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 야구소년 이야기 별사탕 10
김기정 지음, 박정은 그림 / 키다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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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나날들이 계속되면서 그간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음을 실감한다. 비록 무관중으로 진행중인 야구 개막이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로 힘든 이 시기에 야구를 보고 있으니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그 때로 돌아간 기분이다.
혼자 야구장을 가서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고 왔을 정도로 야구 경기를 열정적으로 보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야구팬이셨던 아빠를 따라 야구장을 다녀오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가기도 했다. 목이 터져라 응원하며 보는 야구 경기는 승패를 떠나 그 순간 우리를 참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지금도 열성 야구 팬인 남편과 아빠 옆에서 거의 매일 야구 소식을 접하는 나에게 '1982 야구소년'은 어쩐지 익숙하다 못해 당연히 봐야 할 것 처럼 느껴졌다. 공 한 번 내 손으로 던져 본 적은 없어도, 마음만은 열성 야구팬인 내가 야구 그림책을 안볼 수가 있나! 야구와 관련된 그림책이란 사실만으로도 흥미가 생겼다.


1982라는 숫자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책을 보았는데, 막상 이야기를 읽어보니 1982는 굉장히 의미가 있는 숫자였다. 바로 프로야구가 시작한 해 이자, 프로야구 어린이 회원들이 시작된 해였다. 야구가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무려 30만명의 어린이들이 회원 가입을 했단다. 세상에! 이 의미깊은 1982년도의 야구를 좋아하던 소년들. 이 책은 이 야구 소년들의 이야기였다.


실은 야구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려냈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1970~80년도의 우리 사회 모습에 눈 앞에 그려졌다. 지금은 너무 흔한 알루미늄 배트와, 가죽 글러브가 그 시절 소년들에겐 부러움의 존재였다. 소년들은 나무로 배트를 만들고, 마대로 글러브를 만들어 썼다. 소년의 아버지는 중동으로 일을 하러 떠나 1년여를 만나지 못하고 있었으며, 입장료 삼천원의 야구 관람권은 아이들에게 꿈도 못 꿀 사치였다. 그 시절엔 그랬다.


가끔 쉬는 시간이나, 남는 시간에 아이들에게 짧은 애니메이션들을 보여줄 때가 있는데 그 때 종종 틀게되는게 바로 '검정고무신'이라는 애니메이션이다. 내가 어린 시절에도 즐갸 읽던 만화책, 검정 고무신. 개인적으로 기영이가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팔아 아이스크림을 사먹던 1권 1화의 내용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이들은 애니메이션을 보며 지금과 다른 그 시절의 모습에 참 낯설어했다. 시대가 다른 삶을 사는 아이들에게 과거의 이야기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만화 속 꾸며진 이야기와 같은 것이다.


그림책 <1982 야구소년>은 이렇게 다른 시대를 사는 요즘 아이들과 과거의 시대를 살았던 나를 '야구'라는 주제로 이어준다. 그 시절의 야구 소년이나 현재의 야구 소년이나 야구를 사랑하던 그 열정만큼은 똑같으니 말이다.


올해는 듣지 못했지만, 매년 남자아이들의 대화, 혹은 일기장에서 아빠와 야구장을 간 이야기나 캐치볼을 한 이야기가 항상 등장한다. 전국적으로 유행인 스포츠이니, 아이들에게 야구는 너무나 익숙한 경기이다. 야구장을 가 본 아이들도 굉장히 많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야구를 좋아하는 부모님이 아이에게 읽어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빠도 어릴 적 이랬어~ 엄마는 어릴 적 이랬어~ 하고 말해주는 부모의 생생한 추억담은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낯선 시대의 이야기와는 사무수다르다. 우리 엄마, 우리 아빠의 추억담을 들을 수 있지 않은가!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어 갈수록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점차 줄어든다.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대화를 더 선호하며, 요새는 아이들이 더 바쁘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소재를 꾸준히 찾고, 열심히 소통하려 노력해야 한다. 아이가 먼저 그림책을 들고 찾아와 준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만 지나도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가 너무 컸다며 그림책은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 고학년도 그림책 읽어주는 시간을 참 좋아한다. 야구 팬인 자녀가 있다면 이 책을 들고 먼저 아이에게 함께 책 읽기를 권해보면 어떨까. 부모에게도 자녀에게도 의미깊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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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유니콘 마을 - 2022 우수환경도서 Wow 그래픽노블
케이티 오닐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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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읽어 본 그래픽노블에 대한 만족도가 컸기에, 이번에 접하게 된 '바닷 속 유니콘 마을'에 대한 기대치가 컸다. 이미 '티 드래곤 클럽'과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라는 그래픽노블로 유명하신 그래픽노블 작가님 케이티오닐의 신작이었다.

