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비 부인과 니임의 쥐들 - 1972 뉴베리 상 수상작 ㅣ I LOVE 스토리
로버트 C. 오브라이언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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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나는 진심으로 내가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한다. 세상에나! 이 책 정말 재미있다. 책을 읽는 내내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책이 왜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은건지 의아했다. (책을 다 보고 난 후에야 이 책이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검색을 해 봐도 애니메이션을 찾을 수가 없다) 책은 순식간에 빠져들 정도로 몰입도가 높고,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내용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아픈 아들을 데리고 봄이 오기 전 집을 이사해야 하는 걱정을 가진 프리스비 부인. 부인은 우연히 까마귀 제레미를 구해주게 되고, 그 덕분에 나이 많은 올빼미를 만나 조언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올빼미는 프리스비 부인에게 시궁쥐 니코데무스를 찾아가라 말하며, 그들이 부인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 핬다. 반신반의하며 시궁쥐들을 찾아간 프리스비 부인은 그곳에서 전혀 알지 못했던 죽은 자신의 남편 조나단의 과거를 듣게.된다. 부인은 평생 모르고 있던 남편의 과거를 잘 알고 있는 시궁쥐들. 그들의 이야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이야기였다.

어느 날 갑작스레 들어닥친 사람들에게 잡혀 연구소 실험쥐가 되어버린 시궁창 쥐들. 그들은 니암 연구소에서 알수 없는 실험을 한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 우리는 오랫동안 내 집이 되었다.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다. 바닥은 플라스틱 재질이라 적당히 부드럽고 따뜻했으며 벽과 천장으로 공기도 잘 통했다. 하지만 우리라는 사실 그 자체가 끔찍했다.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갈 수 있었던 나는 고작 앞으로 세 발, 뒤로 세 발 가면 벽에 부딪혔다. 두려웠다.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전혀 모르는 누군가에 의해,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어떤 목적으로 이용된다는 것은 정말 두려웠다. (131p)

연구소의 생활은 부족함이 없었으나, 그들에겐 자유가 없었다. 동물권이 부각되고 있는 오늘날, 이 소설 속 쥐들의 목소리는 결코 쉽게 넘길 수 없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짐작할 수 없는 목적으로 이용된다는 것.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가까스로 연구소를 탈출한 니암의 쥐들. 이미 바깥 세상의 쥐들과 달라져버린 그들은 점차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연구소를 탈출하는 과정부터 연구소를 빠져나와 인간 세상에서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과정까지, 이 책은 정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1971년에 출간된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이야기는 세련됐고, 40여년이 지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전해지는 메시지가 크다. 재미있는 판타지를 읽고 있지만, 쥐들의 목소리에서 흠칫 하게되는 대사가 많았다.

-그때부터 나는 우리가 먹을 것이나 필요한 것을 왜 꼭 훔쳐서 얻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쥐들은 항상 그런 식으로 살아 왔고 지금도 그렇다. 왜 그런가? 나는 다른 쥐들과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고력이 생기면서 현실에 대한 불만이 자랐던 것이다. (169p)

'뉴베리 대상'이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흡입력 있으면서도 기발한 '프리스비 부인과 니임의 쥐들'. 원치않게 연구소의 실험쥐가 되어 뛰어난 지능과 긴 수명을 얻게 된 쥐라니! 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그 어떤 누가 읽어도 흥미를 느낄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아직 올해의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단연코 이 책은 올해 내가 읽은 책 중 최고의 책이 될 듯 싶다. 정말 너무나도 적극,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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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메일이 왔습니다 ㅣ 다림 청소년 문학
이선주 지음 / 다림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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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버 판으로 돌아온 책 '띠링! 메일이 왔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내심 속으로 '얼마나 재미있으면 표지도 새로 바꿔서 다시 출간이 되는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댓글엔 이선주 작가님의 책이라고 굉장히 기대감을 나타내는 내용이 가득했다. 아직 작가님의 책을 읽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잘 알지 못하는 세계에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듯, 나도 청소년 문학에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띠링! 메일이 왔습니다'는 가볍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은 중학생 아이들의 이야기를 너무나 잘 담아내고 있다. 이태리 작가님과 3명의 아이들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고민을 풀어나가는 이 책은 3연부작 소설로, 아이들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결국 이태리 작가님이라는 끈으로 매듭지어지는 하나의 이야기이다.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언니에 대한 고민을 하는 인혜, 매일 놀기만 하는데도 좋은 성적을 내는 친구를 질투하는 현우, 선생님의 불쾌한 스킨십에 난감해하는 은영이까지 이 책 속의 고민은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고민들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우연히 알게 된 이태리 작가에게 메일을 보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잡는다. 이태리 작가 역시 아이들의 메일을 무시하지 않고 끝까지 아이들과 메일을 주고 받으며 소통할 뿐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준다.


