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부윤아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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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서점을 방문했을 때였다. 서점에 있는 책 구경만 해도 즐거워지는 나는, 요새는 어떤 책들이 나왔나 책들을 살폈다. 책 제목이 멋지거나 표지가 예쁘면 발걸음을 멈추어 서서 책장을 넘겨 슬쩍슬쩍 내용을 읽어보기도 했다. 그러다 한 권의 책에 마음을 뺏겼다. 앞부분 두어 장을 읽는데 너무나 확 와 닿는 문장들에 주저 없이 그 책을 샀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라는 책이었다. 내가 마음을 뺐긴 문장의 단편 소설은 첫 번째 단편 <성인식>이라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쓰지? 싶어서 참 놀랐었다.

그 뒤 한동안 그 책을 잊고 지냈다. 그리고 얼마 전 <지금이책> 출판사에서 너무나 흥미로운 책 한권을 소개해주었다. 책의 제목은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 이다.

나는 항상 과실수와 텃밭을 일구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텃밭 가꾸기나 무언가를 재배하는 소재의 영화나 드라마, 만화, 책은 다 좋아했다.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판, 한국판, 원작 만화까지 수도 없이 봤다. 노다메 칸다빌레로 잘 알려진 작가의 또 다른 만화 ‘green’ 도 재미있게 봤다. 드라마도 있다는데 그건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아무튼, 이런 나에게 ‘농장 일기’라니! 이건 너무나 관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는 제목처럼 마당 한 켠의 작은 텃밭을 일구는 작가의 에세이었다. 작가의 대표작을 보다가 깜짝 놀랬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의 저자라니! 예전에 내 발걸음을 잡아 끝 그 소설책이 아닌가.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신뢰도가 높아졌다. 그런 글을 쓰는 작가라면 분명 에세이도 재미있을거야, 하고 생각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작가들의 에세이를 읽고 있노라면, 생전 한 번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이라도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텃밭 일기를 보고 있으면 작가가 이루는 텃밭 옆에 쭈그려 앉아 텃밭을 일구는 작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는 것처럼 재미있었다. 게다가 텃밭에 대한 알지 못했던 지식들은 덤으로 얻고. 텃밭 일러스트가 너무 귀여워서 직접 보러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목이 ‘농장 일기’라서 농장과 관련된 이야기가 한 권을 다 이루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지극히 좁은 여행기 노트라는 두 번째 주제도 좋았다. 여행도 좋아하는지라 이번 역시 훌훌 읽었다. 여행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지 말지 고민하는 면이라던가, 1박 2일 아버지와 여행한 일들은 공감도 되고, 나는 어떤 가 혼자 고민도 하게 되어 참 좋았다.

‘지극히 사적인 일상 스케치’ 역시 너무나 재미있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일상을 들으며, 마치 그 사람을 잘 알아가게 되는 것 같은 느낌. 부끄러움 많은 동네 아저씨와 친해져서, 근데 있잖아.. 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잔뜩 전해주는 듯한 책이었다. 한권이 쑥쑥 읽힌다.
부담 없이 그간 본 에세이들 중 가장 편하게 본 것 같다. 평소에 관심 있는 소재나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가볍게 쑥쑥 읽히지만 유머가 있고, 정보가 있고, 생각거리가 있다. 책 한권을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마음에 남는 것이 많다. 그저 가볍게 읽고 가볍게 흘러 나가는 책과는 조금 달랐다.

이 책은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책들 중 한 순위를 차지하게 될 것 같다. 너무 좋은 책을 읽게 돼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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