주인공이 바다 위에서 유니콘을 타고 있는 표지 그림부터 이 책은 예사롭지 않았다. 신비롭지만 애틋하고 애처로운 느낌. 딱 표지를 본 순간 든 생각이었다. 그리고 정말 이야기를 읽어 나갈수록 처음 표지를 통해 느낀 그 감정이 고스란히 느끼게 되었다.

주인공 라나는 아빠와 함께 단 둘이 사는 소녀이다. 우연한 사고로 라나의 엄마가 죽고난 뒤, 라나와 아빠는 도망치듯 원래 살던 바닷가 마을을 떠났다. 이야기는 이런 라나와 아빠가 다시 바닷가 마을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큰 태풍을 만난 바닷가 마을. 태풍으로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되었고, 라나의 이모인 '메이'의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두 사람은 이모의 집을 청소해주고 일손을 돕기 위해 잠시 바닷가 마을에 머무르게 되었다.

라나에게 바다는 엄마와의 추억이 가득한 곳이었다. 엄마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는 아빠를 위해 도시행을 따라 나섰지만, 여전히 라나는 바다를 사랑하고 이 마을로 돌아오고 싶어했다. 그리고 이곳 바다에서 라나는 이상한 해마를 만나게 된다.

이상한 해마와의 만남, 그리고 그 이상한 해마가 가져다 준 메이 이모의 보물. 메이 이모의 믿기 힘든 이야기까지. 이야기의 전개는 흥미진진하며, 그 속도도 빨라서 책속에 푹 빠져있다보면 어느새 이야기의 끝을 만나버리고 만다. 그리고 마지막엔 이런 보물같은 책을 만나게 된 걸 기뻐하게 된다. 역시 이번에 만난 그래픽노블 또한 정말 추천하고 싶을 만큼 너무나 재밌다.

기존의 내가 가지고 있던 이모라는 이미지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은, 그래서 또 한번 내가 인식하지 못하던 또 하나의 편견을 알게 되는 '메이'이모. 굉장히 매력적이고 멋진 캐릭터이다. 그리고 이 메이 이모와 굉장히 잘 어울리는 유니콘마을의 아우레. 두 사람의 우정과 사랑이 참 아름답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다시금 화합해가는 그 과정은 흡사 인간과 자연의 현재의 모습을 보고있는 듯 했다. 인간인 메이 이모와 자연 그 자체인 아우라. 이 두 사람을 통해 앞으로 인간이 이 광활하고 원대한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마을 사람들이 오랜 기간 인식했지만, 해결하지 못한채 갈등만 지속해오던 문제도 라나라는 작은 소녀의 의견으로부터 바꿔나가길 시작하는 모습 또한 참 인상적이었다. 라나의 모습은 기후 환경오염 문제의 개선을 위해 1인 시위를 시작했고, 그 시위를 전 세계인의 동참으로까지 연결시킨 17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를 떠올리게 했다.

바다와 산호초 역시 우리가 인지하곤 있지만 그 위험을 회피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버리는 대상중 하나다. 하지만 지금도 바다는 각종 쓰레기와 미세 플라스틱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바다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거대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책을 읽고 환경 오염 문제를 인식하고, 환경 보호 의지를 갖게 된다면 그 것 만으로도 책은 환경보호에 큰 역할을 한 것이라 본다. 아마 이 '바닷 속 유니콘 마을'은 우리 아이들에게 널리 읽혀나가며, 아이들에게 환경문제에 대한 긍정적 인식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많은 공을 쌓을 듯 싶다. 판타지적 요소로 현실 문제를 재미있게 빚어낸 '바닷 속 유니콘 마을'같은 책들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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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우리아빠의 절대! 안 완벽한 비밀 11 바둑이 초등 저학년 그림책 시리즈 5
노에 까를랑 지음, 호넝 바델 그림, 윤민정 옮김 / 바둑이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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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아빠는 언제나 나에겐 완벽했다. 항상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었다. 언제나 듬직하고 다정한 우리 부모님은 내가 성인이 된 지금도 든든한 버팀목이자 등대같은 존재다.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어보니 나는 그닥 우리 아이에게 완벽한 부모인 것 같진 않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성인이 되고 나서 부모님을 향한 시선이 더욱 달라졌다. 지금의 나보다 더 어렸던 나의 엄마, 아빠. 두 사람은 어떻게 나를, 또 내 동생들을 키워내셨을까.