*언니는 살을 빼는 걸 넘어 세상에서 사라지길 원하는 것 같아요. (거울에 비친 진짜 나는)

*제가 어떤 진실, 그러니까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 사실을 말하는 것이 잘못된 일일까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우리 학교에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점과 점을 이으면)



청소년을 주 대상으로 삼은 책일지라도 책 속 주인공들의 고민들은 과거의 나, 아니 어쩌면 성인이 된 지금의 나도 여전히 자주 하는 고민들이기에 책에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책을 읽을 수록 이 책은 아직 사춘기를 겪지 않은 아이들에게 꼭 선물해서 읽기를 권해주고 싶었고, 이미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에게도 슬쩍 건내주고 싶었다. 이 책은 마치 아이들의 고민을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참신한 해법서 같았다.

특히 은영이의 고민을 담은 '점과 점을 이으면'은 예민할 수 있는 성 문제를 담고 있지만, 결코 이 문제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있어서 참 좋다. 작가님은 고민을 안고 있는 아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은 두려움에 홀로 떨어져 있는듯한 심리적 감정을 갖는데, 이런 아이들에게 점과 점을 이으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선이라는 존재감을 나타낸다며 격려해 준다. 비단 책 속의 문제 상황이 아니어도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참 좋은 말이라 생각이 든다.

나는 주로 그림책과 동화책 위주로 책을 읽고, 소개하지만 요새는 부쩍 청소년 소설에 관심이 간다. 갈수록 아이들의 행동과 생각들이 빨라(?)진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고학년 아이들은 중, 고등학생 아이들과 다름없는 사고 방식을 지녔기에 이 책은 초등학생 용, 이건 중학생 용 하고 딱 잘라 경계지을 수도 없다. '띠링! 메일이 왔습니다'와 같은 청소년 소설을 더 읽어보아야 겠다. 아동에서 청소년으로 나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책 속의 이태리 작가님과 같이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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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 ㅣ 탐 청소년 문학 25
범유진 지음 / 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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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빠와의 관계도 틀어져 결국 집을 뛰쳐 나와버린 가출 소녀 이루다. 인적 드문 시장 안의 편의점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되었다. 아르바이트 하는 편의점의 주인 할아버지께선 루다에게 제안 하나를 하신다. 이서우 라는 사람을 찾아달라는 제안. 할아버지는 과거에 교통사고를 당해 서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게 되셨다. 다만 이서우라는 아이가 자신에게 해 주었던 음식, 그 음식의 맛으로 이서우를 기억하고 계시는 할아버지. 편의점 음식을 섞어서 만든 그 맛은 짭조름하고, 후루룩 잘 넘어가고, 감칠맛 나는 맛이라고 했다. 할아버지께서 설명하는 맛으로 이서우라는 아이를 찾아야 하게된 루다. 루다는 편의점 레시피 대회를 열어 이서우를 찾기로 한다.

편의점 음식으로 만든 레시피 대회라니! 흥미로운 설정탓에 절로 이 책에 관심이 갔다. 아마 내가 편의점을 꽤 많이 좋아하기 때문일테다. 실제로 나는 학생일 때부터 학원이 끝난 후나 공부를 잠시 쉴 때면 편의점에 들리곤 했다. 여러 가지 간식거리를 큰 돈 들이지 않고 쉽게 구입하기 쉬운 덕분에 가벼운 주머니를 가지고도 마음 편히 들릴 수 있어서였다. 어른이 되어서도 종종 길을 가다 편의점이 보이면 일부러 들어가기도 한다. 편의점에 들릴 때마다 거진 항상 마주칠 수 있는 학생들. 아마 어린 시절에 내가 그랬듯, 이 아이들도 나만큼 편의점이 편한 곳이리라.

