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등대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59
소피 블랙올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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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또는 삶의 일부가 사라져가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사라져가는, 또는 잊혀져 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하는 책이 있다. 2019년 칼데콧 대상작을 받은 '안녕, 나의 등대' 라는 책이다.


작가는 벼룩시장에서 오래된 등대 그림 한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등대 그림을 보며 육지와 떨어져 홀로 등대에 자신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살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해 보며, 작가는 그때부터 등대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실은 오늘 날 등대지기라는 이름은 생소하다. 나 역시 등대지기라는 직업이 있었다는 말만 들었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활을 했는지는 이 책을 통해 알았다.


등대지기의 삶과 생활을 따라가며, 작가가 등대에 품은 애정과 관심을 책 한권에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우리는 작가 덕분에 지금은 잊혀진 등대지기라는 추억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홀로 외떨어진 바다에서 생활하며, 고된 할일을 하며 외로이 등대와 함께 한 등대지기의 삶. 여기에요! 여기 등대가 있어요! 라는 외침은 외로운 등대이자, 등대지기의 애처로운 목소리일지 모른다.


외로운 등대에서 한 등대지기가, 가족을 꾸려가며 등대를 지키며 사는, 그리고 등대를 떠나게되는 순간까지 모습이 고스란히 잊혀진 기억속의 이야기이자 추억이다.


잊혀진 누군가의 삶이자 생활을, 아직 잊혀지지 않은 사람들이 찾아내는 것. 이 시간을 살아가는 아직 잊혀지지 않은 이 사람들도 훗날 또 잊혀진 누군가가 되고. 이렇게 삶은 흘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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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릴, 그 녀석은 너랑 달라!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60
에밀리 그래빗 지음,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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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공원에 시릴이라는 다람쥐가 산다. 이 다람쥐는 안타깝게도 넓은 공원에 사는 유일한 다람쥐였다. 시릴은 어느 날, 패트라는 자신과 닮은 회색 털의 동물을 만나게 된다.


자신과 닮은 친구를 만난 시릴의 기쁨은 얼마나 클까. 둘은 공원에서 재미있는 놀이를 하며 너무나 즐겁게 논다. 연극놀이, 술래잡기, 비둘기 놀래키기. 그 모든 놀이가 정말 재미있었다. 시릴과 패트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주변에선 그렇지 않았나보다. 공원의 비둘기, 호숫가의 오리, 짖궂은 개까지 모두 시릴에게 말했다. 그녀석과 너는 달라. 시릴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주변의 모든 동물이 시릴을 위해 '충고'한다. 함께 놀지 마! 하고서.


표지에서부터 패트가 어떤 동물인지는 알 수 있다. 회색 쥐 패트. 좀도둑처럼 음식을 몰래 훔쳐먹고, 하수구나 쓰레기통 주변을 돌며 사는 쥐는 모든이들의 애정을 듬뿍 받는 다람쥐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하지만 시릴에게 패트는 영리하고, 마음씨가 따뜻하며, 함께있으면 즐거운 '친구'였다. 패트의 진짜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패트와 말 한 번 나누어보지 못한 다른 동물들이 알까, 같이 지내며 많은 것을 함께한 시릴이 알고 있을까.


이 책을 보면서 마음이 참 무거웠다. 교실에는 한두명의 패트같은 학생들이 꼭 있다. 진면목은 너무나 참하고 좋은데, 주변에서 그걸 몰라주는거다. 아이의 환경이나 외모, 겉모습만 보고 그 아이를 '멀리해야 하는 아이', '함께 놀면 안되는 아이' 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만드는 건 주로 어른들이다.


아이들은 실은 거리낌도 없고 선입견도 없다. 저희끼리 잘 논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다르다. 우리 애가 저 아이와는 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 책은 시릴과 패트 같은 아이들이 아니라, 호숫가의 오리나 공원의 비둘기처럼 겪어보지 않고 겉모습으로 판단해버리는 우리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중요한 건 아이의 환경이나 외모, 겉모습이 아닌 '아이'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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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부윤아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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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서점을 방문했을 때였다. 서점에 있는 책 구경만 해도 즐거워지는 나는, 요새는 어떤 책들이 나왔나 책들을 살폈다. 책 제목이 멋지거나 표지가 예쁘면 발걸음을 멈추어 서서 책장을 넘겨 슬쩍슬쩍 내용을 읽어보기도 했다. 그러다 한 권의 책에 마음을 뺏겼다. 앞부분 두어 장을 읽는데 너무나 확 와 닿는 문장들에 주저 없이 그 책을 샀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라는 책이었다. 내가 마음을 뺐긴 문장의 단편 소설은 첫 번째 단편 <성인식>이라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쓰지? 싶어서 참 놀랐었다.

