인다고 생각하면, 나는 화성의 저녁놀을 한 번 보는 것보다 지구의 하늘을 가능한 한 오래 보는 쪽을 선택할 거야."
- 그런데 지금 노닷치에게 친절하게 대하기는 두려웠다. 오늘 친절하게 대해도 내일이면 우리는 서로 다른 은하게 소속이다.
- 노닷치가 따돌림을 당해서 상처받은 내 감정. 노닷치에게는 전해지지 않는다. 노닷치는 이 감정을 영원히 모를 것이다.
- "어른이 되고 싶었던 어른은 어쩌면 거의 없지 않을까 싶어. 자기도 모르게 어른이라고 불리기 시작해서 다들 꽤 놀라지 않았을까."
- 엄마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아쉬워 보였다. 엄마가 담장너머에 혼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코가 조금 찡했다. 내운동회 같은 거, 뭐가 대단하다고.
- 싫은 일이 있을 때, 어린이에게는 기분을 풀 장소가 없다.
- 그런데도 분명히 상처를 받았다. 누구도 뽑아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 싫은 일은 왜 좋은 일보다 더 오래가는 걸까? 아무리 즐거운 일이 많아도 싫은 일이 딱 하나 있으면 그게 더 무겁다
- "하지만 안. 플라네타륨과 진짜 밤하늘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어. 그게 뭐라고 생각해?" "뭐야?" "새로운 별을 발견할 수 없어."
- "태양이 죽어서 지구도 사라지면, 지구에 인간이 있었다는 증거도 사라질까? 나를 우주 어딘가에서 누가 기억해줄까?"
- 나는 유이와 만난 적이 없지만, 14년간 우리는 같은 행성이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 "토성은 15년씩 꼬치에 꿴 경단이 되고, 이 하늘에는 오늘 밤 죽는 별도 있고 지금 태어나는 별도 있어. 우리와 관계없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안. 누군가와 오늘 밤에 본 별하늘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도 괜찮을 것 같지 않니?"
🪐 마스다미리작가의 이야기는 참 따뜻하다. 언제나 그랬듯 따뜻해서 너무 좋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그 따스함이 마음 구석구석에 스미는 느낌이 참 좋다.
마스다미리 작가는 우주에 관해서 꽤 진심인 것 같다. 최근에 읽은 <밤하늘 아래>라는 책은 2016년에, 이번 첫 소설이 이 책은 2021년에 새롭게 쓰여졌다. 우주에 관해서 꽤 흥미가 많은 건 확실한 것 같다. <밤하늘아래>책도 너무 좋았는데, 이 책 역시 너무 좋았다.
14살, 중학생인 안나, 우주를 좋아하는 대학생 오빠, 빨간머리 앤을 좋아하는 엄마, 그리고 아빠의 이야기,
안나는 따돌림 당하는 친구를 외면하고, 외면하는 자신에게 상처를 받고, 친구가 전부인 시기, 그러나 친구와의 사소한 일들로 상처도 받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고, 비행기 창문에 앉고 싶지만 창밖을 바라보기를 더 좋아할 것 같은 오빠에게 자리를 선뜻 양보해주고, 다정한 한 마디와 행동 하나에 금방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또 좋아하는 감정이 수그러들기도 하는 감성 풍부한 아이였다.
마스다미리는 어떻게 14살의 어린아이로 나를 돌릴 수 있었을까? 읽으면서 맞아 맞아, 나 어렸을 때 이렇게 생각했어. 맞어 맞어 하면서 지금의 내가 그때를 생각하면 참 어렸구 귀여웠네 라고 생각했다.
우주를 좋아하는 똑똑한 오빠, 다정한 오빠(이 오빠 좀 부럽네 ㅎㅎㅎㅎ실제로 존재할까..? 이런 오빠..? 다섯살 차이나는 내 첫째 아들과 둘째 딸이 이랬으면 참 좋겠다 생각이 들지만, 이게 과연 가능한가? 싶다ㅋㅋㅋ) 와 우주와 별을 이야기하면서 안의 세계는 안팎으로 점점 성장해간다.
마스다미리의 이야기에는 뭔가 찡하게 다가오는 무언가가 있다. 그 힘이 자꾸자꾸 그녀의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 내가 미처 글로, 말로 해보지 완성하지 못했던 조각조각같던 생각들을 활자로 접하는 순간 내 안의 마음 속 어딘가가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처음쓰는 이 소설을 읽어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지는 밤이었다.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