실제로 편의점은 학생들이 간단히 요기를 하고 쉬어가는 식당겸 쉼터 역할을 한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학생의 이름표를 달고서 편의점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요새 편의점은 예전의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보다 좀 더 역할이 많아졌다. 책을 쓰신 범유진 작가님의 작가의 말을 읽다보면, 2021년부터 경찰청은 편의점 업계와 '도담도담' 캠페인을 전개하고, 편의점 근무자를 아동 학대 신고 요원으로 지정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고 한다. 실제로 경찰청 안전드림 앱으로 찾아보면 아동 안전 지킴이집으로 지정되어 있는 편의점이 꽤 많다. 아이들이 그만큼 자주, 쉽게 찾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끼니를 거르는 많은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아동 급식 카드를 활용하기도 한다. 오늘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많은 아이들에게 편의점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더불어 편의점 만큼 이 책에서 자주 거론되는 '청소년 쉼터'에 대한 내용도 인상적었다. 쉼터에서 지내는 아이들을 아이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며 편견어린 시선으로 볼 것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에서 온전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도록 그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작가님의 글이 참 와닿았다. 실제로 나 역시 주인공 루다가 쉼터에서 지내는 모습을 보며 청소년 쉼터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알고, 관심을 두게 되었다.

'편의점 음식으로 만든 레시피 대회'라는 설정 탓에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슬픔과 감동으로 눈물도 흘리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반전에 놀라기도 하며 너무나 재밌게 읽었다. 특히 책을 읽고 나서 아이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편의점의 의미나, 내가 잘 알지 못했던 '청소년 쉼터'에 대하여 마음 속 깊이 남는 여운이 생겨 이 책에게 참 고맙고, 감사하다.

편의점 음식으로 여는 흥미진진한 대회의 이야기이지만, 결국은 아이들의 마음을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것,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말 것, 아이들의 생활에 좀 더 관심을 둘 것 등 여러 생각거리를 담고 있는 책 '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 우정과 사랑, 성장이 가득 담겨있는 이 책이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우리만의편의점레시피 #탐 #범유진 #성장소설 #편의점레시피 #청소년문학 #초등추천도서 #고학년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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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오브 더 시 ㅣ 에프 그래픽 컬렉션
딜런 메코니스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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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래픽노블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래픽노블 신작에는 항상 관심이 간다. 보물창고의 에프 시리즈로 나오는 그래픽 노블은 항상 읽고나서 실망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새롭게 출간한 '퀸 오브 더 시'는 출판사와 장르만 믿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만족, 대 만족을 했다.

다른 그래픽 노블과 달리 '퀸 오브 더 시'는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두고 있다. 16세기 영국, 편집증적인 언니 메리가 미래에 여왕이 될 엘리자베스 1세를 체포하여 런던탑에 유폐한 것에서 영감을 받아 그래픽노블 '퀸 오브 더 시'가 나왔다. 왕위 계승, 외딴 곳에 유폐된 여왕 등의 설정과 같이 이 그래픽 노블은 실제와 픽션이 가미되어 아주 생생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알비온이라는 본 섬에서 멀리 떨어진 아주 작은 외딴섬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 소녀 '마거릿'. 이 소녀와 함께 섬에서 사는 사람이라곤 엘리시아수녀회에 소속된 수녀님 여섯, 하인 셋, 신부님 한 분 뿐이다. 평화로운 생활이 지속되던 섬의 생활은 알비온의 통치자였던 엘리노아 여왕의 방문으로 인해 조금씩 변화를 맞는다. 왕위를 찬탈한 이복자매에 의해 섬으로 추방당한 엘리노어 여왕은 마거릿의 도움으로 섬을 탈출하려는 거대한 계획을 실행하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으로의 여행이 막히다시피 한 지금, 이 책은 읽는 내내 낯선 이국땅을 여행하는 듯 한 기분을 만들어 준다. 실제로 다른 그래픽노블 책에 비해 '퀸 오브 더 시'는 글의 비중이 더 높다. 그림으로 표현이 어려운 자세한 설명과 묘사를 표현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직접 가보지 못한 이 섬에서의 일들을 독자들은 바로 옆에서 지켜보듯 실감나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이야기와 탄탄한 세계관 덕분에 굉장이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한 자리에 앉아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당찬 소녀 마거릿과 까칠하지만 지혜로운 엘리노어 여왕님의 매력에 푹 빠진 덕분일테다. 책을 덮고 나서도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더 보고싶은 열망에 사로잡힐 정도로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그래픽노블 '퀸 오브 더 시'. 코로나19로 인해 집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요즘, 16세기 영국으로 여행을 떠나기 딱 좋은 책이다. 무엇보다 너무 재밌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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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자는 핑크
스콧 스튜어트 지음, 노지양 옮김 / 다산어린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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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학교에선 학급 반티를 몇 번 맞추었다. 학년 단위로 같은 디자인을 한 티셔츠를 입었는데, 반별로 그 색을 달리했다. 그러다 우연히 한 선생님께서 '핑크색' 반티 이야기를 해 주셨다. 선생님의 막내 아들이 1학년인 시절, 반티의 색깔이 핑크색이었다. 아이는 학교에 갈 때는 핑크색 반티를 잘 입고 갔는데, 꼭 집에 와서 학원을 갈 때면 옷을 갈아입고 가고 싶어 했다. 나중에 이유를 알고 보니, 태권도 학원에서 남자가 핑크색 옷을 입고 왔다고 형들이 놀렸다고 했다. 울고 떼쓰며 한사코 학원에 갈 때는 핑크색 옷을 입고 가지 않겠다고 한 아들 이야기를 해 주시면서 저학년 때는 반티를 핑크색으로 정하는 건 조금 더 고려해 보는게 좋을 거란 이야기를 해 주셨다. (덧붙여 고학년땐 남자아이들이 오히려 핑크!를 외치며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함께 말이다.)

