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풀빛 그림 아이 71
숀 탠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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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탠 작가의 신작 '매미'를 아이들과 함께 보았다. 매미는 실은 조금 어려운 책이었다. 그리고 슬픈 책이었다. 이러한 감정은 어른인 나도, 아직 어린 아이들도 똑같이 느끼는 감정이었다.

책을 한 번 읽고, 그리고 다시 한 번 읽었다. 책을 읽을수록 느껴지는 무거운 감정이 마음을 짓눌렀다. 아이들에게 이 책은 어떤 내용인 것 같아? 하고 물었다.

- 음, 잘 모르겠어요. 근데 슬퍼요. 매미가 너무 불쌍해요.

숀 탠 작가는 주인공인 매미를 통해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작가의 아버지는 20대 초반에 말레이시아에서 호주로 이민을 왔다고 한다. 작가의 아버지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건축가였지만 단지 '이방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실력과 노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고도 한다. 그런 아버지로부터 나온 캐릭터가 '매미'이다. 매미는 숀탠 작가의 아버지처럼 이방인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약자, 소수자, 나와 다른 사람 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니, 미처 내가 발견하지 못한 여러가지를 이야기한다.

-이 책의 표지는 그럼 매미가 아니라, 매미가 되기 전의 모습이네요?

책 표지만 보고 매미가 양복을 입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랬다. 자유롭게 날아가기 전 날개를 펼치지 못한 매미 유충이었다. 매미가 되고 나서야 양복을 벗어 던지고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던 매미유충.

- 매미는 왜 인간들이 그렇게 괴롭히고 싫어하는데도 인간들 옆에 있었을까요?

다름으로 차별받고, 고통받으면서도 그들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유롭게 날아가기 전까지의 인내일까, 외면받고 혼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일까. 외면하고 차별하는 인간을 떠날 때 비로소 매미가 되는것일까? 아이의 질문에 한참을 고민했다.

- 왜 인간들을 생각할까요. 웃음을 멈출 수 없다는게 뭔지 궁금해요.

숲으로 날아간 매미들은 인간들을 떠올리며 웃음을 멈출 수 없다고 한다. 매미의 웃음이 어떤 의미일까. 나도 같이 고민했다. 17년을 매일같이 쉬지않고 일하고, 인간다운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며 지내왔던 것에 대한 홀가분함일까. ​
그림책 매미는 어려웠다. 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었다. 자꾸 나에게 생각의 꼬리를 잇게했다. 단순히 책장을 넘기는 것 만으로 만족되는 책이 아니었다. 한장을 넘길때마다 한참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생각은 책의 내용에서 시작되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추었고, 나아가 나는 어떠한지를 고찰하게 했다.

책 한권이 지닐 수 있는 힘이 이토록 큰지 몰랐다. 고작 몇 장 안되는 책장으로 이렇게 많은 생각거리를 담을 수 있다니. 작가의 역량이 놀랍다.

숀탠 작가의 책은 '매미'가 처음이다. 알고보니 작가는 이미 '빨간 나무', '도착' 등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은 그림책을 여럿 그려낸 사람이었다. 매미를 시작으로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려 한다. 작가의 눈을 통해 바라본 또 다른 세상의 모습이 궁금하다. 그 세상 안에서 나는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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