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나침반 에프 그래픽 컬렉션
스테판 멜시오르 지음, 클레망 우브르리 그림, 조고은 옮김, 필립 풀먼 원작 / F(에프)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그래픽노블 ‘황금 나침반’을 읽고 있자, 옆을 지나가던 남편이 물어왔다. ‘그거, 영화도 있지 않아?’ 정말이었다. 원작은 굉장히 유명했고, 영화 제작까지 되어 있었다. 나는 이토록 유명한 작품을 왜 이제야 접했는지 모르겠다. 필립 폴먼의 소설이 원작이며, 2007년엔 영화로, 2019년엔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영화와 드라마를 둘 다 아직 접해보지 못한 나에게 이 책은 신비로움 자체였다.

책은 굉장히 두꺼웠다. 사이즈도 다른 책들에 비해 훨씬 컸다. 하지만 그림은 굉장히 작고 촘촘한 편이었다. 그래서 그 분량이 상당하다. 좀 어두운 곳에선 읽기 어려울 정도로 글도 많고, 그림도 작았다. 하지만 그만큼 스토리가 풍부하고 방대한 세계관을 충분히 담아냈기에 만족했다. 그래픽노블이지만 거대한 세계관이 책 속에 잘 표현되었다.

실은 그래픽노블 ‘황금 나침반’은 독자에게 친절한 책은 아니었다. 책을 시작부터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이야기의 속도를 따라가느라 앞부분은 꽤나 고생했다. 애초에 원작의 내용을 몰랐으니, 이 이야기의 세계관이나 데몬이라는 존재의 이해, 여자아이의 배경 상황 등 머릿속에 물음표를 이루는 것들이 정말 많았다. 책의 중반을 넘어가고 나서야 어느 정도 스토리의 배경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어려움 없이 책을 술술 이해하게 됐다. 초반에 조금만 더 독자들에게 친절히 세계관과 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있었더라면 훨씬 고마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말 멋졌다. 그래, 정말 멋지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그림체도 거칠고, 내용 자체도 워낙 빠르게 전개되고 있어서 책의 초반에는 진입 장벽이 느껴졌지만 그 벽을 넘고 나니 정말 이건 신세계였다.

우선 주인공 ‘리라’. 이 거대한 스토리의 중심에 선 작은 여자아이가 이토록 매력적일 줄 몰랐다. 타고난 능력이 있는 아이가 아닌데도, 리라의 활약을 보면 정말 이 아이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 느껴졌다. 가끔은 맹랑하고, 무모하기도 하지만, 그 용감함과 대범함, 의리는 어느 용사와 비해도 견줄 수 있었다. 이 거대한 서사의 중심을 이 작은 여자아이가 이끌고 간다는 것이 참이나 인상적이다.

다음으로 동물의 모습을 한 인간의 영혼 ‘데몬’. 처음 데몬을 마주했을 땐 그저 항상 붙어다니는 애완동물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조금 지나서 인간마다 함께 있는 그 동물들이 그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애완 동물의 개념이 아닌 걸 알았다. 데몬이 고통받을 때, 인간도 함께 고통받았고 인간의 죽음은 곧 데몬의 죽음이기도 했다. 정말 인간의 영혼이 동물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또한 리라와 함께 이야기의 주축을 이어나가는 콜먼 부인과 역시 이 ‘데몬’과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한 인물이기에 이야기에서 ‘데몬’이라는 존재의 무게는 정말 크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관과 다른 모습을 이 ‘데몬’의 존재가 확실히 보여주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마지막으로 리라의 곁을 함께 하는 ‘곰, 집시부족, 마녀 등’ 과 같은 다양한 등장 인물. 특히 매력적인 등장 인물은 ‘곰 이오니크’였다. 이오니크의 싸움, 리라의 탈출을 위한 전쟁 등 책 속에선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잔인한 장면도 더러 나온다. 물론 만화로 표현된 장면이기에 실제 모습만큼의 잔인성은 없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의 분위기가 어둡기에 뼈나 해골, 전투 등의 잔인한 장면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따뜻함이 있다. 친구를 위해 과감히 모험을 하는 리라나, 약속을 위해 죽음의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 이오니크 등의 모습들을 보면 ‘정과 의리’는 이런 것이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두운 밤처럼 까마득한 공간을 작은 불씨 하나가 환희 비춰주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픽노블 ‘황금 나침반’은 뒷이야기가 더 있는 듯 했다. 원작이 3부작인 만큼 황금나침반 그래픽노블도 3권으로 나오게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든다. 주인공들의 모험을 함께하고픈 의지가 간절하다. 그래픽노블 ‘황금나침반’을 접한 독자라면 누구나 나처럼 2권을 애타게 기다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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