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지도 아프지도 않은 아이 - 장애인권 이야기 귀를 기울이면
김예원 지음, 정진희 그림 / 우리학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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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원 #정진희 #이상하지도아프지도않은아이 #서평

독후감
친절한 해설사가 '장애가 무엇일까'라는 어려운 질문을 쉽게 설명한 동화책처럼 읽힌다. 장애인을 향한 편견과 시선을 이 책에 녹여냈다. 초등학생의 시선을 도구로 삼았다. 작가님은 인권 변호사 김예원 선생님이다. 모든 인간의 인권은 동일한 가치를 가질까. 요즘 나의 화두다. 나의 직업이 발달장애인과 장애인가족을 지원하는 일이다보니 '이상하지도 아프지 않은 아이'라는 제목이 끌렸다. 처음은 함께 근무하는 팀장님께서 읽어보라는 권유로 읽기 시작했다. 초등학생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더불어 사는 모습'이 참 따뜻한 느낌을 독자에게 전해주었다. 나는 직업을 선택하기 전, 발달장애인을 알지도, 겪지도 못했었다. 마치, 딴 세상에서 살다가 나온 것처럼 너무나 생소했다. 그래서 적응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어느 정도 발달장애라는 장애의 특성을 이해하고, 공부도 병행하면서 자연스러워졌지만, 초창기에는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 의문을 계속 던졌다. 마치 순간 순간이 도전의 연속처럼 다가왔고, 욱할 때도 있고, 화가 나거나 슬프고 두렵기까지 했던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던 지난 시절이 생각났다.

동화책을 읽으면서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이 궁금하다는 것을 처음 느끼고, 초등학생의 시선으로 풀어낸 장애인에 대한 인권이야기는 참 재밌고, 쉽게 다가왔다. 인권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라는 사전적인 지식은 딱딱했다. 추상적이기 때문에 이해하려면 한참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이 동화책을 읽으면 인권이라는 개념이 그리 딱딱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공감할 것이다. 직장의 장면에서 학교로 넘어가 생각해봤을 때는 이야기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펼쳐진다. 

초딩의 시선으로 볼 때 함께 공부하는 친구 중 장애인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조금 부담되기도 하고, 적응하기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그러다 리코더 사건으로 장애인 친구는 반 아이들에게 미움을 받는 지경으로 악회됐고, 선생님의 권유로 '세잎클로버'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듬활동을 한다. 인권 변호사 김예원 선생님이 실제 동화책 속에 등장하여 실마리를 풀어주고, 도움되는 해결책을 넌지시 제공한다. 초딩으로 이뤄진 모듬원에서 과제를 수행하며, 세 가지 깨달음을 얻고, 2주간의 모듬활동 과제를 발표한다. 각자 얻었던 느낀점과 결과를 발표하며  내 모습과 다르지만, 장애인 친구의 존재를 이해해야하는 필요에 대해 모두 공감하며 동화책은 끝을 맺는다.

지역사회와 단절된 채로 시설에 온전히 맡겨진 발달장애인에게 자기결정권과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는지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내가 직장을 다니기 전에 발달장애인을 그저 '장애인의 한 분야'라고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회가 없었고, 접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장애인가족이 아니라면 물음조차 품지 않고, 편견이라는 시선도 '나하고는 상관없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래서 쉽게 풀어진 이 책이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추상적인 개념을 늘어놓은 전문서적이 아니다. 장애유형 15가지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안내서가 아니다. 레벨 1에서 시작하는 쉬운 안내서다. 이해하기 매우 쉽다. '그래서 장애인 친구와 함께 지내야 하는 이유가 뭔데요?'라고 물으면 '인간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하고 다르지 않고, 차별대우 받아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설명을 해주는 책이다.

같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찾고 싶었고, 과연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을 해본다. 쉽게 답을 찾을 수는 없다.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원인을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려면 '절대' 해결할 수 없다. 반대로 원인을 조직, 환경, 제도차원에서 해결하려면 '어쩌면', '시간이 걸리면' 해결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온다. 이 세대가 아니라 10년, 20년이 지나면 점차 개선이 되고, 인식이 좋아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기회를 조금씩 늘리고, '중증 장애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시선에서 조금 벗어나고, 내려놓아야 한다. 그 아집과 편견의 시선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아무일도 주지 않거나 기회 조차 박탈하는 것은 '살인'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일반 사기업에서 '명예퇴직'이라는 허울 좋은 감투를 씌워주고, 쫓겨나는 사례가 있지만, 그것을 거부할 경우에는 '아무 일도 주지 않는' 소위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결국, 비장애인도 자신의 역할, 쓸모가 없어지는 순간 사회에서 사형선고를 받는 것과 이 문제가 무엇이 다를까. 똑같을 것이다.

초등학생의 시선으로 본 장애인 친구의 이야기가 궁금하면 도서관에서 꼭 빌려보시거나 가까운 지인 찬스를 사용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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