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글씨] 처음처럼 - 신영복의 언약, 개정신판
신영복 글.그림 / 돌베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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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이 말은 사회생활에 첫 출발에 섰던 제가 스스로 했었던 말입니다. 처음에 가졌던 마음을 변치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었지요. 신영복 선생님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을 통해 처음 접했습니다. 사색, 생각과 생각의 경계를 허물고, 삶의 통찰을 독자에게 전해줬던 감명 깊었던 책인데, 그때의 말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파더군요. 사람을 근본으로 생각해 사람을 사람답게 생각해야 하지만, 사회가 거꾸로 흘러 가고 있다는 한탄은 우리 주변을 곱씹게 만드는 명문장이었습니다.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 어려워 합니다."
- 관해난수

한 마디의 말 속에 기풍이 느껴집니다.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소리를 언젠가 들어봤었는데, 곱씹어보면 참 그렇습니다. 지식은 알면 알수록 그 넓고, 깊음을 알아보고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벼는 익으면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겸손을 미덕으로 칭찬하더이다.

드넓은 바다와 같은 마음을 쉽사리 가질 순 없겠으나 그 웅장함과 숙연한 자태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어떤 물이 좋아요, 어떤 물이 별로예요'라고 말할 때 한 번은 멈칫하겠지요.

'처음처럼'이라는 책 속에는 다양한 장면의 신영복 선생님의 통찰을 보고,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교도소에서 20년 옥살이를 하면서 인생을 배웠던 선생님. 그리고 출소 후에 작가의 삶을 살아가고, 어떤 이에게 '명강사'로 불리면서 살아갔었던 선생님. 2016년에 유명을 달리하고 돌아가셨던 선생님.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좋은 책을 많이 남기셨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치를 새롭고, 더 가치로운 것으로 변모하겠지요.

처음처럼을 읽으면 삽화와 작은 글귀 또는 짤막한 문단으로 구성되어 쉽게 읽히지만, 책장을 쉬이 넘길 수 없는 것은 그 '사색'의 경종, 잊고 있었던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철학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주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읽는 내내 깊은 생각을 하면서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 2~3번 반복했었던 기억이 남는 좋은 책입니다. 또 읽어보고 싶네요^^;

감명깊은 한 소절을 소개하고 마칩니다.

- 어제의 결실
어제의 수고가 영글어 오늘의 결실로 나타나듯이 오늘의 수고가 영글어 내일의 결실이 됩니다. 희망은 언제나 어제와 오늘의 수고 속에서 영글어 가는 열매입니다.

오늘도 수고, 내일도 수고, 다음에는 영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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