책 속 주인공의 아빠는 제목과는 달리 실수 연발에 아이에게 하는 말과 다른 모습만 보여준다. 가구 조립의 달인이라며 큰소리를 뻥뻥 치면서 만들어낸 가구는 엉성하고, 볼품이 없다. 유명 요리사들처럼 요리를 잘 하는 것 처럼 말하고 난 뒤 아이에게 내미는 요리는 겨우 계란후라이 하나 뿐이다. (게다가 부엌은 엉망 징창!) 아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어른들에게 들어보았을 번 한 좋은 이야기들을 아이에게 말하고 있지만, 정작 그걸 말하는 아빠의 모습은 정 반대이다. 아이 앞에서만 당당하고, 무엇이든 잘하는 '척'인 것이다. 하긴, 그 어떤 부모가 아이 앞에서 실수투성이에 엉망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은 따뜻하다. 아빠가 실수를 연발해도 그 모습에 실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아빠의 곁에 가까이 붙어 있고, 아빠의 일을 끝까지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나는 그런 아이의 심정이 어떤지 알 것 같았다. 그건 흡사 어린 시절 내가 부모님을 향하는 그 눈빛이었다. 아빠가 실수 연발을 하더라도, 아이의 눈에선 아빠는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멋진 모습으로 보이고 있을것이다.

아이에 눈에 절대 안 완벽한 아빠가 완벽한 아빠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책장을 넘기며 만나는 장면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바로 사랑. 사랑이 기반된 부모의 모든 행동은 아이에게 완벽 그 자체일 수 밖에 없다. 같이 요리를 하고, 산책을 하고, 무언가를 만드며, 책을 골라주는 아빠. 완벽하지 않아도 아이와 무언가를 함께 해 나가며,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그 모습들에서 아이는 아빠를 향한 존경과 사랑을 배운다. 아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아이에겐 최고의 사랑이며, 이런 사랑은 아이의 눈에 완벽한 콩깍지를 씌운다.

어쩌면 우리 부모님도 그 시절엔, 지금의 나만큼 실수 연발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내가 우리 부모님을 완벽하다고 기억하는 건, 그 시절 부모님이 내게 해주신 모든 일이 사랑에서 비롯되어 있기 때문일거다.

이 책은 '아빠'와 아이의 관계를 보여주지만, 나는 이 책이 결코 아빠와 아이 둘 만의 모습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이 책에서 나는 아빠를 보았고, 엄마도 보았으며 아이를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았다.

책은 참 따뜻하고 다정하다. 한 폭의 그림같은 책의 첫 장과 마지막 장 모습은 이 책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 그 자체일 것이다. 아이를 향한 부모의 사랑과, 그 사랑을 받는 아이의 행복한 모습은 보는 이를 절로 미소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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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원피스
니시마키 가야코 지음, 황진희 옮김 / 한솔수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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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말이 점차 늘어나면서, 그림책을 보는 시야를 넓히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여태 나는 초등학생과 매일을 함께 하는 직업이다 보니 기존까진 이 그림책을 ‘수업’에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 책의 매력을 전할 수 있을까를 주로 생각해왔다. 그림책을 보면 보통 이 책은 어느 학년에서 적용하기 좋겠군, 어느 수업 차시에 활용하기 좋겠군 하고 떠올려왔고, 실제로도 수업 연구와 아이들의 언어 및 국어 능력 신장 측면에서 주로 그림책을 바라 보았다.

