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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로 된 아이 - 시련을 가르치지 않는 부모,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
미하엘 빈터호프 지음, 한윤진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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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고생하지 않고, 성장하기를 바라는 부모가 있을까? 우리 아이가 고마움을 모르고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겠지? 혹은 우리 아이가 성장하여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하기를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은 바랄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작가의 주장은 사뭇 다르다. 아이가 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진 부모들이 하는 행동이 그런 의도와 상반되기 때문이다. 비혼주의자가 많아지고,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는 추세이고, 결혼을 하더라도 1명의 자녀를 키우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들의 경향성을 볼 때, 1명의 아이에게 지극정성이기 때문이다. 조부모와 부모의 지극정성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만끽하면서 아이가 망하는 길로 인도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저자는 미하엘 빈터호프인데, 독일에서 유명한 사람인가보다. 소아정신과 전문의로 소개된 그는 다년간의 상담 및 임상 경험을 근거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더 이상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혼자서 아무일도 할 수 없는 아이를 만들기를 바라는 부모는 이 세상에 없다고 단언컨대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확히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소아과 전문의인 저자는 그러한 현실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한다.
"부모와 아이가 동일시, 공생관계에 놓여있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공생관계란 뭘까? 함께 살아가는 관계를 말하는데, 언뜻 보기에는 좋은 뜻처럼 보인다. 자연 생태계를 들여다보면 공생관계의 군집들이 흔히 발견되고, 서로 Win-Win의 관계이므로 좋은 관계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서 공생관계는 무척 위험하고 아이를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없는 관계로 설명한다. 다양한 예시를 읽고 있으면, 가슴이 아프다.
이 책은 재미있게도 1990년대 아이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를 대조하여 소개한다. 각종 사례 속에서 두 아이와 두 아이의 부모들이 어떤 반응과 말을 하는지 비교해서 설명한다. 눈에 쏙쏙 들어온다. 특히 양육방식의 차이와 학교 생활에서 겪는 것들 또 가정에서 겪는 경험들이 대조를 이루면서 소개된다. 이번 생에 부모는 처음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녀를 이 세상에 존재하게 만든 부모도 결국 처음이다. 시대의 상황에 맞춰서 양육방식이 변화되는 양상을 막을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넋놓고 있다가 뒷통수(?) 맞을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는 '공생관계'라는 말로 명쾌하게 설명한다. 결국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써 인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빠 또는 엄마의 일부분이라 생각하는 그 현상으로 인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연약하고, 책 제목처럼 '유리 같은 아이'로 성장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혼자서도 거뜬히 할 수 있는 일들까지도, 심지어 그 나이에 발달과업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까지도 엄마, 아빠가 나서서 대신해주는 사이에 아이의 몸을 성장하지만, 정신은 성장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라고 표현할 것은 후폭풍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되돌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원과 노력, 신경을 아이에게 투입해야만 변화될까 말까하기 때문이다. 자기주도학습이라는 허울 좋은 교육시스템이 독일 공교육의 흐름이라서 받아들인 결과는 충격 그 자체이다.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지 못하는 아이로 성장해서, '내가 뭘 원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고 말한다. 책 읽으면서 심각해지는 경우가 드문데, 소설도 아닌 팩트를 읽고 있으면서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나 스마트폰에 대한 저자의 완고한 주장이 눈에 띄었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워낙 좋아서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러나 어렸을 때 스마트폰을 무분별하게 습득하거나 일찍부터 스마트폰이라는 도구를 사용한 아이는 성장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 저자가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부모의 올바른 행동을 아이가 배우지 않는 다는 지점이다. 부모의 행동을 볼 여유가 없어졌고, 아이에게 너무 많은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인내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시키고, 부모가 대부분을 해준다. 관찰하고, 연습하고, 넘어지고, 시행착오를 겪을 필요도 없이 아이는 그저 기다리고, 멍청하게(?) 있으면 부모가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결국 유리로 된 정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스마트폰을 누가 사용할까? 결국 부모들이 사용하고, 부모들이 하고 있는 것에 방해(?)되지 않기 위해서, 우는 아이에게 떡을 주는 것처럼, 흥미로운 도구인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선뜻 줘버린다.