그 뒤 한동안 그 책을 잊고 지냈다. 그리고 얼마 전 <지금이책> 출판사에서 너무나 흥미로운 책 한권을 소개해주었다. 책의 제목은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 이다.

나는 항상 과실수와 텃밭을 일구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텃밭 가꾸기나 무언가를 재배하는 소재의 영화나 드라마, 만화, 책은 다 좋아했다.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판, 한국판, 원작 만화까지 수도 없이 봤다. 노다메 칸다빌레로 잘 알려진 작가의 또 다른 만화 ‘green’ 도 재미있게 봤다. 드라마도 있다는데 그건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아무튼, 이런 나에게 ‘농장 일기’라니! 이건 너무나 관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는 제목처럼 마당 한 켠의 작은 텃밭을 일구는 작가의 에세이었다. 작가의 대표작을 보다가 깜짝 놀랬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의 저자라니! 예전에 내 발걸음을 잡아 끝 그 소설책이 아닌가.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신뢰도가 높아졌다. 그런 글을 쓰는 작가라면 분명 에세이도 재미있을거야, 하고 생각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작가들의 에세이를 읽고 있노라면, 생전 한 번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이라도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텃밭 일기를 보고 있으면 작가가 이루는 텃밭 옆에 쭈그려 앉아 텃밭을 일구는 작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는 것처럼 재미있었다. 게다가 텃밭에 대한 알지 못했던 지식들은 덤으로 얻고. 텃밭 일러스트가 너무 귀여워서 직접 보러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목이 ‘농장 일기’라서 농장과 관련된 이야기가 한 권을 다 이루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지극히 좁은 여행기 노트라는 두 번째 주제도 좋았다. 여행도 좋아하는지라 이번 역시 훌훌 읽었다. 여행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지 말지 고민하는 면이라던가, 1박 2일 아버지와 여행한 일들은 공감도 되고, 나는 어떤 가 혼자 고민도 하게 되어 참 좋았다.

‘지극히 사적인 일상 스케치’ 역시 너무나 재미있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일상을 들으며, 마치 그 사람을 잘 알아가게 되는 것 같은 느낌. 부끄러움 많은 동네 아저씨와 친해져서, 근데 있잖아.. 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잔뜩 전해주는 듯한 책이었다. 한권이 쑥쑥 읽힌다.
부담 없이 그간 본 에세이들 중 가장 편하게 본 것 같다. 평소에 관심 있는 소재나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가볍게 쑥쑥 읽히지만 유머가 있고, 정보가 있고, 생각거리가 있다. 책 한권을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마음에 남는 것이 많다. 그저 가볍게 읽고 가볍게 흘러 나가는 책과는 조금 달랐다.