그런 나의 좁은 시야가 넓어지게 된 계기는 바로 다섯 살 우리 아들 덕분이다. 그림책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나가는 동안 내 스스로도 꽤 많은 그림책을 읽었다. 수업에서 그림책을 주로 활용했고,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주 대상도 초등학생이었다. 그 탓에 내 시야는 굉장히 한정적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작년부터 말이 트이고 (아들은 또래 아이들보다 말이 굉장히 늦게 터졌다) 폭발적으로 언어를 습득하고 쏟아내는 아들이 점차 그림책에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우리 아이는 책을 보기보다는 그림을 넘기는 수준이었고, 그건 그저 아이에게 그림을 보는 놀이 중 하나였다. 책 장에 이야기를 다 읽어주기도 전에 아이는 책장을 넘겨대기 바빴으니 온전한 책읽기는 잘 하지 못했다. 그런 아이가 언어가 늘고, 문장을 점차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책을 읽어주면 가만히 앉아서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읽어주세요!’를 외치며 자꾸 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초등생에게는 글밥이 너무 적고 내용이 단순해서 수업 활용도가 낮아 책장에 꽂혀 있는 내 책 몇 권은 다섯 살 우리 아들에겐 굉장히 큰 애정을 받고 있는 중이다. 초등이 아닌 유아의 시선으로 확장하니, 그 책은 언어를 막 시작한 아이에게 너무나 즐겁고 흥미로운 책이었던 것이다.

현재 이런 아이와 지내고 있다보니 이번에 읽게 된 ‘나의 원피스’는 너무나 적절한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지금 막 언어가 늘고, 책에 관심을 갖는 중인 우리 아이를 위한 책이었다. 책을 받았을 때부터 단순하고 따라 그리기 쉬운 그림체가 시선을 잡아 끌었다. 이 또한 너무 좋았다. 아이가 그림을 보고 그리기가 쉬워 보였다. 그림을 그릴 때 조금이라도 복잡하거나 어려워 보이면 아이는 늘 ‘엄마가 그려줘, 난 못해’ 하곤 했다. 아직 손에 힘이 부족하고 뜻대로 선과 색을 사용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에게 복잡하고 단순한 그림은 따라 그리고 싶은 의욕을 낮추어 버렸다. 하지만 ‘나의 원피스’ 속 그림은 삽화가 굉장히 단순하고 귀엽다. 마치 어린 아이가 그린 그림을 넘겨 보고 있는 듯 한 기분도 든다. 이 정도는 아이들이 따라 그릴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어주기 말고도 그림책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건 어린 아이를 둔 부모에게는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다.

이 책을 번역한 ‘황진희’ 번역가님의 이름 또한 시선이 갔다. 그리곤 작년 우리반 아이들의 호기심을 한 몸에 받은 책 ‘태어난 아이’가 절로 떠올랐다. 실은 그림책이 아니어도 나는 전부터 황진희 번역가님을 알고 있었다. 이십대 초반 일본소설의 감성에 푹 빠져 있을 때, 항상 이 책 너무 좋다! 하고 생각했던 책들 중 다수가 황진희 번역가님의 책이었다. ‘황진희’ 옮김이라는 글자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긴 것이다.

책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감수성을 한껏 높여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귀여운 토끼가 만드는 원피스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아름다운 자연을 원피스 무늬로 담아내는 그 과정이 굉장히 신선하고 즐거웠다. 게다가 그림책 속 무늬들은 아이들의 옷 무늬에서도 실제로 볼 법한 무늬들이라 더욱 아이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비슷한 무늬의 옷을 입고 이 책을 읽는 다면 아이들은 얼마나 즐거워하고, 신기해 할까.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 주변의 소재로 끌어와 담아내기 때문에 책의 내용에서 나아가 다양한 독후 활동, 상상력 키우기 활동을 하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실제로 책 속엔 원피스 꾸미기 활동지가 포함되어 있어서 활용하기에도 좋다.

다섯 살 우리 아들부터 읽어주고 싶은 마음이 큰 이 책은, 유아를 둔 부모들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까지 활용하기 참 좋을 것 같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절로 기분좋은 감정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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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나침반 에프 그래픽 컬렉션
스테판 멜시오르 지음, 클레망 우브르리 그림, 조고은 옮김, 필립 풀먼 원작 / F(에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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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래픽노블 ‘황금 나침반’을 읽고 있자, 옆을 지나가던 남편이 물어왔다. ‘그거, 영화도 있지 않아?’ 정말이었다. 원작은 굉장히 유명했고, 영화 제작까지 되어 있었다. 나는 이토록 유명한 작품을 왜 이제야 접했는지 모르겠다. 필립 폴먼의 소설이 원작이며, 2007년엔 영화로, 2019년엔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영화와 드라마를 둘 다 아직 접해보지 못한 나에게 이 책은 신비로움 자체였다.

