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를 쓰는 밤 - 제4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
안나 지음 / 비룡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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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친구인 다인에겐 이유도 모를 절교 문자를 받은 영. 텅 비어버린 영의 마음속에 윤성이 들어와 버렸다. 그러나 드디어 찾았다고 생각한 운명의 상대 윤성은 영의 새로운 친구 예리와 연인 사이가 된다. 윤성을 향한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는 영. 그러나 윤성과 함께 빗소리를 같이 듣는 순간 영의 시간은 정지된 것만 같았다. 마치 내가, 내가 아닌 것처럼 몸에서 빠져 나와버리는 느낌. 영은 윤성을 향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 비룡소 출판사의 제4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이다. 우정도, 사랑도, 가족도 엉망이 된 것만 같은 열일곱 소녀 영의 이야기가 섬세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내 주변에서도 쉽게 벌어질 것만 같은 사실적인 일이면서도, 한 편의 소설을 보는 듯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이 글을 읽는 내내 쏟아지는 빗방울에 더 짙은 초록 빛을 내는 나무들에 휩싸여 서 있는 것만 같았다. 마치 현실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너무나 현실적인 그런 상황처럼.


< 말하지 않은 기분들은 어떻게 될까, 아무에게도 자기 기분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 기분은 버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 세상에서 매 순간 느끼는 기분만이 내가 지켜야 할 유일한 것일지도 몰랐다.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는 순간, 그 기분은 부서진다. 닳고 닳아 내가 느낀 것과 다른 것이 된다. -145쪽- >


◈ 청소년 심사위원 100명의 선택을 받은 작품인 만큼, 그 어떤 소설보다도 청소년의 목소리가 가장 생생하게 들리는 것만 같았다.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어 수없이 삼키고 마는 그런 마음들이 이 책 속에 담겨 있었다. 오히려 삼킬 수밖에 없는, 그래서 더 오롯이 내 것일 수밖에 없는 그런 기분이.


<세상에는 정확하게 받아 적을 수 없는 소리들이 있다. 그 소리 중 하나를 지금 우린 같이 듣고 있었다. 빗소리를 어떻게 써야 할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다. 어떤 하루는 일 년보다 길다는 걸, 우리가 같이 듣고 있는 빗소리가 시간을 잠시 정지시킨 것 같았다. -80쪽- >


◈ 실패한 우정과, 사랑과, 가족의 이야기가 담겼지만, 실패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정답을 찾을 수 없는, 주인공의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결국 주인공은 담담히 자신의 상황을 헤쳐 나갈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못 쓰겠다고. 나를 못 믿겠다고. 내가 나에 대해 하는 말은 다 가짜 같다고. -86쪽- >


◈ 깊은 속마음까지 드러낸 주인공 영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우리는 차마 밖으로 꺼낼 수 없던 나의 깊은 마음 속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 또한 나의 기분이기에 모두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것만 같은 소설. 위로 받고자 읽은 글이 아님에도, 나는 이 글을 보며 따뜻한 위로를 받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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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 책이 좋아 3단계
박효미 지음, 임나운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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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함께 수영장에 갔다 온 다음, 톡을 받았다. ‘그만 만나.’ 이별이었다. 한 문장, 네 글자. 오늘은 사귄 지 구십구 일째 되는 날이었다. 내일은 백일째였고, 내가 세운 백 일 맞이 계획은 눈부시게 찬란했다. - 체중계의 사랑 8~9쪽 - >


◈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실린 이 책 속에는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랑과 우정 때문에 혼란스러운 아이들의 진짜 속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 이 책은 낯설지 않다. 내 이야기 혹은 내 친구의 이야기처럼 익숙하고, 공감이 된다. 학원 이야기, SNS 소통, 친구 관계, 짝사랑 등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사건의 일부를 톡 떼어다 책 속으로 고스란히 옮겨 둔 것만 같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춘기 소녀라면, 누가 보아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 책 속에 있다.


◈ 모든 이야기가 ‘나’의 목소리, 즉 일인칭 서술 방식으로 진행되는 탓에 마치 책을 읽는 다기 보다는 한 아이의 속마음을 엿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순간에 부풀었다가, 금세 꺼져 버리고 마는, 지금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 묘사가 무척 생생하다.