이 책은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책들 중 한 순위를 차지하게 될 것 같다. 너무 좋은 책을 읽게 돼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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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ㅣ 풀빛 그림 아이 71
숀 탠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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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탠 작가의 신작 '매미'를 아이들과 함께 보았다. 매미는 실은 조금 어려운 책이었다. 그리고 슬픈 책이었다. 이러한 감정은 어른인 나도, 아직 어린 아이들도 똑같이 느끼는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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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한 번 읽고, 그리고 다시 한 번 읽었다. 책을 읽을수록 느껴지는 무거운 감정이 마음을 짓눌렀다. 아이들에게 이 책은 어떤 내용인 것 같아? 하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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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잘 모르겠어요. 근데 슬퍼요. 매미가 너무 불쌍해요.
​
숀 탠 작가는 주인공인 매미를 통해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작가의 아버지는 20대 초반에 말레이시아에서 호주로 이민을 왔다고 한다. 작가의 아버지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건축가였지만 단지 '이방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실력과 노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고도 한다. 그런 아버지로부터 나온 캐릭터가 '매미'이다. 매미는 숀탠 작가의 아버지처럼 이방인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약자, 소수자, 나와 다른 사람 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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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읽으니, 미처 내가 발견하지 못한 여러가지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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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는 그럼 매미가 아니라, 매미가 되기 전의 모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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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만 보고 매미가 양복을 입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랬다. 자유롭게 날아가기 전 날개를 펼치지 못한 매미 유충이었다. 매미가 되고 나서야 양복을 벗어 던지고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던 매미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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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미는 왜 인간들이 그렇게 괴롭히고 싫어하는데도 인간들 옆에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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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으로 차별받고, 고통받으면서도 그들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유롭게 날아가기 전까지의 인내일까, 외면받고 혼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일까. 외면하고 차별하는 인간을 떠날 때 비로소 매미가 되는것일까? 아이의 질문에 한참을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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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인간들을 생각할까요. 웃음을 멈출 수 없다는게 뭔지 궁금해요.
​
숲으로 날아간 매미들은 인간들을 떠올리며 웃음을 멈출 수 없다고 한다. 매미의 웃음이 어떤 의미일까. 나도 같이 고민했다. 17년을 매일같이 쉬지않고 일하고, 인간다운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며 지내왔던 것에 대한 홀가분함일까. ​
그림책 매미는 어려웠다. 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었다. 자꾸 나에게 생각의 꼬리를 잇게했다. 단순히 책장을 넘기는 것 만으로 만족되는 책이 아니었다. 한장을 넘길때마다 한참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생각은 책의 내용에서 시작되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추었고, 나아가 나는 어떠한지를 고찰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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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이 지닐 수 있는 힘이 이토록 큰지 몰랐다. 고작 몇 장 안되는 책장으로 이렇게 많은 생각거리를 담을 수 있다니. 작가의 역량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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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탠 작가의 책은 '매미'가 처음이다. 알고보니 작가는 이미 '빨간 나무', '도착' 등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은 그림책을 여럿 그려낸 사람이었다. 매미를 시작으로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려 한다. 작가의 눈을 통해 바라본 또 다른 세상의 모습이 궁금하다. 그 세상 안에서 나는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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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방통 홈쇼핑 - 2018년 제24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ㅣ 일공일삼 79
이분희 지음, 이명애 그림 / 비룡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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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방통 홈쇼핑은 인터넷 서점에서 신작 소개로 처음 알았다. 제목부터 독특해서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티비 채널을 돌리면 적어도 한번은 스쳐 지나치는 홈쇼핑 채널을 아이들의 동화책에 담다니. 꽤나 놀랐다.

나는 홈쇼핑을 거의 즐기지 않는다. 아니, 전혀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 홈쇼핑을 다룬 소재는 그닥 공감을 하지 못할거라 생각했다.

역시나 착각이었다.

황금도깨비 상 수상작이라는 책 표지 앞 금빛 스티커가 수긍이 갔다.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 책 재밌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 중간중간 덮어야 하는 경우가 생겼는데 그때마다 참 아쉬웠다.

상수리 열매나 도토리 열매를 모아 물건 값을 지불한다는 설정도 독특했다. 도깨비 쇼 호스트들을 어색하지 않게 그려낸 작가님의 글솜씨가 최고였다. 처음 몇 장만 하더라도 글을 따라 눈으로 읽어나갔다. 문장 문장이 눈에 들어왔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30장 정도 지나자 문장을 읽는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냥 이야기가 술술 지나갔다. 흡입력이 강한 글이었다.

선우찬과 명석이, 대성이, 주영이의 우정 이야기도 참 좋았다. 친구들이 최고인 아이들에게 친구들의 우정을 다루는 이야기는 마치 저희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질거였다.

가뜩이나 독서 기피현상이 심하다. 주변에 이렇게 책도 많고 재밌는 이야기도 많은데, 아이들은 어떻게든 책을 멀리하고 싶어 안달이다. 하긴 이해도 간다. 미세먼지다, 학원이다 놀이 욕구가 충족이 안되는 아이들에게 잠깐이라도 놀 수 있는 시간에 가만히 앉아 책 읽기라니. 아이들 입장에선 책을 읽자 이야기하는 내가 이해 안 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신통방통 홈쇼핑같은 재미있는 책을 알려주고 싶다. 이런 책이라면 꼭 밖에서 친구와 함께 노는게 아니더라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책의 재미를 모르는 아이들이 대다수다. 책이 재밌다는 생각을 해야 한 권 이라도 읽고 싶을텐데 말이다.

신통방통 홈쇼핑은 그런 면에서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 너무나 재밌는 책이었다. 도깨비 소재도,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신기한 물건들도 아이들이 재미를 느낄 부분이 가득하다.

신통방통 홈쇼핑은 우리 아이들 책장에 넣어주려 한다. 어른인 나도 푹 빠져서 본 이 책을 우리 아이들도 분명 좋아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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