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의 유언 - <모모>의 작가 엔데, 삶의 근원에서 돈을 묻는다
카와무라 아츠노리 외 지음, 김경인 옮김 / 갈라파고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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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의유언 #지역화폐 #교환링 #자유화폐 #독후감

키워드 : 엔데의 유언, 지속가능한 발전, 지역화폐, 마이너스돈, 교환링, 돈의 기능

1. 엔데의 유언
사람이 죽으면서 흙으로 돌아가는데, 글을 남기거나 이름을 남기면 그것이 후세에 전해지곤 한다. 유언이라는 것은 후세 사람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말을 담은 보자기일 것이다. 어떤 것들이 보자기 속에 숨어있는지 모르겠으나 엔데의 유언이라는 책은 가치로운 것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는 현재 자본주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본주의는 돈이 중심인 사회이다. 돈이 해결사이다. 돈이 갈등의 시작이자 끝인 사회다. 그래서 돈을 갖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 엔데는 '돈'이라는 요망한 물질에 대해서 실랄한 비판을 하였다. 화폐의 기능이 무엇일까?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교환의 기능이며, 가치의 보장과 가치의 척도 기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우리는 화페를 단순하게 생각해왔을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교환하거나 사고 팔 때 '신뢰'라는 탈을 입고, 유용하게 활용하곤 했다. 돈이 있으면 먹을 것을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화페라는 것이 없을 때 물물교환을 했었다. 그러한 불편함을 없애려고 화폐를 도입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 시대를 살면서 화폐, 즉 돈의 '이상함'을 지적한다. 플러스화폐가 되는 형태, 즉 이자가 붙는 기이한 현상을 지적한다. 은행계좌에서 오고가는 돈에 왜 이자가 붙어야 할까? 가만히 생각해보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이자는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곰곰히 따져보았다. 은행이라는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그리고 물물교환이라는 어색한 시스템을 멀리하면서부터일 것이다.

이자는 그렇게 요상한 존재다. 이자를 지불하고, 또 지불하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심지어 내가 돈을 빌리는데, 선이자를 지불해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금, 현재도 일어나고 있다. 지속가능한 경제일까? 파탄을 불러일으키고, 지속불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일까?

자본이라는 거대한 힘은 한 나라의 경제를 잘 살 수 있도록 투자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외국투기자본이 개발도상국을 망쳐놓는 사례를 수차례 목도하였다. 우리도 1999년도 IMF사태를 겪으면서 간, 쓸개를 모두 빼놔도 시원찮을 국가적인 구조조정을 겪었다. 순간적으로 '돈', 몸 안에 흘러야 하는 혈액이었던 통화량이 부족하자 결국 줄 도산이 이어졌고, 국가부도를 맞았다. 이러한 위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볼 때 진정한 풍요로운 삶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2. 지속가능한 경제
우리는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어놨을까? 지속가능한 곳에 투자를 많이 하였을까, 지속불가능한 곳에 투자를 하고, 소비를 조장했을까, 책을 읽다보면 거꾸로 가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플라스틱이 생산되면서 쓰레기가 오갈 곳이 없고,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아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밀림의 나무는 하루가 다르게 없어지고 있고, '종이'라는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계속해서 살림이 파괴되고 있다. 우리는 후세대를 위해서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면 단기간에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 이기적인 선택을 반복하고 있을까.

적어도 엔데는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화폐의 이상함을 파악하고, 정상적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윤을 창출하는 수단으로써 화페를 활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화폐의 본래 기능이었던, 창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해야 하고, '교환'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통화량이 아주 많지만, 실질경제에 사용되는 비중은 전세계 통화량의 2%에 불과하독 말한다. 그 나머지는 무엇인가?

투기라고 설명하거나 금융세계에서 오고가는 돈에 불과하다. 실제로 만져보지도 못하는 돈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일순간에 외국 투기 자본이 급물살처럼 빠져나가서 통화량 급감에 위기를 직면하는 사례를 우리는 2009년 외환위기를 통해 겪었다. 실물 경제가 흔들거리고, 투기자본들은 일제히 우리나라 주식과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결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결국은 화폐라는 기능은 고사하고, 사람과 나라살림을 거덜내고, 피해를 입히는 주범으로 전락한다.

돈은 원래 그런 기능이 없었다.
이상한 이자 시스템, 투기자본으로 인하여 우리는 고통을 받고 있고, 결국은 고스란히 다수의 사람들이 짊어져야 한다.

3. 지역화폐와 마이너스 돈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돈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인 정의였다. #교환링은 처음 들어본 개념이었는데, 읽으면서도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화폐는 결국 이자보다는 실질경제를 회복하고, 나아가서 경제를 살리는 화폐의 형태이다. 나의 재능을 사고 팔 수 있는 시스템, 지역 안에서 사용가능하고, 공동체에 가입한 회원을 상대로 서로 주고 받는 시스템을 소개한다. 지역화폐를 우리는 지속가능한 경제라고 믿는다. 교환의 기능을 충분히 담고 있고, 또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존재다. 이 화폐의 특징은 투기가 없다. 화폐를 저축하는 것에 큰 의미가 없다. 갖고 있을 때 시간이 지날 수록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사용해야 한다. 반강제적인 경제활성화 전략임 셈이다.

끝으로.
엔데의 유언이라는 책은 감명깊게 읽엇다. 우리는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런데, 자본이라는 큰 세력 덕분인지 모르겠으나 쉽게 계층간의 이동을 한다던지, 더 풍요로운 삶을 이뤄내는게 한계가 있다. 절벽이 있거나 유리벽이 있고, 올라가는 사다리 한 쪽이 부러진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아주 좁은 구멍에 여러 사람이 한 번에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역화폐, 교환링, 마이너스 화폐는 모두가 잘 사는 방법이며, 모두가 풍요로워지는 방법이다. 사회주의적인 모습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지만, 자급자족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있다. 지역화폐를 도입한 사람들이 바로 그러한 철학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물질만능주의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거기에는 '돈'이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돈이 있다면 더 많이 가지길 원할 것이며, 소금물을 먹듯이 그 만족함을 갖기 쉽지 않다. 지인 중의 한 분은 '세금 때문에 골치 아프다'고 하소연하였다. 세금을 내야 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자산을 저축하고 있고, 부동산 등의 가치가 높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대로 말하면 '부자'라는 증거다. 세금폭탄을 맞을 정도로 부유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산이 없는 사람, 부동산 하나 없는 사람들은 세금은 남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난을 대물림해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지속가능한 경제를 물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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