◈ 다섯 편의 이야기에 알콩달콩 한 사랑 이야기는 없다. 이 책은 사랑을 주제로 한 연애 이야기가 아닌, 오히려 사랑에 실패하고 만 쓰디 쓴 아픔의 기록이다.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없고,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상대의 문자 한통에 일희일비 하며, 원하지 않는 이별에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사춘기를 겪는,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지 않은가! 슬픔에 가슴이 먹먹하더라도, 어쨌든 ‘일단 치킨 먹고!’를 외칠 수 있는 그 시기. 아이들은 이렇게 자라난다.


◈ 사춘기는 혼란이자, 성장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여자 아이들이나, 중학생들에게 ‘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를 즐겨 보자며 이 책을 스윽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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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코끼리가 산다 - 왜 사랑의 아픔도 겪어 볼 만하다고 하는 걸까? 다정다감 생활책 2
루시아 자몰로 지음, 김영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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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의 아픔도 겪어 볼 만하다고 하는 걸까?

◈ 사랑의 아픔으로 겪는 감정의 변화를 그려낸 그림책이다. 책을 읽으면 왜 제목이 ‘마음속에 코끼리가 산다’ 인지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난생 처음 사랑의 아픔을 겪는 이들(혹은 사랑의 아픔을 겪어보지 않은 이들)에게 이별을 겪었을 때의 복잡한 감정 상태를 이해하기 쉬운 비유로 말하고 있다.

◈ ‘마음속에 코끼리가 산다’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왜 이별하는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왜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사랑의 감정일 때와 이별의 감정일 때 내 마음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을 아주 자세하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다뤄지는 만큼 책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때론 과학적으로, 때론 철학적으로, 때론 문학적으로 설명하는 사랑의 아픔은 무척 재미있고 흥미롭다.

◈ 책의 책장을 쉽게 넘어가게 하는 것은 재미난 내용만큼 감각적인 구성 덕분이기도 하다. 다이어리를 읽는 것처럼 아기자기하고 자유로운 손 글씨와 그림들은 마치 내 마음 속을 종이 위에 고스란히 옮겨둔 것만 같이 느껴진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가슴 속 깊은 감정을 일기장에서 만큼은 솔직하게 꺼낼 수 있듯, 이 책도 사랑의 아픔으로 인한 마음 속 진솔한 감정의 흐름을 고스란히 옮겨두었다.

◈ 이 책은 사랑의 아픔을 회복하기 위해선 결국 ‘나’를 살피고, 사랑하고 소중히 해야 함을 넌지시 전한다. 왜 사랑의 아픔도 겪어볼 만하다고 하는지, 독자들은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덮을 때 이해할 것이다.

◈ 사랑의 아픔이 단순히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을 뜻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사랑하는 존재는 있다. 가족, 연인, 반려 동물, 친구 등등. 사랑의 아픔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만큼 이 책은 남녀노소 불구하고 모든 이들에게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고로 누구에게 이 책을 권하면 좋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 책 내용을 공감하지 못할 사람은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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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최애 다산어린이문학
김다노 지음, 남수현 그림 / 다산어린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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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가 좋다는 미지의 고백. 고백 이후로 무지는 미지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무지는 미지가 좋아져 버렸다. (봄 - 무지와 미지)

-네가 좋으면 나는 무조건 널 받아들여야 해? 나는 네가 부담스러워. 그런데 어떻게 싫다고 말해야 할 지 모르겠어. (여름 - 눈인사를 건넬 시간)

-우린 이제 열살 남짓 살았는데,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살아야지. 좋아하는 걸 언제 하게? (가을 - 그리고 한 바퀴 더)
-우연히 중고 마켓 어플로 알게 된 그 남자애. 그 애가 좋다. 그런데 좋아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이 마음 어떡하지? (초겨울 - 확신의 확률)

-내가 좋아하는 최애 아이돌이 최악의 행동을 했다. 그런데도 최애를 향한 마음을 접을 수가 없다. (최악의 최애 - 겨울, 졸업)

◈ 5,6학년 아이들의 사랑을 주제로 담은 김다노 작가님의 계절 연작이다. 봄, 여름, 가을, 초겨울, 겨울까지 총 다섯 편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떨칠 수가 없었다. 초등학생의 사랑이라고 해서 절대 가볍거나, 귀엽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무척 진지하고, 신중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 속엔 연두빛 새싹같은 파릇함이 느껴지는 싱그러운 사랑이 한가득 담겨있다.