얼마나 편한가.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는 부모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201페이지 "밤낮 가릴 것 없이 언제나 직장 동료, 친구와 SNS로 소식을 주고 받으며 새로운 뉴스나 소식이 올라올 때마다 곧바로 확인한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신경 쓰고 집중해야 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부모들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진다.
이렇게 온전히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부모의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 그런 영향은 아이가 습득할 것이고, 결코 좋은 영향은 될 수 없다.
해결책은 간단하다고 얘기한다. 온라인 매체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는 연습과 습관을 들이면 된다. 밥을 먹을 때는 밥을 먹고, 아이에게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시간과 인내를 발취해야 한다. 부모가 나서서 해주는 것은 '작은 것에 감사할 줄 모르는 아이'로 성장시킨다. '고마움을 모르는 아이'는 세상의 중심이 자기라는 착각 속에서 사회에 발을 디딜 것이다. 그러면... 결과는 상상에 맡기겠다. 앞서 말했듯이 이 세상에서 부모도 처음이요, 아이도 처음이다.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천천히 알아가고 있다. 저자의 주장처럼 아이는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체이지, 부모가 좌지우지 하거나 부속품처럼 조종할 수 없는 인격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두 세 번 더 읽어도 참 좋은 내용과 충격적이고, 꼭 생활 속에서 갖춰야 할 노하우들이 녹여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꼭 마음 편하게 먹기를 바라면서 마친다. 끝,
우리의 사고방식은 변화하는 상황에 끊임없이 적응하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 P8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에 걸맞게 성숙한 아이들을 만나기 힘들어졌다. - P33
우리는 앙ㅣ들이 만사가 항상 바라는 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 P34
어린 시절 부모나 교사를 통해 타율성을 충분히 경험하지 않고 자아를 구축할 ㅜ수 있는 지름길은 없다. - P36
공생에 빠진 부모는 아이의 잘못된 행동의 이유를 묻곤한다. 그러나 이런 질문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교통경찰은 불법주차를 한 운전자에게 "여기에 주차하신 이유가 뭐죠?라고 묻지 않는다. 조용히 과태료 고지서를 전달할 뿐이다. - P105
‘장애‘라는 진단은 모든 상황을 합리화시키고 한마디로 설명해버림으로써 아이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 P127
교내 규칙은 어떤 변명도, 예외도 통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되어야 하낟. 학습 동인은 학생 스스로 "해냈어!!"라고 외칠 수 있는 성취감이다. - P139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오직 "내가 원하는 걸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만 생각한다. - P146
어린 시절은 왜 이리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을까? 아이의 정신 발달이 완전해질 때까지 부모와 교사를 좀 더 많은 시간과 인내심을 투자하며 곁에서 보살펴야 하낟. 무엇보다 아이를 아이로 바라보는 능력을 되찾아야 한다. - P161
10개월 이후 아이에게 필요한 건 침착하게 한 발 물러서서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아이의 세계상이 한층 깊어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도는 건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은 다음 발달 과정의 밑거름이 된다. - P173
아이에게 사회적 행동을 훈련하는 과정은 행동으로 실천하며 익히는 것이지 아이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성적 사고를 통해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 P180
아이의 정신 발달 상태를 가늠해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행동을 관찰하고 세상을 인지하고 해석하는 방식을 종합 평가하는 것이다. - P188
공생관계에 빠진 부모는 자신의 행동이 전부 옳다고 확신한다. - P192
육아란 시간도 평정심도 그리고 인내심도 아주 많이 필요로 한다. 그래야만 침착하게 아이를 마주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며 부모의 책임을 다할 수 있다.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고 스트레스에 덜 노출될수록 직관에 따라 아이를 지도하고 이끌어 줄 수 있다. - P196
올바른 정신 발달 과정을 거치며 성장했더라도 자신에게 좋고 그른 걸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 번아웃 상태에 빠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정신은 힘들고 지치더라도 현시릉ㄹ 외면하도록 우리의 눈을 살며시 가려버린다. - P208
아이를 소중하게 아끼면서도 본인과 엄연히 다른 인격체로 생각하는 조부모의 태도는 건강한 관계의 밑거름이 된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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