책은 굉장히 두꺼웠다. 사이즈도 다른 책들에 비해 훨씬 컸다. 하지만 그림은 굉장히 작고 촘촘한 편이었다. 그래서 그 분량이 상당하다. 좀 어두운 곳에선 읽기 어려울 정도로 글도 많고, 그림도 작았다. 하지만 그만큼 스토리가 풍부하고 방대한 세계관을 충분히 담아냈기에 만족했다. 그래픽노블이지만 거대한 세계관이 책 속에 잘 표현되었다.

실은 그래픽노블 ‘황금 나침반’은 독자에게 친절한 책은 아니었다. 책을 시작부터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이야기의 속도를 따라가느라 앞부분은 꽤나 고생했다. 애초에 원작의 내용을 몰랐으니, 이 이야기의 세계관이나 데몬이라는 존재의 이해, 여자아이의 배경 상황 등 머릿속에 물음표를 이루는 것들이 정말 많았다. 책의 중반을 넘어가고 나서야 어느 정도 스토리의 배경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어려움 없이 책을 술술 이해하게 됐다. 초반에 조금만 더 독자들에게 친절히 세계관과 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있었더라면 훨씬 고마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말 멋졌다. 그래, 정말 멋지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그림체도 거칠고, 내용 자체도 워낙 빠르게 전개되고 있어서 책의 초반에는 진입 장벽이 느껴졌지만 그 벽을 넘고 나니 정말 이건 신세계였다.

우선 주인공 ‘리라’. 이 거대한 스토리의 중심에 선 작은 여자아이가 이토록 매력적일 줄 몰랐다. 타고난 능력이 있는 아이가 아닌데도, 리라의 활약을 보면 정말 이 아이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 느껴졌다. 가끔은 맹랑하고, 무모하기도 하지만, 그 용감함과 대범함, 의리는 어느 용사와 비해도 견줄 수 있었다. 이 거대한 서사의 중심을 이 작은 여자아이가 이끌고 간다는 것이 참이나 인상적이다.

다음으로 동물의 모습을 한 인간의 영혼 ‘데몬’. 처음 데몬을 마주했을 땐 그저 항상 붙어다니는 애완동물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조금 지나서 인간마다 함께 있는 그 동물들이 그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애완 동물의 개념이 아닌 걸 알았다. 데몬이 고통받을 때, 인간도 함께 고통받았고 인간의 죽음은 곧 데몬의 죽음이기도 했다. 정말 인간의 영혼이 동물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또한 리라와 함께 이야기의 주축을 이어나가는 콜먼 부인과 역시 이 ‘데몬’과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한 인물이기에 이야기에서 ‘데몬’이라는 존재의 무게는 정말 크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관과 다른 모습을 이 ‘데몬’의 존재가 확실히 보여주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마지막으로 리라의 곁을 함께 하는 ‘곰, 집시부족, 마녀 등’ 과 같은 다양한 등장 인물. 특히 매력적인 등장 인물은 ‘곰 이오니크’였다. 이오니크의 싸움, 리라의 탈출을 위한 전쟁 등 책 속에선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잔인한 장면도 더러 나온다. 물론 만화로 표현된 장면이기에 실제 모습만큼의 잔인성은 없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의 분위기가 어둡기에 뼈나 해골, 전투 등의 잔인한 장면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따뜻함이 있다. 친구를 위해 과감히 모험을 하는 리라나, 약속을 위해 죽음의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 이오니크 등의 모습들을 보면 ‘정과 의리’는 이런 것이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두운 밤처럼 까마득한 공간을 작은 불씨 하나가 환희 비춰주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픽노블 ‘황금 나침반’은 뒷이야기가 더 있는 듯 했다. 원작이 3부작인 만큼 황금나침반 그래픽노블도 3권으로 나오게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든다. 주인공들의 모험을 함께하고픈 의지가 간절하다. 그래픽노블 ‘황금나침반’을 접한 독자라면 누구나 나처럼 2권을 애타게 기다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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