◈ 나의 감정을 알아가는 신중함이, 또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는 조심스러움이 이 책 속엔 담겨있다.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감정은 결코 가벼울 수가 없다. 이 책 속 주인공들의 마음이 그렇다. 천천히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조심스럽게 상대의 마음에 다가선다. 이 책이 사랑 이야기이기에 주인공들의 마음과 행동에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사랑은 원래 그런 거니까.

◈ 작년 말에 유영소 작가님의 ‘박하네 분짜’를 참 만족하며 읽었다. 이 책은 그 때 느낀 벅찬 감정을 고스란히 되살려 놓았다. 첫 이야기부터 마지막 이야기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너무 좋다.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가볍지 않게, 모두의 시선을 존중하며 그려낸 책을 또 만날 수 있다니. 너무 좋다. 참고로 ‘박하네 분짜’와 ‘최악의 최애’ 두 권 모두 남수현 작가님이 그림을 그리셨다. (작가님, 어쩜 이렇게 모든 단편에 찰떡같이 어울리는 멋진 그림을 그려내시나요!)

◈ 최악의 최애, 단숨에 나의 최애 책 리스트에 등극! 고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사랑을 주제로 한 동화를 찾는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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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 선생과 우주 문지아이들 176
김울림 지음, 소복이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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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사가 꿈인 우주는 열 살 생일 선물로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지만, 엄마 아빠가 준 생일 선물은 손흥민 싸인이 담긴 축구공이다. 공을 들고 밖에 나간 우주는 하필 동네에서 가장 깐깐한 고타선생님 집으로 공을 날려버리고 만다. 와장창 화분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들려온 건 고타선생님의 고함소리가 아닌 강아지 짖는 소리! 우주는 그날 이후로 자꾸 고타 선생님 집 안을 드나들게 된다. 우주가 쏘아 올린 공과 고타 선생님, 그리고 강아지. 이들에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 세상에! 이 글이 세상에 내놓는 첫 작품이라는 작가 소개글을 읽고 벌어지는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문장도 너무 좋고, 이야기의 흐름도 참 좋다. 작가님의 첫 작품이 이정도로 수준이 높다면 다음 작품은 얼마나 대단할까! 동화책이 선생님이었다는 작가님의 후기글을 읽으며, 작가님의 열정과 타고난 재능이 어찌나 부럽던지. 애정하는 작품으로 순식간에 등극!

◈ 착한 아이일수록 어른에게, 특히 부모에게 싫다는 이아기를 잘 못한다고 한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 탓이다. 책 속 주인공 우주도 이렇다.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는 아이. 아이가 진짜 원하는 걸 부모님께 말하는, 어찌보면 뻔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전혀 뻔하지 않게 그려냈다. 흔한 주제를 특별하게 그려내니, 공감도 쉬울 뿐더러 여운도 길게 남는다.

◈ 소복이 작가님의 그림도 고타 선생과 우주의 모습 멋지게 그려낸다. 김울림 작가님의 글과 소복이 작가님의 그림의 분위기가 무척 닮았다고나 할까. 글과 그림이 한몸처럼 어우러지니 서로를 떼어내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 누군가의 말에 관심을 두면, 그의 진짜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겉모습만 보고 짐작하거나, 내 마음대로 판단해버린 것이 아닌 상대의 진짜 마음이 보인다. 이 책은 우주와 고타 선생님의 진짜 마음을 보여준다. 우주 부모님도, 동네 사람들도 우주와 고타 선생님의 진짜 마음을 몰랐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이제 우주와 고타 선생님의 마음을 안다. 누군가의 진짜 목소리를 유심히 들어준다는 것은 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 권의 책을 온전히 집중하여 읽는 것과 같다. 누군가 단 한 사람만이라도 내 진짜 마음을 알아준다면, 주인공은 힘이 난다. 내 목소리를 더 드러내고 싶어진다. 엄마 아빠에게 마음대로 결론 내지 말라고 말할 수 있던 우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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