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인 군위안부와 일본군 위안소제도
윤명숙 지음, 최정원 옮김 / 이학사 / 2015년 3월
평점 :
최근 모 대학교수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발언이 큰 문제가 되었다. 그의 발언을 여기에 다시금 옮기는 것 자체가 매우 불쾌하기 때문에 언급하지는 않겠다. 반일종족주의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나온 발언이고, 발언 중간에 이의를 제기한 여학생에 대한 적절치 못한 표현(본인은 ‘조사’라고 해명하였다.)은 더 문제가 되었다.
2015년 12월에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이 타결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타결하고 종결하였다. 근데 무엇이 종결되었는가? 임지현 교수의 ‘기억 전쟁’에서 가해자가 행한 잘못에 대해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닌 제 3자(정부)가 그것에 대해 용서를 한다는 것은 위선이라고 얘기한다. 대한민국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대신해 일본의 사과를 수용하고 그들을 용서할 권리를 누가 부여했는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부는 신탁에 가까운 권한을 보장받는 것인가?
이런 시점에 한 번쯤 꼭 읽어 보기를 바라는 책이 있다. 윤명숙의 ‘조선인 군위안부와 일본군 위안소제도’이다. 저자인 윤명숙은 일본 근현대사 및 한일관계사를 연구한 학자이다. 김학순 할머니와의 인터뷰가 계기가 되어 일본군 ‘위안부’ 연구를 시작하였다.
이 책은 저자가 일본 히토쓰바시대학에서 9년간 연구한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대한 연구성과를 정리한 것으로 일본에서는 2003년에 출간되었다. 한국에는 2015년에 번역되었는데 최초 출간보다 너무 늦게 번역 출간된 것도 이상하지만, 저자가 한국 유학생인데 다른 사람(최민순)을 통해 번역 출간된 점은 더욱더 의아하다.
저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해 한국어판 서문에 짤막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책에 기술된 일본군 ‘위안부’의 내용이 부분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생각하는 ‘위안부’ 이미지와 괴리되는 부분에 대해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인 강제연행에 대한 부분이다.
지금은 식민지 조선의 일본군 ‘위안부’의 징모과정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취업 사기와 인신매매라는 것이 많이 알려졌지만, 2000년만 해도 어린 소녀가 총칼을 앞세운 일본군에 의해 머리채가 잡힌 채 강제로 끌려가는 이미지가 일반 대중이 생각하는 일본군 ‘위안부’의 징모 모습이었다. 이것은 학문적 연구 성과가 대중에게 전달되기 이전에 영화와 드라마, 소설에서의 일본군 ‘위안부’의 이미지가 대중에게 더 크게 각인된 결과였다.
이런 주장에 대해 일부는 일본군 ‘위안부’ 모집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이야기냐며 분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의 문제는 징모 뿐만 아니라 이송, 운영, 관리와 더불어 식민지 조선의 사회 경제적 구조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이다. 징모 과정에서 군의 직접적인 개입이나 강제성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해서 일본군 ‘위안부’제도의 불법성과 반인권성, 일본군의 책임 모두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징모과정의 강제성에만 집착하면 할수록, 일본이 만들어 놓은 강제성의 허구라는 프레임에 걸려들게 된다. 일본이 만들어 놓은 조선 식민지의 사회 경제적 구조의 틀 안에서 일본군 ‘위안부’제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접할 때마다 많은 분노를 느끼지만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통해 과연 누구에게 더욱 명확하고 정확한 어조로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야 할지 알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아마도 윤명숙의 ‘조선인 군위안부와 일본군 위안소제도’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