선생님의 막내 아들처럼, 그림책 '내 그림자는 핑크'의 주인공 역시 좋아하는 드레스를 입고 학교에 갔다가 친구들의 시선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인다. "내 그림자가 파란색이면 친구를 쉽게 사귈 수 있을 텐데. 나도 함께 웃고, 놀고, 장난치고, 뛰어다니고, 그림도 그릴 텐데." 하고 말하는 아이가 참으로 안쓰럽다. 아이는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드레스를 절대 입지 않겠다고 말하며 속상해 한다.

이 책을 쓴 작가님의 아들 역시 학교에 좋아하는 '엘사 인형'을 가지고 갔다가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울며 돌아왔다고 한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배워온 것처럼 남자아이는 파란색를, 여자아이는 핑크색을 좋아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아이들의 맹목적인 믿음은 다른 선호를 가진 아이들에게 무의식적인 상처를 주며,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해버린채 남과 비슷한 놀이, 남이 좋아하는 색깔을 선택해 버린다. 책 속의 주인공 아이가 '내 그림자가 파란색이라면...' 하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림책 '내 그림자는 핑크'는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핑크색 이라는 획일화된 시선에서 벗어나 각자의 개성과 선호를 인정하고 다름을 이해하게 돕는다. 핑크색 그림자를 가진 주인공 남자 아이는 남자라면 누구나 파란색 그림자를 가진 자신의 가족들과는 달리 핑크색 그림자를 가진 아이다. 사내답지 못하다고 아버지의 걱정을 한몸에 받지만, 아이는 핑크색 그림자와 함께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들을 즐긴다. 하지만 이런 주인공도 학교에서 자신과 달리 파란색 그림자를 가진 친구들의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채 집으로 돌아온다.

상처입은 아이는 자신의 아버지의 도움으로 마음을 위로받고 이겨낸다. 아이들에게 파란색과 핑크색으로 성 역할을 나누어 가르친 것이 어른들이라면, 색깔로 인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고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 또한 어른들이 해야함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아빠의 그림자와 아이의 그림자가 함께 길을 걷는 장면처럼 말이다.

어려서부터 핑크색 옷도 자주 입히고, 남아용 여아용 물건도 구분 없이 사서 키운 우리 아이도 이 책을 읽기 전엔 나에게 '공주는 여자만 좋아하는 거야'하고 말한다. 아마 우리 사회 속 깊은 곳에 뿌리 내린 남자와 여자 구분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쳤나보다. 아이와 책을 읽으며 "엄마는 여자이지만 로봇도 좋아해. 공주를 좋아하는 남자아이도 있어." 하고 말해 주었다. 아이는 그런 내 말에 자기가 틀렸다고 제스쳐를 한다. 성 역할의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도록 어려서부터 아이에게 꾸준히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어야겠다. '내 그림자는 핑크'와 같은 좋은 책을 아이와 함께 읽어가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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