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
김혜나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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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

장편소설을 좋아하지만 잘 안 잡는 이유가 한번 읽으면 다른 책읽기가 올스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만큼 책읽기가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에 서평단으로 선정되서 읽은 이 책은 정유정작가가 추천한 책으로 어떤 내용일지 흥미로웠다.

끊임없이 나를 찾아가는 그녀, 생각하고 또 질문하고 다시 생각하고 고민하는 그녀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요한과 윤희는 사랑했지만 서로의 이야기는 정작 들어주지 않았다. 어쩌면 서로 요구하지 않은 것일지도. 메이는 요한이 타고나갈 아픈 사람으로 태어났기에 그저 옆에 있어주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관계란 쌍방의 것이어야 하지만 겉으로는 성숙한 사랑을 하는 듯이 보였지만 사실은 아니었던 것이다. 케이에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었던 건, 어찌보면 건강하지 않은 요한에겐 자신이 짐이 되지 않지만 케이에게는 그게 문제시되지 않았을지도.. 메이에게는 건강하지 않은 그를 사랑하며 배려한 방식일 수 있다.

이 소설이 내게 많이 와 닿았던 이유는 메이의 모습이 꼭 나같아서였던 것 같다. 나를 사랑하지 않고, 타인에게 혹은 스스로가 낸 상처를 보듬어주지 않고, 존중하지 않고, 묻고 지냈던 나의 10-20대 시절엔 힘든 게 참 많았다. 지금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나 스스로를 위로해주고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그 때는 메이처럼 내 주변인들의 기분에 맞추기 급급했었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고, 주변의 미묘한 공기흐름, 눈빛을 읽는 게 너무 심했던 나의 그 시절은 힘들었다.

고모의 이야기가 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다. 만약 내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가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류의 소설에 대한 리뷰를 쓰는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 내고 상처를 보듬어주어야 글이 쓰여진다. 남들은 궁금해하지 않는 이야기일지라도- 나 혼자였더라면 결코 반추해보지 않았을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에 감사하다. 김혜나 작가님의 이 소설은 나의 상처를 적절하게 위로해주었다.

결국 인간은 홀로 살 수 없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야 하며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기를, 그 바탕이 있어서 성숙한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 있는 거라고.

어린아이가 쓴 독후감같은 느낌이 되어버렸지만 오랜망에 마음을 울리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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