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 야구소년 이야기 별사탕 10
김기정 지음, 박정은 그림 / 키다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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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나날들이 계속되면서 그간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음을 실감한다. 비록 무관중으로 진행중인 야구 개막이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로 힘든 이 시기에 야구를 보고 있으니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그 때로 돌아간 기분이다.
혼자 야구장을 가서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고 왔을 정도로 야구 경기를 열정적으로 보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야구팬이셨던 아빠를 따라 야구장을 다녀오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가기도 했다. 목이 터져라 응원하며 보는 야구 경기는 승패를 떠나 그 순간 우리를 참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지금도 열성 야구 팬인 남편과 아빠 옆에서 거의 매일 야구 소식을 접하는 나에게 '1982 야구소년'은 어쩐지 익숙하다 못해 당연히 봐야 할 것 처럼 느껴졌다. 공 한 번 내 손으로 던져 본 적은 없어도, 마음만은 열성 야구팬인 내가 야구 그림책을 안볼 수가 있나! 야구와 관련된 그림책이란 사실만으로도 흥미가 생겼다.


1982라는 숫자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책을 보았는데, 막상 이야기를 읽어보니 1982는 굉장히 의미가 있는 숫자였다. 바로 프로야구가 시작한 해 이자, 프로야구 어린이 회원들이 시작된 해였다. 야구가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무려 30만명의 어린이들이 회원 가입을 했단다. 세상에! 이 의미깊은 1982년도의 야구를 좋아하던 소년들. 이 책은 이 야구 소년들의 이야기였다.


실은 야구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려냈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1970~80년도의 우리 사회 모습에 눈 앞에 그려졌다. 지금은 너무 흔한 알루미늄 배트와, 가죽 글러브가 그 시절 소년들에겐 부러움의 존재였다. 소년들은 나무로 배트를 만들고, 마대로 글러브를 만들어 썼다. 소년의 아버지는 중동으로 일을 하러 떠나 1년여를 만나지 못하고 있었으며, 입장료 삼천원의 야구 관람권은 아이들에게 꿈도 못 꿀 사치였다. 그 시절엔 그랬다.


가끔 쉬는 시간이나, 남는 시간에 아이들에게 짧은 애니메이션들을 보여줄 때가 있는데 그 때 종종 틀게되는게 바로 '검정고무신'이라는 애니메이션이다. 내가 어린 시절에도 즐갸 읽던 만화책, 검정 고무신. 개인적으로 기영이가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팔아 아이스크림을 사먹던 1권 1화의 내용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이들은 애니메이션을 보며 지금과 다른 그 시절의 모습에 참 낯설어했다. 시대가 다른 삶을 사는 아이들에게 과거의 이야기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만화 속 꾸며진 이야기와 같은 것이다.


그림책 <1982 야구소년>은 이렇게 다른 시대를 사는 요즘 아이들과 과거의 시대를 살았던 나를 '야구'라는 주제로 이어준다. 그 시절의 야구 소년이나 현재의 야구 소년이나 야구를 사랑하던 그 열정만큼은 똑같으니 말이다.


올해는 듣지 못했지만, 매년 남자아이들의 대화, 혹은 일기장에서 아빠와 야구장을 간 이야기나 캐치볼을 한 이야기가 항상 등장한다. 전국적으로 유행인 스포츠이니, 아이들에게 야구는 너무나 익숙한 경기이다. 야구장을 가 본 아이들도 굉장히 많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야구를 좋아하는 부모님이 아이에게 읽어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빠도 어릴 적 이랬어~ 엄마는 어릴 적 이랬어~ 하고 말해주는 부모의 생생한 추억담은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낯선 시대의 이야기와는 사무수다르다. 우리 엄마, 우리 아빠의 추억담을 들을 수 있지 않은가!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어 갈수록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점차 줄어든다.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대화를 더 선호하며, 요새는 아이들이 더 바쁘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소재를 꾸준히 찾고, 열심히 소통하려 노력해야 한다. 아이가 먼저 그림책을 들고 찾아와 준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만 지나도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가 너무 컸다며 그림책은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 고학년도 그림책 읽어주는 시간을 참 좋아한다. 야구 팬인 자녀가 있다면 이 책을 들고 먼저 아이에게 함께 책 읽기를 권해보면 어떨까. 부모에게도 자녀에게도 의미깊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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