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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욕 반장 ㅣ 달님의 동화 도서관 2
박선희 지음, 조은애 그림 / 책읽는달 / 2019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화책 서평- 우리 반 욕 반장 글:박선희 그림:조은애, 책읽는 달>
반에서 아이들을 가만 보고 있으면 심심찮게 거친 말이나 욕설이 들린다. 물론 아이들도 눈치는 있는지라 어른들 앞에선 쉽사리 거칠거나 나쁜 언어는 조심하는 눈치다. 하지만 아이들의 입에서 전해듣는 아이들의 언어생활은 우리가 보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쟤는요 놀이터만 가면 욕쟁이에요."
"걔 진짜 욕 잘해요~ 맨날 죽인다고 하고."
학기 중 슬쩍 아이들의 생활에 껴들어 보기도 했다. 아이들 틈에 껴서, 정말? 그 애가 진짜 그랬어? 이야~ 하고 맞장구를 치면 아이들은 금세 자신들의 비공개 생활을 드러내보이곤 한다. 꽤나 놀랬다. 학교에선 전혀 들리지 않는 거친 말들이 학교 밖에선 익숙해 보였다.
아이들의 비공개 생활을 엿들을 땐 나도 아이들과 같은 마음으로 다가가야한다. 잘못을 지적하거나 혼내지 말고 정말 아이들과 같이 반응하기. 잘못을 지적하거나 혼내면 금세 아이들은 입을 다물고 다시 자신을 꽁꽁 싸맨다. 그래서 아이들의 생활을 엿듣기만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없는 시간에 혼자 자주 고민했다. 어떤 방식으로 천천히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언어생활을 바꿔주어야 하나.
담임도 부모님도 모르는 아이들만의 세계가 있다. 아이들의 세계를 알면 깜짝 놀라기도 한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말들을 배운거니? 소리가 절로 나온다.
우리 반 욕 반장의 주인공 준기처럼 교실에서 드러내고 욕을 즐겁게 하는 아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분명 준기처럼 욕이 왜 나빠요? 하는 아이는 굉장히 많다. 욕은 나쁜거야 라고 어릴 적 부터 가르침을 받아와서 (욕=나쁘다) 라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진심으로 왜 욕이 나쁘고 하면 안되는지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종종 언어사용 개선 교육의 차원으로 욕의 어원이나 실제 말뜻을 설명하며 욕을 못하게도 한다. 허나 개인적으론 이 역시 초등교육에선 맞지 않는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욕이 나쁘고 하면 안되는지를 전해야 할까. 이 고민을 해결해주는 책이 바로 '우리 반 욕 반장' 인 것 같다.
주인공 준기는 욕 선생님을 만나서 새로운 교실로 가게 된다. 그 반에는 준기만큼 욕을 잘 하고 욱하는 친규들이 가득했다. 준기는 새로운 반에서 친구들을 보며 적잖은 충격을 받는다. 욕을 자꾸 하다보니 기억력이 나빠지고, 교실 속 화분들은 시들어 가고.
게다가 옆 반에 있는 아이들을 통해 친구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듣게된다. 준기에게 하지 못한 솔직한 목소리들. 욕하는 준기가 싫어도 나에게 나쁜말을 할까봐 싫다는 말을 못하는 성찬이의 목소리가 참 인상깊었다.
'우리 반 욕 반장'은 욕을 하면 안되는 이유를 나 뿐만이 아닌 타인에서도 찾는다는 것이 참 좋았다. 욕을 듣는 다른 사람들의 심정이 어떠하며, 그 솔직한 마음은 어떤지를 잘 보여주었다. 욕을 자주 하는 애들은 아마 준기처럼 뜨끔하지 않았을까? 내 친구들도 혹시 이런 마음일까? 고민했을 것이다. "화가 나는데 어떻게 욕을 안해요" 라는 준기의 질문에 욕을 한다고 화가 풀리는 것도 아니잖니? 하고 답해주는 선생님의 말은 아이들에게 꼭 전해주고픈 메시지였다.
나에게도 좋지않고, 더불어 타인에게도 좋지 않은 나쁜말 사용.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자주 해주는 말들이 책 속 문장으로 많이 보여 신기했다. 이 책 덕분에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아이들에게 전달한 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다. '우리반 욕 반장' 책은 아이들을 위해 학급에 한두권씩 비치해놓고 꼭 같이 읽어보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책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해보고 자신의 경험담을 나누어보면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